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많은 사람들이 수시로 드나들며 분주하게 돌아가는 경기도청 도지사 집무실이지만 지난 16일 오후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이날 오후 2시, 도지사 집무실에 모인 사람들은 경기도 연정의 첫 결실을 수확하는 역사적인 현장에 동참하는 행운을 잡았다.
이날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도의회 인사청문회로부터 신임 산하기관장 후보자 4명에 대한 적격성 여부 판단이 담긴 청문보고서를 전달받고 청문회를 무사히 통과한 3명에게 임명장을 건넸다.
임명식을 마치고 간단한 대화를 나누고 있는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신임 산하기관장. ⓒ 천한얼 기자
경기도 연정, 실질적인 첫 결실
남 지사는 6·4지방선거 당시 ‘연정(聯政)’을 추진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연정이란 ‘연합정치’의 개념으로 권력독점과 갈등, 대립의 정치문화를 상생과 통합, 협력의 정치로 전환하여 국민의 명령을 수행하고 살기 좋은 경기도를 만들겠다는 취지다.
남 지사는 정치에서 일어나는 갈등으로 인한 손해와 비용이 크다며 이 갈등구조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연정을 제시했다. 권력을 얻기 위해 싸울 것이 아니라 서로 배려하고 통합하는 연정이 실시돼야 정권이 바뀌어도 지속적으로 정책을 밀고 나갈 수 있고 이것이 곧 국민을 위한 길이자 경기도를 발전시킬 방안이라는 것이다.
남 지사가 밝힌 연정은 크게 ‘야당에 사회통합부지사 할애’, ‘여야 합의를 통한 정책연대’, ‘도 주요 산하기관장에 대한 인사청문회 도입’이다. 특히 야당에게 사회통합부지사의 자리를 주고 모든 인사와 정책을 협의해 야당의 목소리와 지지하지 않는 유권자들의 의견까지 반영하는 협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경기도는 연정실현의 첫 일환으로 전국 지자체 중 최초로 공공기관장 인사청문회를 열었다. 인사청문회는 남 지사가 도의회에 후보자를 추천하고 도의회는 추천받은 후보자들의 자질과 부합여부를 평가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경기도의회는 지난 4일과 5일, 1차 도덕성 비공개 청문회를 진행하고 이어 11일과 12일, 2차 공개 청문을 진행했으며 15일 도의회 의장단은 4명의 후보자 중 3명의 후보자에 대한 동의를 했다.
남 지사가 최금식 신임 경기도시공사 사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 천한얼 기자
이에 따라 16일 경기도청 도지사 집무실에서 남 지사는 최금식 경기도시공사 사장과 조창희 경기문화재단 대표, 임해규 경기개발연구원장 등 산하기관장 3명을 공식 임명했다.
남 지사는 “경기 연정의 일환으로 청문회가 진행됐다. 이 과정을 통해 전문성도 돌아보는 기회가 되었고 향후 산하기관장 임명 기준을 만들게 하지 않았나싶다. 앞으로 경기도 연정의 통합을 통해 안정을 주도하는 경기도정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며 연정의 첫 성과에 기쁜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이날 도지사의 임명을 받은 최금식 신임 경기도시공사 사장은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가 됐고, 빠른 업무파악이 됐다”면서 “도의원들의 질의가 도민들이 바라는 것이기에 말씀을 명심하고 도민들의 행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다졌다.
임해규 신임 경기개발연구원장 또한 “격조 높은 질책도 많이 받은 인사청문회였다”며 “연합 정치라는 새로운 실험을 통해 경기도민의 나은 삶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소감을 전했다.
이번 청문회에서 아직 인정을 받지 못한 최동규 경기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 대표 후보자에 대한 질문에 남 지사는 소명의 기회를 주고 싶다며 도의회와 논의한 뒤 다시 기회를 부여하겠다는 대답으로 마무리 지었다.
인사청문회를 마친 3명의 신임 산하기관장과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천한얼 기자
경기도 연정, 괜찮을까
이번 산하기관장 임명식은 도지사의 후보 제안과 도의회의 인사청문회 과정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남 지사가 지향하는 연정이 실현됐다. 또한 지자체 최초로 인사청문회를 시도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끌어냈다.
일반적으로 선거에서 당선되면 같은 조직의 사람들에게 공을 내리듯이 산하기관장 자리를 내어주는 것이 관례화되어 있었지만 이번 인사청문회 도입으로 이런 부분이 개선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를 얻었다. 몇몇 인사들은 인사청문회를 통해 자질과 능력을 평가한다는 소식에 응시를 포기했다고도 전해진다.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도 많았다. 인사청문회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어 1차 청문회는 비공개로 진행돼 도민의 알권리가 제한됐으며 보좌 인력과 준비 부족으로 제대로 된 검증이 어려웠다는 것이다. 또한 생중계된 2차 청문회에서 후보자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을 기대했지만 비슷한 질문과 개인적인 부분에 몰입된 것 같다는 아쉬운 의견과 적격성 여부 판단이 아닌 통과의례로 그치지 않을까하는 우려도 있었다.
경기도 연정은 새로운 길을 만들어내는 만큼 많은 역경을 이겨내야 한다. 벌써 세 달째 사회통합부지사 자리가 공석에 있다. 남 지사는 부지사가 연정의 핵심이라고 여기고 야당에게 파견을 요구했지만 도의회 다수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부지사 파견을 반대하고 있다. 만약 야당의 부지사 파견이 무산된다면 연정은 반쪽짜리 성공밖에 되지 못한다.
또한 남 지사의 태도도 변하지 않으면 도의회와의 신뢰관계가 무너질 수 있다. 남 지사가 연정을 제안할 당시, 연정의 주체는 경기도와 도의회라고 했지만 정작 도의회가 아닌 새정치민주연합 경기도당에게 제안하고 협상한 태도는 아쉬움이 남는다. 또 남 지사의 공약사업인 ‘빅파이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위한 직원 선발과 예산을 도의회 보고와 교감 없이 집행한 태도는 연정을 추구하는 남 지사의 모습과 거리가 멀어 보인다.
그동안 우리가 보아왔던 정치 세계는 권력 다툼과 갈등이 가득했다. 과연 국민을 위해 일하러 온 자들이 맞나 싶을 정도로 자기 밥그릇 챙기기에 여념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 남 지사가 공약한 연정(聯政)은 서로 협력하고 통합하는 연합정치이다. 여야 할 것 없이 국민들의 나은 삶을 목표로 두고 그들이 힘을 모아 정책을 추진한다면 대한민국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들은 경기도민이 될 것이다. 듣기에도 느낌 좋은 연정, 앞으로 밝은 경기도를 희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