
ⓒ 서영진 (여행칼럼니스트)
돌무더기로 척박했던 동네가 꽃마을이 됐다. 파주시 교하읍 서패리 돌곶이마을 이야기다. 마을은 해마다 6월이 되면 다랑이논 가득 꽃동산을 이룬다. 꽃밭을 가로지르면 심학산과 파주출판도시로 이어진다.
돌곶이마을은 돌, 산, 강, 꽃이 어우러진 땅이다. 스위스 레만호의 모르쥬를 닮았다. 산기슭과 물이 이어지는 땅에 튤립을 피어낸 모르쥬처럼 마을 산자락 옆 꽃밭 뒤로 임진강이 한없이 펼쳐진다.
돌곶이마을은 파주출판도시와 심학산 사이에 웅크린 채 자리 잡았다. ‘돌곶이’라는 마을 이름의 유래 자체가 독특하다. 심학산에 살던 장사가 자신의 위세를 드러내기 위해 돌을 가져다 놓았다는 전설이 내려오는데 그 돌 때문에 마을 주민들은 오랜 기간 질곡의 삶을 살아야 했다.
마을 주민 최은호씨는 “오랜 기간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묶여 있었고, 땅도 지세가 좋지 않았다. 척박한 밭에 꽃을 심어 꽃마을을 만든 뒤로 마을이 달라지고 있다”고 전한다.
척박한 땅에 피어난 꽃들

장승과 솟대가 어우러진 모자이크정원. ⓒ 서영진 (여행칼럼니스트)
밭작물이 잘 자라지 않던 다랑이논에 꽃씨를 뿌린 뒤로 마을은 늦은 봄이 되면 10만㎡ 대지에 화려한 꽃들을 피워낸다. 올해는 농촌진흥청이 추천하는 ‘봄내음 가득한 아름다운 농촌마을 5선(選)’에 당당하게 꼽히기도 했다. 불모지나 다름없던 과거를 감안하면 신선한 변화다.
6월에 접어들기 전의 돌곶이마을은 소박한 모습이다. 다랑이논 가득 꽃망울이 움트기 전 아기자기한 꽃밭들이 먼저 이방인들을 반긴다. 마을 초입의 락가든은 이곳의 트레이드마크였던 바위 사이로 자연정원을 만들어냈다. 꽃잔디, 마가렛, 패랭이, 데이지 등 다양한 초화류(아름다운 꽃이 피는 종류의 풀)와 야생화가 피어 있다. 나들이객은 그 돌 위에 앉아 휴식을 취하며 발목 옆으로 가지런하게 누워있는 꽃들을 감상한다.
골목으로 나서면 길목 양쪽에 꽃밭정원으로 단장한 가옥들이 이어진다. 꽃마을은 세계적인 가든시티인 호주 투움바를 본 따 개인정원을 가꾼 뒤 관람객에게 자유롭게 개방했다. 꽃들이 어우러진 아치형 대문 옆에는 나무로 다듬은 우체통이 매달려 있고 마당 귀퉁이에는 양귀비, 목단 등이 피어 있다. 담 너머로 은근히 감상하는 꽃들이 아니라 주민들이 “남들이 봐줘야 키우는 재미가 있다”고 환영하는 꽃들이다.
마을 중앙에 위치한 모자이크정원은 돌곶이마을의 상징적인 공간이다. 장승과 솟대가 어우러진 터는 마을 주민이 기증한 땅 위에 상설 꽃밭을 조성해놓았다. 나무 데크 옆에는 패랭이꽃이 나란히 도열해 있고 삼색으로 단장된 조팝, 안개초, 수레국화 등이 앙증맞게 정원을 채우고 있다. 정원을 지나 논으로 향하면 꽃 밭세상이 기다리고 있다. 올해는 기후가 들쭉날쭉해 개화시기가 늦어졌지만 6월초를 넘어서면 양귀비, 끈끈이대나물 등 잔잔하고 고운 꽃들이 마을과 논두렁을 수놓을 예정이다.

돌곶이마을 골목길을 거닐다보면 각기 다양한 매력을 지닌 개인정원을 감상할 수 있다. ⓒ 서영진 (여행칼럼니스트)
심학산과 파주출판도시
꽃길 외에도 돌곶이마을이 인기를 끄는 데는 심학산이 큰 몫을 한다. 수려한 경관이 입소문을 타면서 주중에도 산행객이 즐겨 찾는 곳이 됐다. 심학산은 조선말 천도설이 제기될 만큼 명당으로 꼽혔던 땅. 옛 이름인 ‘심악’에서 연상되듯 능선 곳곳에서 바위군락을 발견할 수 있다.
정상에 오르면 발 아래 모습은 색다른 장관이다. 마을을 에워싼 출판도시, 파주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북으로 이어지는 자유로의 아득한 풍경은 감탄을 자아낸다. 정상 주변 역시 꽃으로 단장됐고, 산행객은 정자 위에 앉아 꽃과 산과 강을 바라보며 발걸음을 떼지 못한다.
꽃마을로 내려서면 출판도시다. 출판도시 근무자들에게 꽃마을과 심학산은 훌륭한 산책 코스다. 출판도시는 봄을 지나며 문향(文香)을 듬뿍 뿜어낸다. 골목골목에는 북카페와 갤러리 등이 숨어 있다. 심학산방, 다락원 등의 북카페 외에도 헌책방, 페이퍼 갤러리, 활판공방 등 20여 개의 문화체험 공간이 마련돼 있다. 사전에 예약하면 출판도시의 세부 시설을 견학할 수도 있다.
이런 공간들을 북적이지 않고 한적하게 만날 수 있어 더욱 반갑다. 조용하게 영화 한 편 감상할 수 있는 영화관도 들어서 있다. 모퉁이 카페에서 차 한 잔 들이키며 이국적으로 조성된 건축물만 바라봐도 마음이 풍성해진다.
돌곶이마을은 6월11일 심학산 꽃마을축제를 앞두고 있다. 파주출판도시와 어우러져 ‘꽃, 책, 자연의 향기’를 테마로 네 번째 잔치를 마련한다. 축제기간에는 꽃길 음악회, 꽃신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이 열린다. 꽃들이 만개하면 임진강의 강바람과 함께 마을은 꽃대궐로 변신할 예정이다.

1. 락가든 앞쪽 공간에 피어난 초화류와 야생화. 2. 심학산은 수려한 경관으로 입소문이 나 있다. ⓒ 서영진 (여행칼럼니스트)
TIPS- 여행 메모
가는 길- 자유로에서 파주출판도시 진입로나 문발IC에서 빠져나온 뒤 교하읍 서패리 방향으로 향한다. 또는 1번 국도인 통일로를 타고 가다 56번 국도, 교하택지지구를 경유해도 된다. 운정역, 금촌역에서도 버스가 다닌다.
기타 정보- 올해 꽃마을축제는 6월11일에 개최될 예정이지만 꽃의 개화시기에 따라 변경될 수도 있다. 파주시청 홈페이지(www.paju.go.kr)에서 추가정보를 얻을 수 있다. 꽃마을 안에는 보리밥, 바비큐 등을 파는 식당이 들어서 있다. 개인정원에서 꽃밭을 바라보며 간단한 음료를 즐길 수도 있다. 꽃마을 장터에서는 이곳 특산물인 교화쌀이나 초화류의 구입이 가능하다. 파주출판도시의 문화공간은 홈페이지(www.pajubookcity.org)에서 자세한 위치와 개장시간 등을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