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운동회가 펼쳐졌던 제일초등학교 운동장.](https://gnews.gg.go.kr/OP_UPDATA/UP_DATA/_FILEZ/201410/20141015081631449096989.jpg)
감동운동회가 펼쳐졌던 제일초등학교 운동장. ⓒ 허필은 기자
지난 6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세상을 감동시킨 사진과 사연이 올라왔다. 9월 22일, 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한 제일초등학교에서 열린 가을운동회의 사진이 그것이다. 사진에는 다섯 명의 어린이가 모두 손을 잡고 달리기를 하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사연은 이렇다. 연골무형성증으로 달리기가 힘들어 매일 경주에서 꼴찌를 하는 김기국 군을 위해 같은 반 친구들이 깜짝 이벤트를 계획한 것. 같이 손을 잡고 달린 제일초등학교 6학년 2반의 심윤섭, 양세찬, 오승찬, 이재홍 군은 친구를 위해 1등도 꼴찌도 없는 감동운동회를 준비한 것이다. 주인공들은 담임인 정희옥 교사와 함께 지난 10일 용인시청에서 선행시민 표창을 받는 등 사회적으로 이목을 끌고 있다.
“감동운동회 같은 일은 다반사죠”
![제일초등학교 홍정표 교장이 제일초등학교의 교육 목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https://gnews.gg.go.kr/OP_UPDATA/UP_DATA/_FILEZ/201410/20141015081631455992919.jpg)
제일초등학교 홍정표 교장이 제일초등학교의 교육 목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허필은 기자
지난 13일, 감동운동회 주인공들을 인터뷰하기 위해 찾아간 제일초등학교는 용인시 양지면 중에서도 자연 속에 위치한 작은 학교였다. 기자단을 제일 먼저 반겨준 사람은 홍정표 교장이었다. 홍 교장은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감동을 받아 학교 홈페이지에 글을 남겼다며 “바쁘신 와중에도 시간을 내서 글을 남긴 남 지사에게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홍 교장을 통해 알게 된 제일초등학교의 교육 방법은 일반적인 학교와는 많이 달랐다. 홍 교장은 “우리나라 교육 목적 자체가 홍익인간인데 대부분 그것들을 잊고 있는 현실이다”고 입을 열며 “꿈꾸고 성취하여 그것을 다른 사람과 나누게 하는 것이 우리 학교의 교육 목적”이라고 소개했다. 이를 위해 제일초등학교는 특별활동 및 방과 후 학습 등 정규 커리큘럼 외적인 활동에 무게중심을 두었다. 성적 위주의 공부보다는 인성 교육을 강조하는 것이다.
홍 교장은 “의형제 프로그램, 다모임 프로그램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전교생이 서로 가족같이 지내고 있다”고 말하며 학교의 분위기를 설명했다. 또 “음악 소리 또한 끊이지 않는데 예술을 통한 인성 교육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인성 교육으로 인해 제일초등학교에서는 감동운동회 같은 일들이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다. 아이들은 일상 속에서 서로 배려하고 있었다.
교육 공장이 아닌 진정한 교육 공동체, 제일초등학교
![조회에서 표창장을 수여받는 감동운동회 주인공들.](https://gnews.gg.go.kr/OP_UPDATA/UP_DATA/_FILEZ/201410/20141015081631459549803.jpg)
조회에서 표창장을 수여받는 감동운동회 주인공들. ⓒ 허필은 기자
감동운동회 또한 아이들의 자발적인 기획이었다고 밝힌 홍 교장은 “훌륭한 선생님들의 지도 아래 아이들의 인성도 훌륭하게 자라나는 것 같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함께 자리한 경기도용인교육지원청 차혜숙 교육장은 홍 교장의 말에 “요즘 인성 교육이 얼마나 필요한지를 절감하고 있다”며 “제일초등학교야말로 꿈의 교육을 하는 꿈의 학교”라고 동의를 표했다. 또한 차 교육장은 “모두가 주인 의식을 가진 제일초등학교는 교육 공장이 아닌, 소통이 가능한 진정한 교육 공동체”라고 칭찬했다. 더불어 감동운동회 주인공들에 대해 뿌듯해하면서도 “순수한 아이들의 행위가 정치적으로, 또 사회적으로 이용되지 말아야 할 것”이라며 아이들이 주목받는 현상에 대해 우려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어 진행된 조회에서는 감동운동회 주인공들에 대한 표창장 수여식이 열렸다. 차 교육장은 훈화를 통해 “제일초등학교는 공부도, 인성도 모두 제일인 용인의 자랑거리”라고 학생들을 칭찬하며 제일초등학교에서 일어난 작은 일이 용인으로, 경기도로, 전국으로, 또 외국으로 뻗어나가 이슈가 되고 있음을 알렸다. 차 교육장은 “여러분들이 대한민국을 이끌 인성을 갖춘 사람들”이라고 전하며 훈화를 마쳤다.
