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공군기지에 모여든 10만 명의 관람객들은 모두 에어쇼에 집중하고 있었다. ⓒ 2014 경기항공전 공식 홈페이지
‘창공에 그리는 꿈과 희망’을 슬로건으로 내세운 <2014 경기항공전 – 부탁해요 캡틴>이 지난 12일 4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폐막했다. 한국 공군과 미 공군, 민간의 비행기 74대와 300여 점이 넘는 공군장비들이 동원된 이번 항공전은 ‘아시아 최대의 에어쇼’라는 이름에 걸맞게 대규모로 진행되었다.
경기항공전은 지난해까지 경기도 안산에서 열리다 올해 처음으로 수원 공군기지로 무대를 옮겼고, 행사기간은 예년보다 하루 줄어들어 4일 동안 열렸다. 이 4일 동안 총 43만 명의 관람객들이 이번 행사를 즐기기 위해 수원 공군기지를 찾았으며, 개막식이 있던 9일에는 한글날을 맞아 10만 명의 관람객들이 모였다.
■ 화려했던 개막식의 하늘 – 환상적인 에어쇼
개막식에는 남경필 경기도지사를 비롯해 최차규 공군 참모총장, 정미경 국회의원, 강득구 경기도의회 의장, 처버 가보르 주한 헝가리 대사, 전 프로야구 선수 양준혁 씨 등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이날 남 지사는 “우선 언론사들의 뜨거운 관심에 감사하다. 이번 행사는 민, 관, 군이 하나로 협력하여 만드는 아시아 최대의 에어쇼이다. 특히 청소년들과 어린이들의 미래의 꿈을 키우는 자리가 되었으면 한다. 항공산업은 우리 미래의 산업이다. 오늘 통제를 많이 하는 것 같은데 다소 불편하시더라도 공군의 지휘를 잘 따라주면 안전하게 즐기실 수 있을 것이다. 미래를 준비하는 경기도와 함께 해달라.”는 개막축하 연설을 전했다.
양준혁 씨는 이날 개인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오늘 하루만 10만 명이 찾았다고 하는데, 어마어마한 행사에 초청되어 정말 좋았던 하루였다.”는 글과 함께 개막식 현장 사진을 첨부하는 등 초청의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개막축하 연설을 전하고 있는 남경필 경기도지사. ⓒ 신상준 기자
개막이 선언된 후 미국 곡예비행팀 휴비 톨슨과 헝가리 곡예사 졸탄 베레즈의 축하비행이 이어졌다. 뒤이어 이번 에어쇼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블랙이글’의 곡예비행이 창공을 수놓았다. 국산전투기 T-50B 8대로 구성된 한국 공군의 특수비행팀인 ‘블랙이글’은 개막일부터 폐막일까지 국내 단일 행사 최다인 총 5회의 풀타임 에어쇼를 펼쳐 관람객들의 눈을 즐겁게 했다. 특히나 ‘블랙이글’이 수원 하늘에 그린 태극문양은 한글날을 맞아 더욱 아름답게 보였다.
대열을 맞춰 하늘을 가르는 ‘블랙이글’(왼쪽)과 그들이 하늘에 그린 태극문양(오른쪽). ⓒ 신상준 기자
■ 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 다양한 체험과 부스
10만 명이 넘는 관람객들이 오직 에어쇼만을 보기 위해 왔을 리는 만무. 행사장을 찾은 관람객들은 남녀노소를 불구하고 다양했지만, 역시 그 중 가장 많았던 것은 자녀를 동반한 가족단위 관람객들이었다. 주최 측에서 이들을 배려해 준비한 것이 바로 다양한 체험들과 부스들이었다.
사진으로만 보던 제트기에 직접 타보고 조종(시뮬레이션이지만)할 수 있다는 것은 아이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 신상준 기자
장소가 공군기지인 만큼, 공군의 다양한 장비들이 민간인에게 공개되었다. KC-135, C-130J와 같은 교전용 제트기와 헬기 등을 바로 눈앞에서 볼 수 있었다. 더군다나 내부에 들어갈 수도 있었으니, 아이들에게는 색다른 경험이었을 터. 경기도가 주관하는 행사에는 빠질 수 없는 119 소방체험 또한 많은 인기를 얻었다는 후문. 사전 신청을 통해 선정된 1,000여 명의 관람객들은 공군수송기와 공군헬기 그리고 경기도 소방헬기 등을 타고 서해안까지 비행체험을 하기도 했다.
그 밖에도 다양하고 많은 부스들이 공군비행장을 가득 메웠다. 항공기 조종 시뮬레이션, 항공기 제작 체험, 항공기 기내 환경 체험, 행글라이더 체험 등이 있었고, 카이스트, 한국항공진흥협회 등도 부스를 만들어 자리를 빛내주었다.
새로운 장소와 줄어든 행사기간에도 불구하고, 일일 평균 관람객이 최고치를 찍은 이번 항공전은 언뜻 보기엔 성황리에 막을 내린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큰 행사의 이면에는 항상 어두운 면이 있고, 불만의 목소리 또한 나오기 마련이다. 아래부터는 9일 개막식을 직접 찾아간 기자가 바라본 이번 행사의 부족했던 점과, 개선해야 할 점들을 몇 자 적어본다.
뛰어난 성적으로 막 내린 경기항공전. 하지만..
