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산지는 인도 및 열대지역이며, 잎은 어긋나고 자루가 길다. 열매는 타원형으로 혹 같은 돌기로 덮여 있다. 덩굴성이며 고온다습한 기후에서 잘 자란다. 이 식물은 무엇일까?
이와 같은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사람은 몇 되지 않을 것이다. 정답은 다름 아닌 ‘여주’라고 하는 식물이며 국내에서는 아직 생소한 작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여주의 성분과 효능이 매스컴을 통해 알려지면서 작년에는 ‘여주’ 열풍이 불었을 정도로 한창 입소문을 타고 있다.
떠오르는 웰빙 식품, ‘여주’의 무궁무진한 매력을 들여다보자.
여주, 생김새부터 쓰임새까지 잘~ 생겼다!

여주 농장 <엄마네 텃밭>의 팻말. ⓒ 이은주 기자
도심 속에서 조금 벗어나 산길을 굽이굽이 따라 올라가다보면 만날 수 있는 경기도 양주시에 위치한 여주 농장 <엄마네 텃밭>. 코끝에서 구수한 거름냄새가 풍겨오는 이곳에서 농사만 20년째 지었다는 <엄마네 텃밭>의 김준섭 대표를 만났다.

<엄마네 텃밭> 김준섭 대표가 여주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 이은주 기자
농사만으로는 생계가 어려워 목수일도 같이 병행했다는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20년 동안 같이 농사지으면서 살았는데 10년 전에 집사람이 당뇨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당뇨에 좋다는 돼지감자, 야콘, 청국장 등 다 먹어봤는데 낫질 않았죠.”
그는 곧이어 여주 농사에 전념하게 된 이유도 설명했다.
“여주는 3~4년 전에 심었는데 집사람이 꾸준히 먹어왔어요. 그런데 여주를 먹은 지 1년 만에 의사선생님이 약을 끊어도 되겠다고 하더라고요. 당화혈색소(혈중 포도당 농도를 알기 위해 사용하는 혈색소의 한 형태) 수치도 정상에 가까워지고 있고요. 당뇨약을 끊은 지는 2년째, 여주는 3년째 집사람이 먹고 있는데 약을 안 먹고 여주만 먹고도 건강이 눈에 띄게 좋아졌어요.”
실제로 여주의 열매와 씨앗에 다량 함유되어 있는 카란틴 성분은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의 기능을 활발하게 하여 혈당을 조절한다. 또한 여주는 차가운 성질을 갖고 있어서 체질상 몸에 열이 많은 사람이 먹으면 좋다. 따라서 고혈압과 당뇨 환자에 있어서 여주는 명약과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여주는 오이과 채소로, 생김새도 오이와 비슷하지만 비타민c의 함유량이 오이의 10배다. ⓒ 이은주 기자
이 밖에도 여주는 기관지에 가래를 없애주기도 하고, 베타카로틴이라는 성분이 질병에 대한 면역력을 높여 암세포의 성장을 막아주는 등 다방면에 놀라운 효능을 보인다.
또한, 여주에 들어있는 공액리놀렌산 성분이 지방분해 작용을 도와 다이어트에 효과적이라는 것도 여름철 몸매관리를 원하는 많은 여성들이 주목할 만 한 사실.

토종여주가 자라는 <엄마네 텃밭> 비닐하우스의 모습. ⓒ 이은주 기자
이렇게 우리 몸에 ‘백익무해’한 여주는 슈퍼여주와 토종여주로 나뉜다. <엄마네 텃밭>에서는 현재 여러 종의 여주를 재배하고 있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토종여주는 정력에 좋다고 하여 과거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심었다. 특히 재래식 화장실 옆에 여주넝쿨이 많이 열렸다고.

