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항공전 입구, 교통카드를 이용해 입장할 수 있어 매우 편리했지만 물품 검색은 필수이다. ⓒ 채주형 기자
지난 10월 9일, 공군과 함께하는 경기항공전이 수원 제10전투비행단에서 개막했다. 올해로 6회째를 맞이하는 행사답게 일찌감치 소식을 접한 많은 관람객들이 현장을 찾았다. 입장이 시작된 지 한 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현장은 만원사례를 이뤄 항공전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특히 한글날 공휴일을 맞아 가족단위의 관람객들이 자주 눈에 띄었다.
이번 항공전에서는 다양한 전투기는 물론 대한민국 육해공군의 첨단 무기, 헬리콥터와 주한미군의 보유기 등 다양한 전시와 체험이 함께 마련돼 인기를 끌었다. 특히 경기항공전의 메인 이벤트라 할 수 있는 대한민국 공군 특수비행단 블랙이글의 공연이 인기였다. 이 에어쇼를 보기 위해 항공전을 찾은 사람들도 많았다.
지상 장비 위에서 기념촬영 중인 관람객들. 날씨 때문에 줄이 더 길게 느껴졌다. ⓒ 채주형 기자
각 기관과 공군, 해병대, 주한미군, 경기도소방재난본부 등에서도 홍보부스를 마련하고 다양한 체험과 정보로 관람객들의 발길을 유도했다. 부스들 중에서도 가장 호응이 좋았던 것은 글라이더 만들기, 드론 체험 등 어린이들이 직접 무언가를 만들어 볼 수 있는 체험부스와 주한미군, 블랙이글의 기념품 판매대였다.
내부를 구경할 수 있는 군용 수송기나 전투기들도 인기가 있었지만 가장 사람들이 많이 몰렸던 사진 포인트는 역시 육상 장비들이었다. 해병대 수륙양용 차나 자주포, 장갑차 등에서 기념촬영을 하며 추억을 만드는 모습이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뙤약볕을 그대로 받거나 비행기가 만들어낸 그늘에서 휴식을 취할 수밖에 없었다. ⓒ 채주형 기자
많은 사람들에게 꿈과 추억을 선사한 행사였지만 세세한 배려가 아쉬웠던 부분도 있었다.
더위와 햇빛을 피할 수 있는 휴게시설이 부족했던 것. 그늘을 찾던 관람객들은 급기야 체험관 천막 아래나 전시 중인 장비 아래에 자리를 펴 행사 진행에 불편을 주기도 했다. 이마저도 놓친 관람객들은 뜨거운 아스팔트 바닥 위나 뙤약볕 아래에서 더위와 싸워야 했다. 또 음료수를 구입하려 해도 대기하는 줄이 너무 길어 발길을 돌리는 사람들이 여럿이었다.
블랙이글의 멋진 곡예비행. 하지만 태양을 등지고 비행하는 바람에 집중이 힘들었다. ⓒ 채주형 기자
블랙이글의 공연 등은 강렬한 햇빛 때문에 선글라스를 착용하고도 감상이 어려웠다. 시간대를 달리했다면 에어쇼 감상에 불편이 없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았다.
매점을 이용하기 위해 길게 늘어선 줄. ⓒ 채주형 기자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블랙이글의 에어쇼가 끝나자 상당수의 관람객들이 일시에 퇴장하는 바람에 정체 현상을 빚었다. 입구보다 현저히 적은 출구가 만들어낸 문제였다. 또 정해진 시간마다 한 대씩 오는 셔틀버스는 몰려드는 퇴장객들을 감당하기에 역부족이었다. 더위를 피하며 버스를 기다릴 수 있는 공간도 부족해 이 일대는 셔틀버스를 타려는 긴 줄의 행렬로 마비가 올 지경이었다. 행사장 바로 옆 1호선 세류역은 입구 밖에서부터 인원이 가득 차 움직일 수조차 없었다. 항공전 홍보에서 대중교통 이용을 강력 추천했는데 대중교통이 오히려 큰 불편을 초래한 형국이었다.
부대 밖 세류역 상황. 사람들이 너무 몰려 지하철 역사에조차 들어가기 힘들어 보인다. ⓒ 채주형 기자
어떤 행사나 페스티벌이건 한번 찾은 관람객들을 다음 해에 또 오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이날 항공전에서 발생한 혼잡과 불편은 과연 내년을 기약하게 할까? 이 모든 것이 주최 측의 잘못만은 아니지만 관람객들이 한꺼번에 퇴장하는 상황을 예상하고 행사장 내에 휴게시설을 충분히 확보했다면 문제는 줄어들었을 것이다.
반면 교통카드 결제 등을 통한 신속한 발권과 입장, 군인들의 체계적인 안내 등은 그간의 내공을 엿볼 수 있을 만큼 훌륭했다.
다음 행사에서는 사소한 문제 때문에 더 큰 장점들이 가려지지 않도록 만반의 준비를 통해 더욱 완벽하고 훌륭한 항공전으로 거듭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