“기국이는 평범한 친구!”
![감동운동회 주인공들이 기쁜 표정으로 표창장을 자랑하고 있다.](https://gnews.gg.go.kr/OP_UPDATA/UP_DATA/_FILEZ/201410/20141015081631457879153.jpg)
감동운동회 주인공들이 기쁜 표정으로 표창장을 자랑하고 있다. ⓒ 허필은 기자
감동운동회 주인공들의 표정은 천진난만했다. 갑자기 주목을 받는 것에 우쭐해하지도 않았고 그저 평범한 일상을 지내는 모습이었다. 오 군은 오히려 “갑자기 주목을 받아 얼떨떨하다. 그저 평소처럼 똑같이 한 것뿐인데 왜 이슈가 되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며 당황스러움을 표현했다. 김 군이 어떤 친구냐는 질문에 “기국이는 평범한 친구일 뿐이다”라고 답하기도 했다.
달리기 경주도 경쟁인데 이기고 싶지 않았냐는 질문에는 모두가 아니라고 대답했다. 오 군은 “별 생각이 없다”고 천진난만하게 말했으며 “기국이와 우리의 초등학교 마지막 운동회이기 때문에 다같이 1등을 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이 군 또한 “기국이를 배려할 아이디어를 생각한 결과 모두 같이 손을 잡고 달리기를 하자는 의견이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들은 전반적인 학교생활에 대해 소개했다. 학교의 모의화폐, 의형제 프로그램 등을 자랑하며 “친구들은 모두 다 친하기 때문에 의견 차이도 많이 나지 않고 싸우지도 않는다”고 말해 교육 공동체로서의 제일초등학교의 모습을 다시 한 번 부각했다. 선생님에 대해서도 이 군은 “재미있고 활발하시고 친구 같다”고 말했다. 이에 양 군은 “어떤 때는 너무 혼을 내서 무서울 때도 많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마지막으로 김 군은 “요즘 사회에서는 경쟁을 강조하고 자기만 생각하는데 자기보다 남을 배려하는 모습에 모두들 감동한 것 같다”고 말하며 “감동운동회가 초등학교를 졸업하기 전 마지막 추억이 될 것 같다”고 일상적이지만 특별한 운동회를 경험한 것에 자랑스러워했다.
플라톤의 교육이 실현되는 곳
![차혜숙 경기도용인교육지원청 교육장, 홍정표 제일초등학교 교장, 정희옥 담임이 6학년 2반 학생들과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https://gnews.gg.go.kr/OP_UPDATA/UP_DATA/_FILEZ/201410/20141015081631456281315.jpg)
차혜숙 경기도용인교육지원청 교육장, 홍정표 제일초등학교 교장, 정희옥 담임이 6학년 2반 학생들과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 허필은 기자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은 <국가>라는 저서에서 교육에 대한 언급을 한 바 있다. 플라톤은 국가를 다스리는 치자의 교육은 공동체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정한 부모의 자식으로서가 아닌 공동체 전체의 자식으로서 어린아이들을 교육하고, 어른들은 그런 아이들을 모두 자신의 자식처럼 여겨야 한다는 것이다.
어쩌면 플라톤이 주창한 교육 공동체가 지금 제일초등학교에서 실현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전교생이 모두 가족같이 지내는 제일초등학교의 분위기는 플라톤이 바라던 이상적인 분위기와 일치한다. 학생들을 자신의 자식처럼 여기는 교사들의 모습, 친구들을 모두 가족같이 여기는 아이들의 모습은 플라톤이 강조한 그것과 같다. 더불어 제일초등학교에서 실시하는 인성 교육과 음악을 통한 교육 또한 플라톤의 교육 방법론과 유사한 측면이 많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인문학 열풍은 취업 시장이 아닌 제일초등학교와 같은 교육의 장에서 불어야 하는 것이 정상이다. 사회는 단순히 인문학적 소양을 지닌 인재를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다. 인문학적 인성을 지닌 인재를 필요로 하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제일초등학교에서 열린 감동운동회와 그 감동운동회가 펼쳐질 수 있었던 제일초등학교의 교육은 우리로 하여금 자신을 되돌아보게 한다. 감동운동회는 제일초등학교의 일상으로 그쳐서는 안 되고 우리 사회 전반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 감동운동회가 특별한 일로 주목받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