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부자가 있다. 돈도 세계에서 제일 부자인 빌게이츠만큼 많고, 명예와 지위도 세상 사람이 다 우러러 볼만큼 많다. 그런 부자가 당신에게 제안을 한다. 나의 모든 돈과 명예를 당신의 삶에서 소중한 사람과 바꾸자고. 당신은 어느 쪽을 선택하겠는가?
우리의 삶, 매 순간은 혼자 살아지는 것이 아니다. 인간은 가족이나 학교, 직장이라는 사회의 울타리 안에서 더불어 살아간다. 특히 서로 도우며 더불어 살아가는 ‘같이의 가치’는 예부터 우리의 삶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이었다. 서로의 농사와 일을 돕는 ‘품앗이’,
‘두레’ 등을 통해 부담과 기쁨을 같이 나누는 미덕이 우리 조상들의 삶에 있었다. 어느 누구 하나 욕심 부리지 않고, 서로를 이해하고 격려하며 마을 모두의 이득을 위해 일했을 때 행복은 더 커졌다.
그러나 요즘은 어떠한가? 과학과 기술이 발전하고 현대화되면서 더불어 살아가는 ‘같이의 가치’ 자리에는 나의 이득만을 추구하는 ‘이기심’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러한 이기심의 이면에는 남과 더불어 사는 행복이 아닌, 나의 것을 추구하기 위해 때로는 누군가를 무자비하게 짓밟고 눌러야 하는 ‘경쟁사회’가 자리 잡고 있다. 경쟁사회는 우리 인류에게 자본과 기술의 발전, 더 나은 삶을 보장해줬지만 인간이 살며 누려야 할 ‘같이의 가치’, 이 사회 구성원들과의 소통과 나눔을 통한 공동체 정신을 잃어버리게 했다.
잃어버린 ‘같이의 가치’로 사회는 더욱 각박해져만 가고 있다. 범죄가 늘고, 사회 곳곳에 비리가 넘쳐난다. 사람들의 마음은 점점 메말라가고 있으며, 인간이 가지고 있는 가장 고귀한 성품인 사랑마저 상업적으로 둔갑해버린 요즘이다.
돈을 많이 벌고, 명예를 얻고, 사회적 지위가 높아도 그것을 함께 나누고 공감할 사람이 곁에 없다면 무의미하다. 이제는 우리가 잃어버린 ‘같이의 가치’로 돌아가야 할 때이다.
제일초등학교 6학년 2반 친구들과 선생님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성지훈 기자
얼마 전 우리가 잊고 있던 ‘같이의 가치’를 깨닫게 해준 한 장의 사진이 인터넷을 통해 전 국민의 심금을 울렸다. 바로 경기도 용인의 제일초등학교 운동회 사진이다.
운동회의 하이라이트는 달리기 경주이다. 높은 점수가 걸려있고 1등으로 결승점을 통과하는 선수에게는 우렁찬 박수와 관심이 쏠린다. 그래서 모든 선수들이 1등을 향해 전력질주 한다. 이 평범한 달리기 경주 속에도 남을 이겨야 하는 경쟁사회가 기반하고 있다.
“평소대로 했을 뿐인데 왜 이렇게 화제가 되었는지 모르겠어요”라고 말하는 감동운동회 주인공들. ⓒ 성지훈 기자
그런데 이 달리기 경주에서 선수 모두가 등수에 연연하지 않고 다 함께 손을 잡고 결승점을 통과하는 일이 일어났다.
용인제일초등학교 6학년 2반 양세찬, 심윤섭, 이재홍, 오승찬 군은 운동회 달리기 경주에서 결승점을 앞두고 같은 반 김기국 친구와 나란히 손을 잡고 결승 테이프를 끊었다. 연골무형성증이라는 병을 앓고 있는 기국이는 네 친구와 손을 잡고 달리면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이 평범하지 않은 운동회 속 주인공들을 지난 13일, 용인 제일초등학교에서 만났다.
흔히 초등학교 6학년이라 하면 요즘은 빠른 사춘기에 접어들어 반항이 시작될 시기이다. 또 또래들끼리 편을 갈라 서열을 정하기도 하고 공부와 이성, 외모에 관심 많을 나이이다.
앞서 소개한 다섯 친구들도 평범한 초등학교 6학년생들이다. 축구와 게임을 좋아하고 몰래 선생님 흉을 볼 때도 있다. 그러나 이 아이들에게는 특별한 것이 하나 더 있다. 바로 ‘같이의 가치’를 알고 있다는 것이다.
병 때문에 달리기 경주 때마다 꼴찌를 하는 기국이에게 초등학교 마지막 운동회에서 특별한 추억을 선물하고 싶었던 같은 반 친구들은 다 함께 달리고 다 같이 1등을 누리는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운동회 당일, 앞서 달리던 친구들이 우뚝 멈춰 섰다. 그리고 뒤처진 기국이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친구들의 마음을 읽은 기국이는 달리는 내내 눈물을 훔쳤다.
혼자 독차지할 수도 있었던 1등의 기쁨을 다 같이 누릴 수 있도록 양보하고 손을 맞잡은 아이들의 배려심에 어른들은 감동했다. 경쟁사회 속에서 친구를 돌아보고 배려하는 여유에 감동했고 장애에 대한 편견 없는 시선에 어른들을 반성케 했다.
‘친구야 사랑해’ 6학년 2반 양세찬, 심윤섭, 이재홍, 오승찬, 김기국 군. ⓒ 성지훈 기자
이날 만난 아이들의 얼굴에서 1등을 못한 아쉬움이란 찾아볼 수 없었다. 초등학교 마지막 운동회를 사랑하는 친구들과 다 같이 1등으로 마친 기쁨만이 가득했다.
지금 우리의 모습은 어떤가. 옆에서 누군가 넘어지고 쓰러져도 오로지 앞만 보며 1등을 향해 달리고 있진 않은가. 이제는 1등을 위해, 나를 위해 달리기를 멈추고 더불어 함께 달리기를 추천한다. 혼자 누리는 1등보다 더욱 값진 행복이 따를 것이다.
“어른들이 싸우지 않고, 행복하게 지냈으면 좋겠어요.”
이날 기국이는 어른들을 향해 이러한 메시지를 남겼다. 이 메시지가 모두의 마음 가운데 새겨져 ‘같이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