토종여주보다 큰 크기와 짙은 색깔을 자랑하는 슈퍼여주. ⓒ 이은주 기자
슈퍼여주는 주로 필리핀산이 많으며 토종여주보다 돌기가 많이 돋아있고 색깔도 더 진하다. 웬만한 성인 남자 팔뚝만한 슈퍼여주를 보면 그 풍채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엄마네 텃밭> 김준섭 대표는 “여주는 쓰임새가 다양해서 즙으로 만들어먹거나 환을 지어먹으면 휴대용으로 섭취하기에도 편리하다. 여주를 썰어서 장아찌로 만드는 등 요리를 해먹을 수도 있는데, 요리용으로는 필리핀산 슈퍼여주가 적당하다”고 설명했다.
작지만 강한 농장
<엄마네 텃밭>은 현재 ‘강소농’에 등록되어 있다. ‘강소농’이란, 경기도농업기술원에서 집중 육성하는 농가를 말한다.
작지만 강한 농업이라는 말 그대로 강소농에서는 소규모 영세 농가를 위하여 현장 기술지원을 직접 나오는 등 정부의 지원을 받지 않고도 그들 스스로 경영관리를 통하여 수주를 올릴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강소농에 등록된 농가에 한해 무료로 제공하고 있는 농가 경영관리 프로그램 ‘팜업’은 <엄마네 텃밭>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데 한몫하고 있는 ‘효자’ 프로그램이다.
김 대표는 “예전엔 장부에 일일이 기록을 해두어서 고객을 관리하기가 힘들었는데, ‘팜업’의 고객관리 프로그램을 사용하면서 굉장히 편리해졌다. 이 프로그램으로 영농일지를 쓰기도 하는데 한눈에 진행상황을 체크할 수 있어서 좋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김준섭, 김민자 부부가 운영하고 있는 <엄마네 텃밭> 블로그. ⓒ 이은주 기자
김 대표는 또 양주시농업기술센터의 사이버연구회원으로, 센터에서 주기적인 교육을 수강해 작년부터는 개인지도를 받아 블로그(blog.naver.com/k130530)도 운영 중이다.
새벽 4~5시에 눈을 뜨자마자 블로그 업데이트와 여주 문의글에 답글을 달고 낮에는 정신없이 농사일을 하면서 또 교육까지 받으려면 하루가 눈코 뜰 새 없이 지나간다고 말하는 김 대표.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를 정도로 발에 땀이 나도록 뛰어다닌 그의 노력 덕분에 작년에는 판매량의 99.5%가 블로그를 통해 나왔다.

여주 비닐하우스 옆에 위치한 텃밭에서 여러 채소들이 자라고 있다. ⓒ 이은주 기자
김 대표의 아내 김민자 씨는 여주 비닐하우스의 옆에 상추, 참외, 방울토마토, 땅콩, 파 등 채소를 풍성하게 심어 미니 텃밭을 꾸렸다. 여주를 구매하기 위해 <엄마네 텃밭>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고마움의 표시로 직접 기른 채소를 넉넉하게 덤으로 얹어주기도 한다고.
‘고진감래’의 열매, 여주

<엄마네 텃밭>에서는 건여주와 말려서 튀긴 돼지감자를 판매하고 있다. ⓒ 이은주 기자
여주의 수확 시기는 6월말부터 9월말까지이며 곧 첫 수확에 돌입한다. <엄마네 텃밭>에서는 생여주와 건여주를 판매하고 있는데, 생과의 주문은 6월에서 10월까지 받는다.
김 대표는 올해 여주를 써는 기계와 건조대를 구입했다. 여주가 인기를 끌면서 부부가 자체적으로 여주를 썰고 말리기에는 일손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여주를 써는 과정에서 손을 베는 등의 안전사고 위험도 줄일 수 있게 됐다. 뿐만 아니라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하여 냉동실도 준비했다.
여주를 위해 들인 노력이 각별한 만큼 김 대표는 기대감과 걱정이 교차한다고 말했다.
“올해 여주가 잘 팔려야 하는데 아직까지 사람들의 반응이 잠잠하니 불안하기도 하다”며 “여주 농사가 잘 되어서 우리뿐만 아니라 모든 농가가 좋은 결실을 맺었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수확한 여주를 먹기 좋게 칼로 자른 모습. ⓒ 이은주 기자
여주는 쓴 맛이 강하게 느껴지는 채소이다. 어쩌면 맛도 없고 멋도 없는 별 볼일 없는 채소라고 느낄지 모른다. 수확한 여주를 처음 먹어본 기자의 소감은 ‘아, 참 쓰다’였다. 그러나 하나의 여주를 수확하기 위해 흘린 부부의 땀과 노력, 그리고 건강에 좋은 여주의 효능을 생각하니 절로 단물이 나오는듯한 느낌을 받았다.
여주를 보면 ‘고진감래’라는 말이 떠오른다. ‘입에 쓴 약이 몸에도 좋다’는 말이 있듯이 여주의 쓴 맛은 나의 몸에게 건강이라는 달콤한 선물을 선사한다.
인내는 쓰고 열매는 달다. 하나의 농작물이 우리의 식탁에 오를 때까지 땀 흘린 많은 농부들에게도 곧 ‘고진감래’ 즉, 고생 끝에 낙이 찾아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