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바람이 선선했던 지난 9일. 공휴일이 주는 달콤한 휴식을 마다하고 아침 일찍 일어나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수원으로 향했다. 이날 기자가 공휴일 꿀 휴식과 맞바꾼 것은 바로 경기항공전. 아시아 최대 규모의 ‘공군과 함께하는 2014 경기항공전’이 한글날인 9일 수원공군기지에서 개막했다.
올해로 6회째를 맞이하는 항공전은 그간 차곡차곡 명성을 쌓아올린 덕분인지 개막 첫 날부터 만원사례를 이뤘다. 행사장 인근에 위치한 세류역을 벗어나자마자 입장권을 들고 늘어선 긴 줄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설레는 마음으로 입장 게이트 너머로 첫 발을 내딛었다. 분명 같은 하늘인데 게이트 너머의 하늘은 왠지 다르게 느껴졌다. 마치 곧 공연이 펼쳐질 무대처럼.
순간 굉장한 모터소리를 내며 머리에 닿을 듯한 높이로 비행기가 가로질러갔다. 재잘거리던 어린이들이 일제히 하늘을 올려다보며 탄성을 내질렀다.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것도 잠시, 어느새 기자 역시 아이들과 한 마음이 되어 환호하며 목청을 높이고 있었다.
우리 공군 허큘레스 C-130 수송기가 전시돼 있다. ⓒ 류숲소리 기자
하늘 위에서 펼쳐지는 멋진 쇼 보랴, 땅 위에서 열리는 알찬 전시 둘러보랴 안구운동 제대로 하던 중 유난히 사람들이 몰리는 곳이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니 전시된 헬기 옆에서 기념촬영 중인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어린이들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헬기를 살펴보고 아버지는 군대시절 추억을 회상하며 눈빛을 반짝였다.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장소도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실제 행글라이더를 타는 듯한 느낌의 행글라이더 시뮬레이터 체험, 비행 조종석에서 전투기를 조종하는 비행 시뮬레이션 등은 2시간 이상 줄을 서야만 체험할 수 있을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의 항공쇼. ⓒ 류숲소리 기자
모두가 기다렸던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의 비행은 항공쇼의 하이라이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넓은 대지 상공으로 블랙이글의 비행기인 T-50이 솟구쳐 등장하자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격앙됨과 동시에 웅장하고 빠른 음악이 행사장에 펴졌다. 그 음악에 맞춰 한 무리의 새가 날아오르듯 8대의 비행기는 하늘로 솟구쳤다. 정면을 보고 있으면 뒤에서 나타나고 오른쪽을 보고 있으면 왼쪽에서 나타나는 블랙이글은 그야말로 신출귀몰이었다.
전투기들은 서로 부딪힐 듯 아슬아슬하게 열을 맞춰 창공을 가르고, 하늘에 한 폭의 예술작품을 그려냈다. 블랙이글이 하트와 큐피트 화살을 그리자 관중들의 함성이 터져 나왔다. 블랙이글은 2012년 영국 와딩턴 공군기지에서 열린 국제 에어쇼에서 디스플레이 부문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대한민국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 헝가리의 곡예비행 마술사 졸탄 베레즈, 미국 곡예비행팀 국가대표 휴비 톨슨 등은 세계 최고 수준의 비행을 선보여 관람객들의 환호를 받았다.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항공전 개막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 류숲소리 기자
한편 이날 개막식에서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아시아 최대 규모로 열린 경기항공전에 어린이들과 가족들이 많이 찾아 오셨다”며 “경기항공전을 통해 어린이들이 꿈과 희망을 키우고 어른들에게는 잊지 못할 소중한 추억을 쌓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경기항공전이 막을 내린지 이제 일주일 여 지났을 뿐인데 벌써부터 내년 행사가 기대된다. 하늘 위를 아름답게 수놓던 항공기의 향연, 그리고 하늘이 준 벅찬 감동과 희망을 안고서 내년을 기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