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경기도 나눔대축제가 열린 경기도 수원의 만석공원. ⓒ 양연주 기자
올 여름 전 세계는 물론 대한민국 전역이 ‘아이스 버킷 챌린지(Ice Bucket Challenge)’로 떠들썩했다. 아이스 버킷 챌린지는 루게릭병(근위축성 측색 경화증·ALS)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고 기부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시작된 운동으로 참가자는 얼음물을 뒤집어 쓴 후 3명을 지목해 참여를 요청한다. 지목받은 인물은 24시간 내에 얼음물 샤워를 하거나 100달러를 ALS 협회에 기부해야 한다.
처음에는 정치인, 연예인 등 유명 인사들 위주로 행해졌던 운동이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급속히 퍼져나가면서 일반인들에게까지 하나의 유행이 되었고 기존의 기부·나눔 문화와는 다른 형태로 등장해 말도 많고 논란도 있었지만 20일간 국내 참가자 4000명 돌파, 총 기부액 2억 원이라는 기록을 세우며 성공적으로 끝마치게 되었다.
이번 아이스 버킷 챌린지 성공사례는 기부문화에 있어 유명인의 참여도가 얼마나 큰 파급효과가 있는지를 보여주었으며 기존의 딱딱하고 통상적인 기부문화, 나눔 운동에서 벗어나 재미있고 유쾌한 이벤트로 사회적 기부금을 모으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함을 보여줬다.
최근 이러한 아이스 버킷 챌린지 못지않게 재미있고 쉽게 참여할 수 있는 행사가 개최됐다.
도민들이 나눔대축제 개막식 행사를 관람하고 있다. ⓒ 양연주 기자
지난 11일 수원 만석공원에서 열린 제2회 경기도 나눔대축제가 바로 그것이다. 나눔대축제는 도내 나눔 실천 기관·단체들이 다양한 나눔체험의 장을 마련해 나눔 문화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훈훈하고 따뜻한 사회풍토 조성을 위해 열렸으며 경기도뿐만 아니라 서울, 부산, 대구, 인천, 울산, 광주 등 전국 10개 시·도에서 동시에 개최됐다.
후원사인 농협에서 총 성금 2500만 원을 기부했다. ⓒ 양연주 기자
박수영 경기도 행정1부지사, 이경학 경기도 사회복지협의회장, 조재록 농협경기지역본부장, 김기호 경기도 장애인복지단체연합회장 등 내빈과 시민 10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이 날 행사에서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자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탁구코치인 유승민 선수와 래퍼가수 키썸이 경기도 홍보대사로 위촉됐다.
유승민 선수는 “평소 나눔과 기부문화에 관심이 많았고 혼자서 이것저것 해봤지만 꾸준히 실천하는 게 쉽지 않았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더 앞장서서 열심히 나눔을 실천하고 저를 통해 많은 분들이 알게 되어 함께 동참했으면 좋겠다”는 기대와 포부를 밝혔다.
유 선수는 이날 공식행사 후 별도로 진행된 인터뷰에서 경기도 대학생 기자단과 같은 학생들이 실천할 수 있는 나눔에 대해 “나눔이란 게 꼭 금전적, 물질적인 것으로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전공이나 적성을 살려 재능기부를 하는 것도 하나의 나눔이니 방학과 같은 시간을 잘 이용해 나눔을 실천하길 바란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나눔걷기대회에서 만석거 둘레길을 걷고 있는 시민들. ⓒ 양연주 기자
개막행사가 끝난 뒤 내빈과 유승민 선수, 키썸은 도민과 함께 ‘나눔걷기대회’에 참여했다.
약 1000여명이 나눔걷기대회에 참가했다. ⓒ 양연주 기자
나눔걷기대회는 한 사람이 총 1300m의 만석거 둘레길을 완주시 후원사인 농협에서 1만 원의 무한돌봄 성금을 기부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이날 대회에는 총 1000여명의 도민이 참여해 성금 1000만 원이 모였다.
만석거 둘레길 표지판. ⓒ 양연주 기자
이날 걷기대회 참가자들은 운동도 하고 기부도 하는 이색적인 경험을 했다. 재미있고 이색적인 나눔 이벤트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SHOOT FOR LOVE’ 게임에 참여하는 도민들. ⓒ 양연주 기자
‘SHOOT FOR LOVE’라는 이름의 축구 부스에서는 도민이 1골을 성공할 때마다 후원사인 삼성카드에서 도내 소아암 환자에게 5000원씩 기부하기로 해 많은 사람들의 참여와 호응을 끌었다. 이밖에도 장애체험을 비롯한 다양한 체험과 함께 기부도 할 수 있는 부스가 마련돼 놀이와 체험, 기부가 결합된 형태로 나눔의 기쁨을 주었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김교회(경기도 광주시 경안동) 씨는 “무한돌봄센터에서 근무하는데 오늘 출근이 바로 이 행사에 참여하는 것이었다”며 “처음에는 단순히 업무의 연장이라 생각했는데 뜻 깊고 보람 있어 다음에도 또 오고 싶다”고 말했다.
배현민(수일초5), 김나현(수일초5) 학생도 “집 근처에서 행사를 한다고 해서 친구들과 함께 놀러왔는데 재미있고 나눔에 대해서도 알 수 있어서 좋았다”며 이번 행사가 단순한 나눔·기부 행사로 끝난 것이 아니라 느끼고 즐기는 참여를 통해 나눌 수 있는 뜻 깊은 행사였음을 보여줬다.
오늘보다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도민들이 꽂은 바람개비가 바람에 날리고 있다. ⓒ 양연주 기자
오랜 전통이 있는 클래식 장르들이 문턱을 낮춰 대중화된 예처럼 문화현상은 그것을 향유하는 대중에게 다가가기 위해 스스로 꾸준히 변해왔다. 아무리 좋은 문화도 대중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면 있으나 마나이다.
기부나 나눔 문화도 마찬가지이다. 아무리 뜻 깊고 좋은 취지의 나눔도 대중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고 참여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아이스 버킷 챌린지와 같은 획기적이고 새로운 캠페인이 우리의 기부문화와 나눔 문화를 바꿨듯이 시대의 변화에 따라 재미와 감동을 결합한 기부문화와 나눔 문화가 우리 사회에 널리 퍼져 소외·취약계층에게 희망을 줄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