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가 낳은 아이스슬레지하키 스타 사성근 선수

아이스슬레지하키 사성근 선수 ⓒ 강현욱 기자
아이스슬레지하키는 하반신 장애를 지닌 선수들이 빙판 위에서 썰매를 타고 펼치는 경기여서 썰매하키라고도 불린다. 썰매에타면 다리를 사용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장애인들이 즐길 수 있는 종목이 되었다. 현재는 동계 패럴림픽 대회에서 가장 인기 있는 종목이기도 하다.
한국의 아이스슬레지하키팀은 길지 않은 역사에 비해서 잘 자리 잡고 있는 종목이다. 처음 참가했던 밴쿠버 올림픽에서는 6위를 기록했고, 이번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메달권에 진입하지는 못했지만, 러시아와의 경기에서 짜릿한 역전승으로 인상적인 장면을 연출하며 가능성을 보였다. 경기도장애인체육회 소속인 국가대표팀의 맏형 사성근(48) 선수는 두 번의 올림픽 무대에서 멋진 경기를 이끌었던 주인공이다. 2000년 우리나라에 아이스슬레지하키가 들어왔을때부터 선수로 활동했다.
서른 다섯, 모든 것을 버리고 선수가 되다
“어느 날 티브이에서 장애인 아이스하키 선수들이 나오는데 정말 매력적이더라고요. 바로 수소문을 해서 시작하게 되었어요. 이 운동이 너무 좋아서 미쳐 있었어요. 열정이 강하다는 좋은 말도 있지만 그보다는 미쳐 있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아요.”
그야말로 미쳐서 지냈다. 당시 그의 나이 서른다섯, 직장 생활을 하다가 모든 것을 버리고 선수 신분이 됐다. 그냥 회사원도 아니고 그가 직접 운영하는 공장도 둔 엄연한 대표였다.
“체력도 안 되고, 운동과 직장 생활을 병행하는 것이 힘들어서 그만두어야 하나 고민하던 때도 있었어요. 그런데 하다 보니까재미도 있고 점점 빠져들게 되더라고요. 시간이 흘러 지금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이 운동이 그렇게 매력이 있어요.”
사성근 선수는 직접 눈으로 본다면 누구라도 슬레지하키의 매력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한다.
“선수로서는 팀 플레이다 보니 다 함께 주고받고, 팀워크가 잘 맞아서 골을 넣을 때 성취감이 있어요. 에너지 소모가 굉장히 크지만 경기가 끝나고 물 한 잔 마실 때의 쾌감은 정말 큽니다.”
직장 생활의 직함을 버리고 선수가 된다는 것은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본인이 매력을 느낀 운동에 매진하고 싶어서 모든 것을버리고 강원도청 소속의 선수가 됐다.
“저는 어릴 때부터 장애인으로 살다 보니까 하지 못했던 것이 많아요. 그런데 썰매에 앉으면 똑같아요. 모두가 동등하잖아요. 나와 네가 똑같은 조건이라는 것, 어쩌면 내가 더 잘할 수 있는 것이 굉장히 매력적이에요.”

“저는 어릴 때부터 장애인으로 살다 보니까 하지 못했던 것이 많아요. 그런데 썰매에 앉으면 똑같아요. 모두가 동등하잖아요. 나와 네가 똑같은 조건이라는 것, 어쩌면 내가 더 잘할 수 있는 것이 굉장히 매력적이에요.” ⓒ 강현욱 기자
긍정적인 마인드
운동선수로서 가장 큰 명예는 어쩌면 올림픽의 메달일지도 모른다. 그는 아쉽게도 올림픽과는 인연이 없었다. 두 번의 올림픽에 출전했지만, 번번이 부상을 당해서 경기를 제대로 뛰지 못했다.
“아쉬워요. 제가 뛰지 못해서 메달을 못 땄다는 논리는 아니고, 선수로서 경기에 뛰지 못한다는 것만큼 안타까운게 없잖아요. 사실 경기보다 훈련이 더 힘들기도 하고요.(웃음) 정말 힘들게 올림픽 하나만을 바라보고 달려왔는데, 경기에서 부상을 당해서 벤치를 지키고 있으려니 선수로서 너무 아쉬웠죠.
주변에서 평창 올림픽에서 다시 도전하라고 위로를 해주시는데, 그땐 가봐야 알 것 같습니다.”(웃음)
사성근 선수는 웃음이 많았고, 긍정적인 내용의 대화도 많았다. 태어난 지 9개월 만에 소아암에 걸려서 두 다리를 전혀 쓰지 못하게 됐지만, 격렬한 스포츠에 도전하면서 스스로와의 싸움을 했고 긍정 마인드 컨트롤도 하고 있다.
“전 어렸을 때부터 장애인이라서 오히려 생활에 불편함이 없어요. 갑작스러운 사고로 장애인이 된 경우에는, 세상에 나오는 데8년의 시간이 걸릴 정도로 힘들어 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이왕이면 긍정적으로 풀려고 합니다. 평소에 아내와도 그런 이야기를 자주 해요. 장애인이라서 좋은 점이 더 많다고요. 비행기 탈 때도 먼저 타고, 영화 볼 때도 좋은 자리에 않고, 얼마나 좋아? 이러면서요.”(웃음)
매사 긍정적인 그는 장애인이라고 해서 불가능하다는 편견, 사람들의 불편한 시선이 오히려 더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장애인으로서 본인이 할 수 있는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싶다. 그중 하나가 지도자가 되는 것이다.

아이스슬레지하키 대표팀이 2014년 3월 9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에서 열린 러시아와의 경기에서 승부샷 끝에 극적인 승리를 거둔 뒤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 강현욱 기자
장애인 위한 지도자가 꿈
“제가 국가대표 평균 연령을 잡아먹고 있습니다.(웃음) 이제 선수로서의 생활은 힘들 것 같아요. 제가 그동안 겪었던 경험을 후배들에게 알려주고 싶어요. 목표는 국가대표 감독입니다. 장애인 아이스하키를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싶어요.”
국가대표 맏형인 그는 리더십이 뛰어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들으면서 팀을 하나로 모으는 것은 맏형인 그의 몫이다. 비장애인 스태프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도 그가 나선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유치할 정도로 위상이 높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각 종목에 대한 인프라는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자체 빙상장이 있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실업팀은 환경이 열악하다.
“훈련은 매주 토요일에 분당에서 모든 팀이 함께해요. 전에는 그나마 대관 시간이 길어서 운동을 할 수 있는 시간이 길었는데점점 시간이 줄어들었습니다. 선수들 평균 연령이 높은 것도 짚어야 할 문제예요.
장애인 스포츠 자체가 다들 나이들이 많긴 하지만, 아이스슬레지하키는 기본적으로 12명은 세팅이 되어야 게임이 가능하거든요. 선수 수급이 되어야 합니다.”
사성근 선수는 본인이 아이스슬레지하키 선수로 지냈던 경험과 열정을 살려서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최대한 도움이 되고 싶다는 확고한 꿈을 가지고 있다. 덕분에 평창에서 펼쳐질 국가대표팀의 세 번째 올림픽 메달 도전에 희망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