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 없는 감동 운동회’ 사진의 주인공인 제일초교 6학년 양세찬·심윤섭·이재홍·김기국·오승찬 군(위에서부터 시계방향). ⓒ 경기G뉴스 허선량
‘꼴찌 없는 감동 운동회’라는 사진 한장으로 네티즌의 마음을 사로잡은 주인공을 직접 만나보겠다며 경기도 대학생기자단이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를 찾았다.
13일 경기도 대학생기자단(이하 경대기) 성지훈(중앙대 4년), 양연주(단국대 3년), 허필은(단국대 4년) 씨가 찾은 화제의 현장은 용인시 양지면 제일초등학교. 이 곳에서 감동 운동회 주인공인 6학년 학생 네 명을 만날 수 있었다.
먼저 사진에 담긴 사연은 이렇다. 지난달 22일 제일초교 가을 운동회 달리기에서 6학년 2반 심윤섭, 양세찬, 오승찬, 이재홍 군은 연골무형성증을 앓는 친구 김기국 군과 손을 잡고 나란히 결승선을 통과했다. 달리기에서 한 번도 일등을 해본 적 없는 기국 군을 위한 친구들의 깜짝 배려였던 것. 이런 모습을 운동회에 참석했던 한 학부형이 사진을 찍어 인터넷에 올리자 ‘넷심(心)’이 폭발했다.
‘꼴찌 없는 감동 운동회’라며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사진이 올라 화제가 되자 각종 언론매체가 이들의 사연을 앞다퉈 다뤄 훈훈한 감동을 전했다. 경대기가 방문한 13일에는 용인교육지원청에서 다섯 아이들에게 선행 표창장을 수여하기도 했다.
지난 9월 22일 제일초교 가을 운동회의 달리기에서 6학년 2반 심윤섭·양세찬·오승찬·이재홍 군이 연골무형성증을 앓는 친구 김기국 군의 손을 잡고 나란히 결승선을 향해 가고 있다. ⓒ 용인 제일초교
이에 앞서 8일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이들의 사연을 접하고 제일초교의 홈페이지 자유게시판
(www.jeil.es.kr)에 “아이들의 배려의 마음, 친구들에게 고마워하는 기국이의 마음이 모두 느껴졌습니다”며 “뒤처진 친구 손을 꼭 잡고 함께 달리면 모두 1등일 수 있다는 것을 아이들은 어른보다 먼저 알고 있었네요. 아이들의 모습에서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라는 글을 직접 남겨 마음을 전했다.
이날 기자단을 맞은 홍정표 제일초등학교 교장은 “남경필 지사님이 도정으로 바쁘실 텐데 학교 홈페이지에 직접 글을 남겨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아이들의 훈훈한 이야기 뒷면에는 인성교육을 중시해온 이 학교만의 교육철학이 있었다. 제일초교의 학교 모토 ‘Dream & achievement’. 자신의 미래에 대한 꿈을 목표로 갖고, 성취하고, 그 다음에 나눠야 한다는 의미다.
전교생 260명인 제일초교는 1학년부터 6학년까지 6~8명으로 구성된 ‘의형제 활동’(등산, 식사)을 비롯해 자치공동체 ‘전교생 다모임’, 거문고·하모니카 등 음악 프로그램, 양심문방구 제도, 푸른숲 지키기 등의 인성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 8일 용인 제일초교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오른 남경필 경기도지사의 글. ⓒ 경기G뉴스
6학년 2반 아이들이 손을 잡고 같이 뛰게 된 것은 이재홍 군의 아이디어였다. 재홍 군은 “맨 처음 담임(정희옥 교사) 선생님이 기국이를 배려하는 일로 하면 어떻겠냐는 말에 친구들과 상의를 해서 같이 손을 잡고 달리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맞장구를 치며 “기국이와 우리에게 마지막 운동회였어요. 초등학교에서의 마지막 추억을 위해서 그랬죠.”라는 오승찬 군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폈다. 오승찬 군은 “이번 일이 예상치 못해서 기분이 얼떨떨하다”고도 했다.
반에서 이들 5인방만 유달리 친한 건 아니었다. 6학년 2반 18명 가운데 남학생 10명 전부가 점심시간이나 휴일에 축구를 하며 친하게 지냈다. 일명 ‘축구광’들이었다.
초등학교 6년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다섯 아이들은 일제히 “이번 운동회가 가장 큰 추억이 될 것”이라고 크게 외쳤다.
경기도대학생기자단이 용인 제일초교 ‘꼴찌 없는 감동 운동회’의 주인공들을 인터뷰하고 있다. ⓒ 경기G뉴스 허선량
운동회 날 친구들의 배려에 고마움의 눈물을 흘렸던 김기국 군은 “요즘 사회는 배려 없이 자기만 생각하는 것 같다”며 “달리기에서 순위도 중요하지만, 다른 사람을 생각하고 배려할 줄 아는 친구들의 마음에 많은 이들이 감동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에 1등은 한 번 했으니까 다음 번에 1등을 못한다고 해도 실망을 하지 않을 것 같다”는 김기국 군의 목소리는 우렁찼다.
이들을 취재한 경대기 허필은 씨는 “플라톤의 ‘국가’를 보면 철학과 교육이 이성적 교육방법론으로 쓰이는데, 화음과 자치공동체를 일컫는다”며 “제일초교에서 실시하는 음악, 공동체 프로그램이 아이들의 인성에 도움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성지훈 씨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은 것만으로도 좋았다”며 “기국이가 친구들이 기국이와 운동회에서 함께 걸어가는 사진을 보고 어떻게 저런 기특한 생각을 했을까 궁금했다. 요즘 그런 아이들이 드문 것 같다”고 말했다.
양연주 씨도 “안 좋은 뉴스보다 감동을 주는 뉴스가 마음을 훈훈하게 하는 것 같다”며 “기사로만 봤을 때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여기에 와 보니 이유가 있었다”고 말했다.
용인 제일초교 6학년 2반 학생들이 홍정표 제일초교 교장(윗줄 왼쪽에서 다섯 번째), 차혜숙 용인교육지원청 교육장(윗줄 왼쪽에서 여섯 번째), 정희옥 교사(윗줄 오른쪽에서 첫 번째)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경기G뉴스 허선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