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비행쇼를 선보이고 있는 전투기들. ⓒ 공군 제공
서서히 캐노피가 닫히고 활주로로 나아가는 전투기,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린 파일럿과 함께 조국의 영공을 수호하기 위해 하늘로 날아오른다. 혹은 붉어진 석양을 배경으로 유유히 착륙한 파일럿이 헬멧을 옆구리에 끼고 복귀하는 모습, 말만 들어도 눈앞에 선하게 그림이 그려지는 듯하다. 그 이유는 1986년 개봉한 ‘탑 건’부터 시작하여 많은 영화들이 전투기를 조종하는 최전선 조종사들의 모습을 스크린에 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제로 영화 ‘탑 건’의 영향을 받아 대한민국의 영공을 방어하는 전투 조종사의 꿈을 키운 사나이가 있었다. 10월 9일부터 12일까지 ‘창공에 그리는 꿈과 희망’을 주제로 경기도 수원 공군기지에서 열리는 ‘공군과 함께하는 2014 경기항공전’에서 비행 계획을 감독하고 통제하는 비행통제 장교, 신천선 소령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1995년 공군 사관학교에 입학한 그는 1999년 소위로 임관, 16년째 전투기를 타며 대한민국의 하늘을 수놓았다. 특히 지난해 10월 서울에서 열렸던 항공우주 방위산업전시회인 아덱스(ADEX)와 부산 앞바다에서 열린 6.25 전승행사 등에서 관람객들에게 멋진 비행쇼를 선보였던 전투기 조종사 리더이기도 하다.
베테랑 전투기 조종사인 신천선 소령은 수 없이 자신의 몸을 짓누르는 중력가속도와 다른 직업에 비해 높은 생명의 위협에 노출돼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전투기 조종사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원동력에 대해 “우리나라에서 선호하는 ‘사’로 끝나는 직업 중 가장 돈을 적게 버는 직업이지만, 비행을 하며 파란 하늘을 바라볼 때 얻는 만족감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값어치를 지닌다. 이것이 조종간을 놓을 수 없게 하는 매력이자 원동력”이라고 설명했다.
공군과 함께하는 경기항공전에서 비행통제 장교를 맡고 있는 신천선 소령. ⓒ G-LIFE 제공
이러한 만족감을 조금이나마 국민들에게 알리고 싶어서였을까. 신 소령은 공군과 경기도가 처음으로 함께 개최하는 경기항공전에서 비행 계획과 통제 역할을 수행하는 비행통제 장교를 맡았다.
“영화로 생각하면 감독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어떠한 곡예를 선보일지, 또 전투기 편대의 역할을 정해주는 등의 역할을 맡게 되었습니다.”
그는 지금까지의 경기항공전이 민간 차원에서 진행한 아기자기한 매력의 소규모의 행사였다면 이번 항공전은 공군이 함께 주최하는 만큼 큰 스케일과 웅장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특히 그간 공개되지 않았던 새로운 프로그램과 이야기가 있는 에어쇼로 관객들의 흥미 유발과 더불어 친근하게 다가갈 계획이다.
또한 경기소방헬기에 탑승해 수원화성 성곽을 관람하거나 군 헬기를 타고 서해안을 둘러보는 체험비행, 수송기로 독립기념관까지 다녀올 수 있는 안보비행 등 단순 비행 체험부터 안보교육까지 곁들여진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들이 준비돼 있다.
한 국가를 방위하는 데는 육군의 전력만으로 부족하다. 과거의 전쟁이 지상군 전력 중심으로 이루어졌다면, 현재는 다양한 무기의 발달로 인해 미사일을 방어하고 가장 빠르게 적진에 당도할 수 있는 항공 방위의 전력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한 실정이다.
이렇듯 육군과 해군 못지않게 공군의 전력은 우리나라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국가의 영공을 방위하는 실제 전력이기 때문에 그 중요도가 높아가고 있다.
신 소령은 “이번 항공전을 통해 공군에 대한 관심을 고취시키고 나아가 항공 산업의 대중화를 이루는 첫 단추로 삼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공군을 두고 ‘대한민국을 지키는 가장 높은 힘’이라고 말한다. 우리나라의 하늘을 지키는 ‘높은 곳에서 활약하는’ 힘이기도 하지만, 우리나라를 지킬 수 있는 ‘가장 전력이 높은’ 힘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군에 대한 관심은 많지 않다. 오히려 전투기 소음 가해자로 낙인 찍고 비행장 이전을 요구하는 투쟁을 벌이기도 한다.
평소 공군에 무관심했거나 전투기 소음에 괴로웠다면 공군과 경기도가 함께하는 ‘경기항공전’을 관람해 보는 것이 어떨까. 어렸을 적 영화에서 보던 전투기를 몰기 위해 노력하고 마침내 꿈을 이룬 신 소령이 16년간 동고동락했던 하늘에 그려내고자 하는 공군의 중요함을, 그리고 공군 전투기들의 ‘멋’을 직접 보고 체험할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 될 것이다.
아울러 영화에 등장하는 전투기의 매력에 반해 파일럿이 된 신 소령처럼, 그가 기획한 항공전에서 멋진 전투기의 모습을 보고 어린 새싹들이 꿈을 키워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