개막 무산의 위기를 극복했지만
편의시설 부족해 불편을 느끼기도
잇따른 소음 공해.. 주민들 “누구를 위한 행사인가”
■ 시작부터 순탄치는 않았다
사실 이번 항공전은 개최 자체부터 무산될 위기해 처해 있었다. 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는 "의회와 이렇다 할 협의 없이 행사를 추진해 절차를 어겼다"는 이유로 도가 편성한 항공전 추가경정예산 6억 원을 지난달 29일 전액 삭감했다. 애초에 항공전은 격년으로 개최되던 행사였는데, 올해 도가 무리하게 추진한 것이 의회의 심기를 건드린 셈이다. 이에 경기도와 수원시는 이른바 ‘예산 돌려막기’를 강행했다. 행사 지역인 수원시와 도가 협의하여, 수원시가 경기도로부터 시책추진보전금을 지급받아 부족한 예산을 메우게 한 것.
이는 결국 도와 도의회가 뜻을 한 곳에 모으지 못하고 예산 분배를 적절히 하지 못했다는 것을 뜻했으며,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편법 예산’이라는 말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무산 위기를 극복하고 무사히 개막한 항공전은 역대 최고의 하루 평균 관람객 수와 입장권 수입 등 좋은 성적을 올려 ‘일단은’ 성공적인 개최를 이뤄냈다.
■ 사람은 많고, 날씨는 덥고, 시설은 불편했다
항공전이 진행된 수원 공군기지는 1호선 세류역에서 내려 약 15분간 걸어야 간신히 도착할 수 있었다. 기자가 도보로 기지로 향할 때 본 세류역 앞 차도는 수많은 자가용과 버스들로 가득 차 포화상태였다. 지하철로 행사장을 찾은 관람객들 또한 인산인해를 이루어, 경찰의 통제 없이는 도저히 이동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르고 있었다.
개막일이었던 9일이 한글날과 겹친 탓에, 당초 도가 예상했던 수치를 넘어선 10만 명 이상의 관람객이 몰려 세류역은 말 그대로 북새통을 이뤘다. 당시 현장에 배치되었던 경찰들의 수는 관람객들의 수에 비해 턱없이 부족했다. 도민의 안전이 최우선이라고 말하는 경기도 측에서는 조금 더 많은 인원의 경찰을 배치했어야 했다. 안전은 특히 예민한 문제이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상당한 아쉬움이 남았다.
공군기지로 향하는 길. 마치 과거 6.25전쟁 때의 피난길을 연상케 할 만큼 많은 인원이 몰렸다 ⓒ 신상준 기자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여기 저기서 불만의 목소리들이 들렸다. 불만의 가장 큰 원인은 관람객들을 위한 편의시설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작은 규모의 화장실을 이용하려 줄을 길게 서있던 관람객들의 얼굴에는 짜증이 묻어났다. 무더운 날씨에 필수적인 식수대의 부재와 음식물 반입 금지라는 규정은 관람객들을 편의점 부스로 이끌었으며 그에 따라 편의점이나 식음료 부스의 줄도 상당히 길었다.
파라솔 몇 개를 제외하고 그늘막이 거의 설치되지 않아 관람객들은 항공기가 만든 그림자 안에 앉아 햇빛을 피했다. 거기다가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린 탓인지 휴대전화의 전파마저 불안정하여 일행들과의 연락에도 장애가 있었다. 넓은 행사장에 흡연구역 하나조차 따로 마련되지 않아 일부 가정의 아버지들은 마음 편히 담배 한 개비 피우지도 못하거나 숨어서 몰래 피우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림자의 경계선을 따라 앉아있는 관람객들은 마치 영화 <나는 전설이다>의 좀비들을 떠올리게 했다. 그 영화의 좀비들은 그늘막 밖으로 나가면 타 죽기 때문에 항상 그늘에만 존재한다. ⓒ 신상준 기자
몇몇 불만의 목소리들이 터져 나오자 주최 측에서도 이를 보완하려 애썼다. 셔틀버스 추가 운행, 식음료 판매 시설 확대, 그늘막 추가 설치 등 관람객들의 불편을 최소화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주최측에서는 11일과 12일에 다음과 같은 개선사항들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미 행사기간의 절반을 지난 시점이어서 아쉬움을 남겼다. ⓒ 신상준 기자
■ 가장 고질적인 문제, 소음 공해
경기도에서 적극 추진하는 경기항공전은, 도의 바람과는 다르게 개최를 희망하는 시〮군이 없었다. 올해 안산시가 개최를 거부한 주된 이유는 바로 소음 공해 때문이다. 수원으로 장소를 옮기고도 소음 문제에 대한 특별한 대책은 없었다. 인근 주민에게 행사로 인한 소음 공해에 대한 안내조차 없었다. 휴일을 맞아 집에서 쉬려던 주민들은 오히려 피해를 본 셈이다. 피해는 주변의 학교에도 미쳤다. 수원시 고색고등학교 2학년 박성준(18) 군은 “에어쇼 연습 때문에 발생하는 소음이 너무 커서 수업이 진행이 안 된다. 지필고사 기간이 끝났기에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학생들의 피해가 상당했을 것”이라며 불만을 보이기도 했다.
이처럼, 눈으로 보이는 성공적인 성과만 보고 무작정 경기항공전의 미래가 밝다고는 얘기할 수 없다. 많은 관람객들이 왔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앞에서 언급했던 불편한 점을 느꼈다는 것을 뜻한다. 경기도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행사인 만큼, 더욱 체계적이고 세밀한 계획과 실행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