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신작무대인 경기도립극단의 ‘매화리 극장’을 보기 위해 자리한 관객들. ⓒ 천한얼 기자
재단 출범 10주년을 맞이한 경기도문화의전당이 ‘2014 경기도립예술단 페스티벌’을 개최 중이다. 지난 8일 ‘오프닝 콘서트’를 시작으로 18일까지 열흘간 진행되는 이번 페스티벌에서는 경기도문화의전당 산하의 순수 공연예술단체인 경기도립극단, 경기도립무용단, 경기도립국악단,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경기팝스앙상블 등 5개 예술단이 각각의 신작을 선보이는 중이다.
페스티벌은 ‘10년의 사랑, 100년의 설렘’이라는 주제 아래 5개 예술단의 따끈한 신작과 더불어 다양한 레퍼토리를 모아 무대를 꾸민 ‘페스티벌 갈라나잇’, 예술적 탐구와 실험이 돋보이는 ‘디아티스트’ 등 색다른 무대도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공연 30분 전 제작자와의 소통을 통해 작품의 이해를 돕는 ‘로비토크’, 무대감독과 함께 무대 뒤 비밀 공간을 들여다볼 수 있는 오픈하우스 ‘봉인해제’, 지난 10년간 도민과 함께 숨 쉬어온 감동을 그려낸 특별전시인 ‘10주년 기념전’ 등 곳곳에 준비된 이색 프로그램으로 문화예술에 흥미를 더한다.
우리의 이야기를 작품에 담아내 온 경기도립극단
이번 페스티벌은 지난 8일과 9일, 이틀 동안 경기팝스앙상블이 준비한 ‘오프닝 콘서트’를 통해 축제의 시작을 알리고 10주년의 기쁨을 나눴다. 누구나 무료로 즐길 수 있는 야외 공연장 썬큰무대에서 열린 콘서트는 원영조 단장이 주축이 된 경기팝스앙상블의 재즈 콜라보레이션이 돋보이는 무대로 꾸며졌다.
이어 모두가 고대한 페스티벌의 첫 신작 무대는 경기도립극단의 연극 ‘매화리 극장’이 장식했다. 9일부터 12일까지 경기도문화의전당 아늑한 소극장 무대에서 펼쳐진 연극 매화리 극장은 시대의 아픔을 이야기 하는 이양구 작, 고선웅 연출로 연극과 현실의 경계를 허무는 무대를 선보였다.
매화리 극장의 이수민 제작PD가 로비토크를 통해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 천한얼 기자
경기도립극단은 우리 삶에 대한 이야기를 보다 성숙하고 진솔하게 담기 위해 노력해왔다.
이번 매화리 극장 제작을 맡은 이수민 PD는 공연 전 로비토크를 통해 “모든 예술은 사회문제를 담고 있다. 이번 작품에는 망각으로 인해 5년을 주기로 반복되어 일어난 사회적 문제를 녹여놨다”고 밝힌 뒤 “한국 사회가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우리 사회가 보지 못했던 문제들이 이제야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어떤 문제가 일어났을 때 처음의 관심뿐만 아니라 지속적이고 마무리될 때까지의 관심이 중요하다”며 연극을 보면서 우리에게 일어나는 사회문제를 잊지 말 것을 당부했다.
매화리 극장은 아파트가 들어서게 되면서 강제 철거당하는 마을을 배경으로 한다. 그리고 마을에는 강제 철거 과정에서 피해를 당하고 떠나간 사람들을 기억하기 위한 극장이 만들어진다. 아파트가 지어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파트 4층까지 매몰되는 산사태가 발생해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게 된다. 극장은 주민들의 임시 대피소로 사용되고 유족들은 사고를 당한 이들의 유품을 극장에 기증한다는 줄거리다.
페스티벌의 관객 겸 기자로 매화리 극장을 감상한 소감은 부끄럽고도 강렬했다.
‘연극과 현실의 경계를 허문다는 것이 과연 무엇일까’에 대한 호기심은 금방 해소됐다. 연극은 언제 시작되었는지도 모르게 시작되었고 배우들은 관객 뒤에서 또는 왼쪽 통로에서 등장하기도 하며 무대를 바라보는 것만이 아닌 바로 우리 옆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인 듯한 기분이 들게 했다.
경기도문화의전당 아늑한 소극장에서 꾸며진 연극 ‘매화리 극장’. ⓒ 천한얼 기자
신축 아파트 때문에 강제로 화를 입은 마을 사람들 그리고 산사태와 대피소로 쓰이는 극장을 배경으로 한 연극은 결코 밝은 내용이 아니었다. 매화리 극장의 장면과 대사마다 우리 주변에서 일어났던 아픔들을 상기시켰고 그걸 인지한 기자는 부끄러웠다.
분명 우리 사회에서 일어났었던, 알고 있는 아픔이었다. 뜻하지 않았고 잘못하지 않았지만 피해를 당하는 그들, TV나 신문, 인터넷에 나온 그들을 알지만 방관했고 잊었다. 이유는 내 일이 아니니까. 기자는 연극을 보았지만 현실을 보았고 그 현실은 연극과 같았다. 이는 곧 연극과 현실의 모호함에 대한 증명이었다.
예술을 보고 즐기며 현실을 인식하고 돌아볼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대단하고 아름다운 현상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기자는 단순히 취재를 위해 참석한 자리였지만 아직까지도 자신을 되돌아보게 하는 뜨거운 무언가를 배우고 왔다.
기자처럼 강렬한 무대에 매료되고 싶다면 경기도민과 함께 숨 쉬는 경기도립예술단 276명의 무대가 준비되어 있는 ‘2014 경기도립예술단 페스티벌’의 문을 두드려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