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의 한울! 경성의 한울! 내가 어떠케 몹시 그리워 햇는지 모르는 경성의 한울! 이 한울에 내 몸을 날리울 때 내 몸은 그저 심한 감격에 떨릴 뿐이엇습니다. 경성이 아모리 작은 시가라 합시다. 아모리 보잘 것 업는 도시라 합시다. 그러나 내 고국의 서울이 아닙니까. 우리의 도시가 아니입니까. 장차 크게 넓게 할 수 잇는 우리의 도시, 또 그리할 사람이 움즉이고 자라고 잇는 이 경성 그 한울에 비행기가 나르기는 결코 1,2차가 아니엇슬 것이나 그 비행은 우리에게 대한 어떤 의미로의 모욕, 아니면 어떤 자는 일종 위협의 의미까지를 뛴 것이엇섯습니다. 그랫더니 이번에 잘하나 못하나 우리끼리가 깃버하고 우리끼리가 반가워하는 중에 우리끼리의 한몸으로 내가 날을 수 잇게 된 것을 나는 더할 수 업시 유쾌히 생각하엿습니다. 참으로 일본서 비행할 때마다 기두를 서천으로 향하고 보이지도 안는 이 경성을 바라보고 오고 십흔 마음에 가슴을 뛰노이면서 몃번이나 눈물을 지웟는지 아지 못합니다. <공중에서 본 경성과 인천>, 안창남, [개벽]
1922년 12월 10일. 지금의 서울인 경성에 ‘금강호’라고 이름 붙인 영국제 뉴포트 단발쌍엽 1인승 비행기 한 대가 날아올랐다. 비행기에는 기쁨과 슬픔이 서려있었다. 우리 민족 최초의 비행기 조종사라 불리는 안창남의 비행이었다.
안창남의 비행기는 여의도 간이비행장을 이륙한 뒤 경성의 하늘을 날았다. 당시 서울 인구의 6분의 1이 그 비행을 지켜보고 환호했다. 그는 조선의 영웅이었고 조선인들의 희망이었다. 그리고 1923년 1월 ‘개벽’에 <공중에서 본 경성과 인천>이라는 글을 실었다. 조국의 하늘을 나는 감격과 식민지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이 교차하는 글이다.
식민지 조선의 아픔이 담겨있던 비행이 있고 92년 뒤인 2014년. 조국의 영공을 수호한다는 기치 아래 많은 대한민국의 조종사들이 훈련에 임하고 있다. 92년 전에는 안창남 홀로 빼앗긴 조국의 하늘에서 슬픈 비행을 했지만 이제는 많은 대한민국의 조종사들이 당당하게 조국의 하늘을 수호하고 있다.
어느덧 대한민국의 공군력은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전력이다.
영국 항공업계 주간지인 ‘플라이트 인터내셔널’이 사이트를 통해 발표한 ‘2013년도 세계 공군력 발전 보고서’에 의하면 한국이 세계 공군력 7위로 선정되었다. 이제는 변방의 작은 국가도 아니고 유럽에서 가장 멀리 있다고 이름 붙여진 ‘극동’의 국가도 아니다.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동북아로 세계의 중심축이 이동하고 있다.
우리 민족 최초의 비행기 조종사였던 안창남은 단순히 비행기술을 배우고 그걸 보여주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이후 독립운동에 참여하고 대한민국의 미래가 될 조종사를 키우는 것에 온힘을 기울였다. 불의의 사고로 젊은 나이에 목숨을 잃었지만 그가 키워나간 꿈과 희망은 여전히 대한민국의 하늘에 아로새겨져 있으며 대한민국의 조종사들이 그 꿈과 희망을 이어가고 있다.
대한민국의 하늘을 지키는 공군 조종사 신천선 소령. ⓒ G-LIFE 제공
책상이 흔들린다. 소음 때문에 앞 사람의 말이 들리지 않는다. 진동과 소음은 ‘비행장에 왔구나’라고 다시 한 번 환기시켜주었다.
앞에 앉은 사람은 대한민국의 조종사 신천선 소령이었다. 신천선 소령은 ‘공군과 함께하는 2014 경기항공전’에서 에어쇼 비행을 감독하고 통제하는 비행통제 장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의 비행경력은 16년. 작년 10월 서울에서 열렸던 항공우주 방위산업전시회인 아덱스(ADEX)와 부산에서 열린 6.25 전승행사, 장교 임관식 등에서 전투기를 통해 비행의 아름다움을 선사한 리더 전투기 조종사이다.
그는 대구에 위치한 제11전투비행단 소속의 베테랑 조종사이다. 그러나 그를 만난 곳은 대구가 아닌 수원의 제10전투비행단에서였다. 그가 수원에 온 이유는 경기항공전의 에어쇼 준비 때문이다.
