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북소리 홍보 포스터와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의 외관 ⓒ 이다솔 기자
지난 10월 3일부터 12일까지 파주출판도시에서는 ‘파주북소리 2014’가 개최되었다.
파주출판도시는 세계적으로 유일하게 국가에서 지정한 출판문화단지이며, 출판의 전 과정을 살펴볼 수 있는 출판산업의 집약지다. 출판과정 이외에도 갈대샛강과 습지 등 자연을 그대로 보존한 환경 생태도시이자 한국의 건축문화를 볼 수 있는 건축도시이기도 하다. 파주출판도시는 이정표, 벤치 하나에도 디자인적 가치를 부여하고 ‘책과 사람, 문화와 자연이 어우러진 공간`을 만들고자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올해로 3번째를 맞이한 ‘파주북소리 2014’는 올해에도 저명한 인사들과의 만남, 다채로운 체험, 전시프로그램, 조형예술 등 다양한 모습을 준비했다. 10일간 진행된 행사는 전시, 인문학 프로그램, 관객참여프로그램, 공연프로그램, 북마켓, 지식난장 등으로 구성되었다.
파주출판도시에서 눈길을 끄는 ‘지혜의숲’은 파주출판도시에서 볼 수 있는 가장 큰 도서관으로 1, 2, 3 구역으로 나뉜다. 1구역은 국내 학자, 지식인, 전문가들이 기증한 도서가 소장된 공간이며, 책을 기증한 사람들의 삶을 보여주는 공간이다. 기증자의 연구분야에 따라서 문학, 역사, 철학, 예술 등 다양한 분야의 도서를 만나 볼 수 있다. 구역2와 3은 출판사 기증도서 코너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출판사들이 출판한 책들이 소장되어 있다. 이곳에서는 각 출판사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다. 지혜의 숲은 어린이가 읽을 수 있는 책부터 성인이 읽을 수 있는 책까지 종류와 분야가 다양한 책이 마련돼 있다.
◇ 과거의 책과 시대를 느끼다
인간의 가장 위대한 문화유산인 ‘문자’를 느껴보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7인7색 고서들’이라는 제목의 전시도 만날 수 있었다. 이 전시는 문자의 미학과 책의 존엄을 새롭게 인식하자는 목적으로 기획되었다.
한국, 중국, 일본의 역사논쟁이 한창인 시점에서 중요한 사료라고 볼 수 있는 광개토대왕비문의 미공개 탁본을 볼 수 있었으며, 조선시대의 <월인석보>, 현대문학인 <혈의누>, <진달래꽃> 그리고 <채색대동여지도> 세상에서 가장 큰 책과 작은 책이 전시되었다. 그 밖에도 1910년도의 어린이 책과 잡지, 동서양의 고서들을 볼 수 있었다.
디자인북 아트북 일러스트레이션 전시 ⓒ 이다솔 기자
◇ 현대미술∙시대에 맞게 변화하는 책을 만나다
‘지혜의 숲’에 있는 이벤트홀에서 진행된 ‘책에 관한 모든 것’은 책이라는 공통된 주제를 가진 프로그램들을 묶어 전시했으며, 외서, 고서, 디자인북, 아트북, 전자책, 오디오북, 일러스트레이션 등 다양한 콘텐츠를 만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문뽀, 조안나, 김옥, 신은경, 소랭이 등 일러스트 작가 16명이 여행지에서 추억을 담은 일러스트레이션 전시 ‘여행의 추억’과 아시아의 역사를 담은 ‘동서양의 스토리’ 등도 눈길을 끌었다.
또한 ‘파주북어워드’에서는 각 분야 수상작품들도 전시했다. ‘파주북워어드’에서 저작상은 거자오광, 기획상은 야마모토 토루, 출판미술상에는 왕즈홍, 특별상에는 김남주 시 전집이 상을 받았다.
