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떠한 분야의 최고 경지에 이른 사람을 소개할 때 우리는 종종 무대 위 스포트라이트에 비유하곤 한다. 그리고 공식처럼 등장하는 표현 중 하나가 바로 화려한 조명에 가려진 무대 뒤에서의 숨은 노력들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대 뒤의 노력보다 화려한 무대 위의 이야기에만 관심을 기울인다. 그래서 우리가 두 시간 남짓 감상하는 화려한 무대에는 직접 무대 위에 오르는 공연자뿐만 아니라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들어가 있다는 사실, 공연이 펼쳐지는 그 순간에도 무대 뒤에서 분주히 움직이는 수많은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간과할 때가 많다.
허나 관객들이 무대 뒤편을 간과하게 된 배경에는 물론 근본적인 무관심도 있겠지만 평소 무대 뒤편을 볼 수 있는 기회 자체가 드문 탓도 있다.
경기도문화의전당은 재단 출범 10주년을 맞아 경기도립예술단 페스티벌을 개최했다. ⓒ 박경환 기자
이에 경기도문화의전당은 재단 출범 10주년을 기념하여 개최한 경기도립예술단 페스티벌에서 14일부터 16일까지 사흘간 경기도문화의전당 행복한 대극장을 둘러볼 수 있는 오픈하우스 행사를 진행했다.
사전 신청자들을 대상으로 한 이번 행사에서는 대극장 안에 있는 음향실과 조명실 그리고 무대 뒤의 시설 등을 살펴보며 무대감독의 설명과 함께 한 편의 작품을 만들기 위한 치열한 전장을 직접 둘러볼 수 있었다.
16일, 오픈하우스 행사에 참석한 참가자들은 대부분 어린 아이들과 그 부모로 이루어져 있었다. 공연자가 무대에서 공연을 펼칠 때 무대 뒤편에서는 어떠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궁금해 하던 어린 눈망울에는 곧 열망과 감탄이 차올랐다.
관계자들의 설명 뒤에는 자라나는 새싹들의 통통 튀는 질문이 끊임없이 이어졌고, 직접 관객석의 조명을 조절해 보기도 했다. 또 공연 때만 쓰이는 명품 피아노인 ‘스타인웨이 피아노’를 직접 쳐 보기도 하면서 경기도문화의전당의 매력에 흠뻑 빠진 모습이었다.
오픈하우스에 참가한 아이들이 명품 피아노인 스타인웨이 피아노를 치고 있다. ⓒ 박경환 기자
두 명의 자녀와 함께 경기도문화의전당을 찾은 김지혜(경기도 용인시) 씨는 “아이들이 무대 장치 등에 관심이 많았고 화려한 무대의 모습 보다는 그것을 준비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싶어서 오픈하우스를 신청했다”며 “아이들에게 무대 뒤편의 모습을 보여준 이번 기회가 의미가 있으며 큰 배움이 되었을 것”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그러나 아쉬운 점도 존재했다. 다음날 이루어질 공연의 리허설과 겹치는 시간대에 오픈하우스 프로그램이 편성돼 참가자들이 더 많은 체험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날 대극장 무대에서는 국악단의 리허설이 한창이라 오픈하우스 참가자들은 조명실에서 관객석의 조명을 조절해보는 체험 정도에 그쳐야 했다. 무대 뒤편을 둘러볼 때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제한적이었다.
오픈하우스 안내를 맡은 어정훈 무대감독 또한 “오픈하우스에서 많은 체험을 진행하려고 했으나 리허설과 일정이 겹쳐 진행을 못하게 된 것들이 있어 아쉽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우리들에게는 일상이지만 이를 접해볼 기회가 없었던 일반인들에게 무대가 완성되는 과정을 보여주고 조금이나마 체험을 제공해 의미 있는 행사였다”고 덧붙였다.
오픈하우스에 참가한 아이들이 조명 조정실에서 컨트롤 부스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 박경환 기자
공연 스태프들은 전쟁을 치르듯 치열한 시간을 보내고 작품 말미에 관객들의 박수가 쏟아질 때 가장 뿌듯하다고 말한다.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혼신을 다해 공연하는 공연자들이 있는가 하면 그 조명 뒤편에서 마음 졸이며 묵묵히 은밀하게 무대를 꾸미는 사람들도 많다.
공연자와 관객들이 자리를 떠나고 나서야 모습을 드러내며 오늘도 완벽한 무대를 만들어냈다는 뿌듯함에 미소 짓는 숨은 조력자들의 땀방울을 느껴보고 싶다면 앞으론 무대 뒤편에 주목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