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탄리역에 내리면 바로 눈에 띄는 연천시티투어 안내 팻말. ⓒ 권경미 기자
아담한 신탄리역 전경. ⓒ 권경미 기자
통일의 꿈을 싣고 달리는 DMZ 트레인. 기차 안에서 마주하게 되는 각 정차역은 저마다의 매력과 볼거리로 관광객들을 유혹한다.
그 어디를 둘러보아도 좋지만 오늘은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유구한 역사와 시간을 간직한 곳, 연천의 다양한 모습을 만나기 위한 여행이다. DMZ 트레인을 타고 도착한 신탄리역은 분단 이후 60여 년 동안 철도 종단점이었던 곳으로 ‘철마는 달리고 싶다’라는 푯말로 익숙한 곳이기도 하다.
간단한 점심식사를 마친 뒤 낮 12시30분, 역 앞에서 출발하는 연천시티투어 버스에 몸을 실었다. 연천시티투어의 첫 코스는 18m 폭포수가 장관을 연출하는 재인폭포였다.
폭포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문화관광해설사가 전하는 재인폭포의 전설을 듣고 있노라니 폭포의 모습이 더욱 기대됐다. 재인폭포에 얽힌 전설은 이러하다. 줄타기 광대 재인의 아내를 흠모한 고을 원님이 재인에게 폭포 절벽에서 줄을 타게 한 뒤 그 줄을 끊어 재인의 목숨을 앗아가자 재인의 아내는 거짓 수청을 들며 원님의 코를 문 뒤 자결했다. 이후 이 마을을 ‘코문리’라고 부르다 현재의 ‘고문리’에 이르게 됐다는 전설이다.
재인폭포의 현무암 주상절리. ⓒ 권경미 기자
하지만 실제로 눈앞에 마주한 재인폭포는 기대와는 달리 조금 아쉬움이 남았다. 가뭄이 계속되면서 물이 거의 없어 시원하게 쏟아지는 물줄기를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대신 현무암 주상절리로 이루어진 절벽을 볼 수 있었다. 눈앞에 펼쳐진 깎아지른 절벽을 보며 물이 시원하게 떨어질 때의 아름다운 경치를 상상하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전곡선사박물관에서 주먹도끼에 대해 설명하는 문화관광해설사. ⓒ 권경미 기자
전곡선사박물관에서 가장 눈에 띄는 인류 진화의 위대한 행진. ⓒ 권경미 기자
다음으로 향한 곳은 구석기인들의 기나긴 여정을 살펴볼 수 있는 전곡선사박물관이었다. 박물관을 향해 올라가다보면 양쪽 언덕을 자연스럽게 이어주는 은빛 곡면형 외형의 건물이 눈길을 끈다.
연천의 전곡리는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구석기 유적지로 유명하다. 임진강과 한탄강 두 강줄기를 따라 한반도의 첫 인류가 살았고, 그 흔적이 전곡리 유적과 주먹도끼라 할 수 있다. 학창 시절 국사 시간에 배웠던 인류 진화와 선사시대의 모습을 다시 떠올려보는 기회가 됐다.
숭의전 입구 전경. ⓒ 권경미 기자
숭의전의 500년이 넘은 보호수. ⓒ 권경미 기자
고려 4왕의 위패를 모신 숭의전의 전경. ⓒ 권경미 기자
조금 더 가까운 역사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숭의전으로 향했다. 입구에 들어서니 작은 약수터와 울창한 가로수가 있고, 500여년 된 느티나무가 듬직하게 지키고 서 있었다.
숭의전은 조선왕조가 고려왕조를 예우하기 위해 고려태조를 비롯한 4왕과 고려 16명의 공신 위패를 모시고 제사를 지낸 곳이다. 한국전쟁으로 전소됐다가 복구되어 제사를 이어오고 있다.
태풍전망대에 도착했음을 알리는 비석. ⓒ 권경미 기자
마지막으로 향한 곳은 가장 최근의 역사로 분단의 현실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는 태풍전망대였다. 이곳은 육군 제28사단에서 중면 횡산리에 건립했으며 휴전선까지는 800m, 북한 초소까지는 1600m 떨어진 북한과 가장 가까운 전망대이다.
전망대에는 군인들이 종교 집회를 가질 수 있는 공간들과 북녘에 고향을 두고 떠나온 실향민의 망향비 그리고 한국 전쟁의 전적비, 6.25 참전 소년전차병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전망대에서 유유히 흐르는 임진강과 푸르른 산의 때 묻지 않은 자연을 바라보고 있자니 변하지 않는 자연과 분단된 남북의 현실이 새삼스레 서글피 느껴졌다.
북한과 가까워 군부대가 많은 곳 정도로 알고 있던 연천이 이번 시티투어를 통해 좀 더 새롭게 다가왔다. 깨끗하고 푸르른 자연과 더불어 선사시대부터의 오랜 역사를 간직한 매력적인 곳이었다.
연천의 매력을 구석구석 다 알아가기에는 하루라는 시간도 짧아보였다. 좀 더 많은 시간이 주어진다면 연천의 평화누리길을 걸어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임진강을 따라 펼쳐진 아름다운 경치도 감상하고 지나간 역사를 다시 되짚어 보는 특별한 추억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