현장에서는`끝과 시작`이라는 주제가 표현된 다양한 현대미술품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이번 현대미술 프로젝트에는 설치미술가 백남준, 강익중, 이불, 재일작가 등 국제적 명성을 지닌 국내외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되었다. 작품들은 파주출판단지 곳곳에 전시되어 있어 찾아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 문학에 한 발 더 다가가는 시간
이번 축제 기간 중 매일 오후 2시 김동수 가옥 별채에서 열리는 ‘2시 인문학’에는 많은 연사들이 참석했는데 폐막식 날에는 ‘한글과 멋글씨 그리고 책’이라는 주제로 강병인 글씨예술가가 관객들과 소통하며 강연을 진행했다.
대표적인 순수문학 장르 중 하나인 ‘시’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시인이 읽어주는 가을’도 진행되었다. 9일부터 12일, 약 3일 동안 약 80여 명의 시인들이 출판도시 한옥에 마련된 특별 부스 안에서 독자와의 만남, 시 낭송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12일 날에는 김경주, 김장, 김요일, 김이듬, 문성해 시인 등시인들과의 만남이 진행되었다.
2013년에 이어 2년째 진행되는 ‘파주 북소리 글짓기 한마당’은 글쓰기에 어려움을 느끼거나, 글쓰기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을 위해 마련된 프로그램이다. 올해는 안도현 시인의 ‘창의적인 글쓰기가 세상을 바꾼다’라는 주제의 강의를 듣는 시간을 가졌다. 안도현 시인은 “문학과 같은 예술은 선천적인 기질도 중요하지만 열정과 노력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의가 끝난 후에는 ‘책과 나’라는 주제로 직접 글을 써본 뒤 10인의 멘토들과 만나는 시간이 주어졌다. 12일에는 김은경, 박성우, 박찬세, 황현진, 최형미 등의 멘토들에게 직접 첨삭을 받고 지도를 받는 시간이 이어졌다.
야외무대와 체험프로그램 설치모습 ⓒ 이다솔 기자
◇ 양손 가득 책을 가져갈 수 있는 `북마켓`, 음악과 책의 어울림도 즐겨
출판사에서 30~50% 저렴한 가격에 책을 판매하는 ‘북마켓’도 열렸다. 국내외 도서뿐만 아니라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다양한 연령대를 위한 책들이 판매되고 있었다. ‘북마켓’은 각 출판사 및 책방 그리고 야외특설무대 옆에 설치되어 있어 많은 관광객들의 발길이 오고 갔다.
야외무대에서는 개막식을 시작으로 책문화 거리 퍼레이드, 러시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10cm와 김예림의 무대 등을 만나볼 수 있었다. 12일에는 ‘파주북소리북콘서트 - 음악과 책의 소리’라는 제목으로 포지션과 원모어찬스가 무대를 꾸몄다.
전시 공연 이외에도 활판공방에서 직접 활판을 보고 체험해 볼 수 있고, 도예 체험, 책 만들기, 다이어리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부스도 진행되고 있었으며, 폐막식 날인 12일에는 카카오톡 글짓기대회와 현장 글짓기 대회가 펼쳐져 많은 사람들의 참여를 이끌어냈다.
이날 ‘파주북소리’를 방문한 김혜주(수원시) 씨는 “다양한 책들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어서 좋았고, 저렴한 가격에 책을 구입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말했다. 또한 “평소에 책을 잘 읽지 않았는데 이곳에 오고 책을 좀 더 가까이 두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덧붙였다.
TV와 스마트 폰에 둘러싸여 책을 접할 기회가 줄어드는 요즘, 독서에 계절인 가을에 ‘파주출판도시’를 방문해 책 한 권 읽어보는 건 어떨까. 그리고 ‘파주북소리 2014’ 기간을 놓친 이들에게는 더 풍성한 모습의 ‘파주북소리 2015’를 기약해 보는 것도 추천한다.
경기도에서는 가을을 맞아 이천쌀문화축제, 수원화성달빛동행 2014, 제22회 연천전곡리구석기축제 등 가을날을 만끽할 수 있는 축제들이 연이어 개최돼 추억 만들기에 일조할 에정이다. 경기도의 가을축제를 더 만나고 싶다면 경기관광포털(http://www.ggtour.or.kr/)을 참고하는 것도 좋은 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