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위천 ⓒ 김상근 기자
장장 17.4km에 달하는 진위고을길은 경기도 삼남길 중 가장 많은 도보 시간을 요한다. 물론 그만큼 볼거리도 많다. 배산임수의 명당 진위향교부터 조선시대 조장수 원균 장군의 묘까지, 역사의 흔적이 흥건히 배어 있다.
번성했던 진위현의 영화가 스민 제9길 진위고을길
삼남길 중 가장 긴 구간 거리를 자랑하는 ‘진위고을길’은 맑음터공원에서부터 소백치와 대백치를 지나 원균장군묘까지 이어진다. 과거 평택지방에서 가장 번성했던 진위현의 영화가 곳곳에 스며 있는 길목이기도 하다. 특히 빼어난 풍광을 자랑하는 진위향교와 평택의 젖줄 진위천은 역사의 질곡을 잘 견뎌내며 유유히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배산임수’로 무봉산 기슭 명당 중의 명당에 위치한 진위향교는 650년 가까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조선시대 국가에서 설립한 교육기관(현재의 중, 고등학교 수준)으로 양민 이상 입학할 수 있었다. 진위향교에는 300년 가까이 된 회화나무가 한 그루 세워져 있는데, 1945년 8월 15일 이전에는 밤이 되면 울던 나무가 해방 이후 울음을 뚝 그쳤다는 전설이 전해져 내려온다. 진위향교가 있는 평택은 일찍이 해상교통이 발달한 지역이다. 고려시대 이후 안성천의 대표적인 포구인 안성천 군문포는 경기도 진위현과 충청도 평택현을 연결하는 교통의 요충지였다고. 그래서인지 이 근처에서는 평택의 나루터 이야기가 적힌 간판과 그 터를 만날 수 있다. 또한 봉화 정씨 동족마을인 산대마을(평택시 진위면 은산리)도 근방에 있는데, 조선 개국 공신인 봉화 정씨는 조선왕조의 설계자로 칭송받던 삼봉 정도전의 후손들이다. 세습적인 전제군주제의 대안으로 재상정치를 제시한 정도전은 끝내 이방원에 죽임을 당했다. 지금은 은산리의 사당에서 정도전의 위패와 영정을 모시고 있다. 진위천을 건너 삼남길 표지판을 따라 걷다 보면 남쪽으로 두 개의 고개를 넘어 갈원에 이른다. 이 두 고개가 소백치와 대백치다. 고개를 건너 진위고을길의 종착점인 원균장군묘에 도착하면 5시간에 가까운 긴 여정은 끝이 난다.
흰치고개 쉼터 ⓒ 김상근 기자
크고 작은 하얀색 고개 흰치고개 쉼터
진위천 남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흰치고개’라 불린 대백치와 소백치를 각각 넘게 된다. 산에 숲이 없던 시절 멀리서 바라보면 하얗게 보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대백치와 소백치 사이에 있던 백헌원은 조선 초기의 명재상 맹사성의 공당문답(질문을 하는 사람은 ‘공’자로 끝내고 답을 하는 사람은 ‘당’자로 끝내는 대화)이야기가 얽힌 곳이기도 하다. 숲길을 지나 구름다리가 나오는 대백치를 지나면 약수터가 있는 흔치휴게소에 다다른다. 덕암산과 부락산 경계에 자리한 쉼터로, 이곳에서 부락산 산보나 부락산 둘레길 걷기를 시작할 수도 있다.
진위향교 ⓒ 김상근 기자
풍수지리적 명당 진위향교
1398년에 창건된 것으로 전해지는 진위향교는 1636년 병자호란 당시 한 차례 불에 탄 뒤 개보수와 중건을 거쳐 오늘에 이른다. 대성전에는 공자를 비롯한 27명의 성현의 위패를 모셨다. 유림에서 매년 봄과 가을 석전제를 올린다. 산줄기가 좌우로 팔을 벌린 형상의 오목한 산기슭 경사면에 닭이 알을 품고 있는 금계포란 형국의 진위향교는 남쪽을 향해 건립되어 있다. 풍수의 기본적인 배산임수를 충실히 따른 명당이라 전국 향교 중 풍수지리적 으뜸으로 유명하다.
원균장군묘 ⓒ 김상근 기자
조선시대 장수 원균장군묘
조선 중기의 무신 원균은 1592년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수군을 통솔하는 절도사로서 옥포해전에서 이순신 장군에게 구원을 요청해 적을 물리쳤다. 권율, 이순신과 함께 선무 일등 공신에 추록되기도 했다. 현재 원균장군묘는 경기도기념물 제57호로 지정되어 있다. 묘역 안에는 돌로 만든 등이 있고 멀리서도 무덤이 있음을 알려주는 망주석과 무인석이 배치되어 있다. 국한문 혼용체로 쓴 비문은 왕이 내린 교서와 장군의 행적을 기록하고 있다.
진위고을길 따라 걷는 길
맑음터공원에서 야막리 쪽으로 내려오면 평택시 진위면에 접어든다. 진위현 관아가 있었던 진위면사무소나 진위천 인근의 풍광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진위향교에서 옛 진위현의 위세를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다. 진위천을 건너 발길을 재촉하면 ‘흰치고개’라 불린 소백치와 대백치를 만나게 된다. 흰치고개를 지나면 내리저수지 인근에 위치한 원균장군묘에 도착한다.
진위고을길, 어떻게 가나요?
진위고을길 따라 걷는 길 ⓒ G-Life 편집팀
교통 안내
(출발지 맑은터공원) 지하철 1호선 오산역 또는 오산시외버스터미널에서 도보로 20분 거리. (도착지 원균장군묘) 원균장군묘 앞 버스정류장에서 7-3, 7-4, 7-7 버스로 지하철 1호선 서정리역, 평택역으로 갈 수 있다.
문의
삼남길 공식 홈페이지(www.koreatrail.org), ㈔아름다운도보여행(070-8269-69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