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경찰서에 온 여고생들에게 감동 전한 경찰관 이야기](https://gnews.gg.go.kr/OP_UPDATA/UP_DATA/_FILEZ/201410/20141021112451426115849.jpg)
늦은 밤 경찰서에 온 여고생들에게 감동 전한 경찰관 이야기 ⓒ 달콤한나의도시경기도(블로그)
10월의 첫 날이 저물어가던 지난 1일 밤 10시 30분경. 당직근무를 위해 양주경찰서 정문초소에 있던 박현호(27)경장의 눈앞에 교복 입은 여고생 3명이 나타났습니다.
“얘들아 무슨 일이니?”
늦은 시간 경찰서에 찾아온 아이들의 모습에 걱정이 앞섰던 박현호 경장인데요. 그의 물음에 학생들이 자초지종을 털어놨고, ‘심쿵’했던 마음은 이내 가라앉았습니다.
“저희가 내일 아침 대학교 면접이 있어서 왔는데요. 찜질방에서 자려고 했더니 사장님이 10시 이후엔 청소년 출입이 안 된다고 부모동의서를 가져오라는 거예요. 집이 인천이랑 시흥인데 돌아가기엔 너무 늦었고 아무리 사정해도 안 돼서 여기로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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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 경찰서에 온 여고생들에게 감동 전한 경찰관 이야기 ⓒ 달콤한나의도시경기도(블로그)
아이들의 사정을 들은 박 경장은 잠시 고민에 빠졌습니다.
규정대로 하면 청소년 보호쉼터나 여관 같은 숙박업소를 안내해줘야 하지만, 그러기엔 이미 시간이 늦었고 그럴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습니다. 박 경장의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여성청소년계 당직자에게 물어보니 청소년 보호쉼터는 양주경찰서 관내에 없다고 하더라고요. 그나마 가까운 곳은 의정부인데, 그것도 가출 청소년을 위한 쉼터라고 해서 쉽게 결정할 수 없었습니다. 여관은 보내고 싶지 않았어요. 저에게도 고3 동생이 있다 보니 다들 제 동생처럼 느껴져서 더 그랬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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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 경찰서에 온 여고생들에게 감동 전한 경찰관 이야기 ⓒ 달콤한나의도시경기도(블로그)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든 박현호 경장은 경찰서 내에 있는 여경숙직실을 떠올렸는데요. 마침 숙직실은 비어 있는 상태였습니다.
먼저 학생들 부모에게 연락을 취한 박 경장은 상황실을 찾아 상황관리관에게 이 같은 상황을 설명했고, 어렵게 허락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아이들이 경찰서 안에 들어오기까지 1시간 반이란 시간이 걸릴 정도로 쉬운 결정은 아니었는데요. 외부인을 경찰서에서 쉬게 했던 전례가 없었고, 만에 하나 불상사가 생길 염려도 있어 고심을 거듭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행히 자정 무렵이 돼서야 학생들을 여경숙직실로 안내할 수 있었습니다.
“너희들 오늘 경찰서에서 자는 거야. 기분이 어때? 앞으로는 절대 경찰서에서 자는 일 없어야해!”
박 경장의 농담 섞인 말에 아이들은 깔깔 웃으며 고맙다는 말을 반복했는데요. 그는 이어 새로 세탁한 이불과 수건을 챙겨줬고, 마침 직원 생일이라 사무실에 있던 빵과 음료수를 아이들에게 건네준 뒤 근무지로 복귀했습니다.
그의 따뜻한 배려와 감동 서비스는 다음날 아침에도 계속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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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 경찰서에 온 여고생들에게 감동 전한 경찰관 이야기 ⓒ 달콤한나의도시경기도(블로그)
면접시험 보러 온 학생들을 그냥 보낼 수 없어 경찰서 구내식당에서 아침밥을 함께 먹고, 학교 앞까지 데려다 준 건데요. 박현호 경장과 양주경찰서에서의 정성 때문이었을까요. 간호학과에 지원한다는 세 학생 모두 면접을 잘 치렀다고 합니다.
성공적으로 면접을 마친 학생들은 오후쯤 아이스크림과 도넛을 사들고 다시 경찰서로 찾아와 감사 인사를 전했다는데요. 대학교 합격 후 다시 찾아 올 것을 약속했습니다.
학생들이 박 경장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만 봐도 얼마나 큰 배려와 정성이 있었는지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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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 경찰서에 온 여고생들에게 감동 전한 경찰관 이야기 ⓒ 달콤한나의도시경기도(블로그)
“학생 어머니 가운데 한 분은 딸이 너무 걱정돼서 잠도 못 잤는데 재워주고 밥까지 챙겨줘서 고맙다고 전화를 주셨어요. 그러면서 아이를 면접 보러 보낸 게 아니라 인생 공부 시키러 보낸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요.(웃음)”
이번 일을 통해 누군가에게 도움을 줬다는 생각에 큰 자긍심을 느꼈다는 박현호 경장인데요. 이쯤에서 그가 학생들에게 전하는 메시지 한번 들어봐야겠습니다. 살짝 오그라들더라도 이해해 주세요.
“얘들아 안녕! 면접 잘 봤다고 했으니 좋은 결과 있을 거라 생각해. 대학교 합격해서 다시 인사하러 온다고 한 약속 꼭 지키고, 그때 오면 오빠가 맛있는 거 사줄게.”
친오빠 같은 자상함이 묻어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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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 경찰서에 온 여고생들에게 감동 전한 경찰관 이야기 ⓒ 달콤한나의도시경기도(블로그)
훈훈한 외모만큼 마음까지도 훈훈한 박현호 경장. 지난 2011년 처음 경찰복을 입은 그는 1년 6개월가량 파출소에서 임무를 수행한 뒤 2013년부터 양주경찰서 경무계에서 근무하고 있는데요. 그의 평소 모습은 어떨까요.
양주경찰서 이기석 경무과장은 “생각이 깨어있는 신세대 경찰로 매사에 밝고 긍정적인 직원”이라면서 “나이는 어리지만 배울게 많다”고 했습니다.
이에 박현호 경장도 한 마디 합니다.
“저희 과장님은 권위의식이 전혀 없는 분입니다. 부하직원의 생일날 직접 노래도 불러줄 정도로 자상하고 아버지 같은 분이죠. 사랑합니다!”
사회생활도 참 잘하는 박 경장인데요. 마치 부자지간 같은 모습에 훈훈함이 더해지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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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 경찰서에 온 여고생들에게 감동 전한 경찰관 이야기 ⓒ 달콤한나의도시경기도(블로그)
박현호 경장은 “앞으로도 도움이 필요한 곳에 쓰임이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서 “나중에 자식들에게 떳떳하고 존경받을 수 있는 경찰이 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습니다.
마지막으로 제69주년 ‘경찰의 날’을 맞아 도민 여러분께 한마디 부탁했는데요.
“저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경찰들은 24시간 명절, 공휴일 가릴 것 없이 국민들을 위해 항상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열심히 일합니다. 여러분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경찰이 되도록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때론 질책도 필요하지만, 많은 관심과 아낌없는 격려 부탁드려요.”
한편, 이번 사례는 매우 특수한 상황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니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경찰서가 게스트하우스처럼 쉬었다 갈 수 있는 곳이 아니고, 그럴만한 공간도 없다는 점 꼭 염두에 두세요. ^^
[출처/달콤한 나의 도시, 경기도]
[글. 사진: 달콤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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