올해 ‘공군과 함께하는 2014 경기항공전’은 수원에 위치한 제10전투비행단 부내 내에서 개최된다. 이에 따라 민간인에게는 방문이 엄격히 제한된 비밀의 장소였던 수원비행장이 4일간 경기도민들에게 활짝 개방된다.
과거 경기항공전이 민간 주도의 행사였다면, 이번 행사는 공군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서 이루어진다. 그렇다면 경기항공전의 역사는 어떠했을까.
조선의 안창남이 보았다면 까무러칠 발전된 대한민국의 모습. ⓒ 공군 제공
경기항공전의 역사는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제레저항공전’이라는 명칭 아래 고부가가치 지식기반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는 항공레저산업의 성장 비전을 제시하고 항공레저 관광벨트를 조성하며 항공 여가 신상품 개발을 목표로 개최됐다. 그리고 2010년 ‘경기국제항공전’으로 행사명을 변경하여 2011년까지 이어왔다. 2012년에는 ‘경기안산항공전’이라는 새 이름으로 경기테크노파크 앞에서 성황리에 행사를 개최했으며 2013년까지 계속됐다.
이렇듯 항공전은 항상 안산에서 열렸고 민간과 지자체 주도의 행사였다. 그러나 올해는 개최지를 수원으로 옮기는 것과 동시에 군의 적극적인 주도로 이뤄지게 됐다.
신 소령은 이번 항공전에서 자신의 업무에 대해 “영화로 생각하면 감독이라고 볼 수 있다. 어떠한 곡예를 펼치고 전투기 편대의 동선과 상황을 만들어주는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의 항공전과 달리 공군의 힘과 스케일이 들어간 웅장한 모습을 선보일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신 소령이 감독을 맡고 있는 ‘공군과 함께하는 2014 경기항공전’에서 가장 큰 볼거리는 세계에서도 찬사를 아끼지 않는 대한민국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의 에어쇼다.
블랙이글은 2012년 영국 국제 에어쇼에서 디스플레이 부문 1위를 차지했고 같은 해 세계 최대 군사 에어쇼인 리아트(RIAT) 에어쇼에서 최고의 기량을 선보여 ‘더 킹 후세인 메모리얼 스워드’를 수상했다. 이번 항공전에서는 이착륙과 그라운드 퍼포먼스를 포함한 40분 풀타임 공연을 진행한다. 공중에서 태극 문양과 하트 모양을 그리는 퍼포먼스와 함께 창공으로 높이 솟았다가 폭포수처럼 수직으로 떨어지면서 8대가 따로따로 방향을 트는 아찔한 묘기 등이 연출된다.
또한 미국 곡예 비행팀 국가대표 ‘휴비 톨슨’과 헝가리 출신 곡예비행사 ‘졸탄 베레즈’ 등 해외 유수 비행단의 특별한 공연도 만나볼 수 있다.
에어쇼 외에 항공기 탑승 체험, 비행 시뮬레이션, 모형 비행기 제작 체험, 119 안전 체험 등 관람객 위주의 다양한 항공 체험도 마련되어 있다. 특히 경기소방헬기를 타고 수원화성 성곽을 관람비행 하거나 군 헬기를 타고 서해안의 바다 내음을 맡을 수 있는 비행 그리고 수송기를 타고 독립기념관을 다녀올 수 있는 다양한 체험 비행들이 준비돼 있다.
경기항공전은 관람 위주로 진행되는 다른 에어쇼들과 달리 관람객들이 직접 타보고, 만져보고, 느낄 수 있는 차별화된 항공체험을 제공한다.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는 결국 하늘에 달려있다. ⓒ 공군 제공
이렇듯 이번 항공전은 다른 비행 관련 행사나 과거 경기항공전과 비교할 때 규모와 구성면에서 차별화된다.
신 소령은 이번 항공전을 계기로 “공군에 대한 관심을 고취시키고, 나아가 인식이 낮은 항공 산업을 대중화 시킬 수 있는 첫 단추로 삼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92년 전 안창남은 조선의 하늘을 비행하면서 생각했을 것이다. 언젠가는 우리나라의 하늘에서 날아보고 싶다고. 하지만 그는 우리 민족이 해방되기 전 요절했다. 우리 민족 최초의 조종사인 안창남은 그렇게 사라졌지만 그가 꾸었던 꿈은 세대를 거쳐서 전달되고 있다.
이번 경기항공전은 우리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해줄 것이다. 암울한 식민지 조선에서 외국인 조종사의 비행을 보고 조종사의 꿈을 꾸었던 안창남과 영화에서 표현된 전투기의 아름다움에 반해 조종사가 된 신 소령처럼 비행기의 멋지고 아름다운 모습을 두 눈 가득 담으며 어린이들은 조종사에 대한 꿈을, 어른들은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키워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