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8일 정부는 ‘쌀 관세화’를 선언했다. 쌀 시장의 전면개방을 의미하는 쌀 관세화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1993년 12월 UR(우루과이 라운드)이 타결되고, 우리나라도 쌀 시장을 개방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쌀 시장의 전면개방 대신 MMA(최소시장접근)에 따라 10년간 소비시장의 4% 물량만 의무 수입하는 것으로 관세화 유예조치를 받았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2004년, 다시 10년간 유예를 받으면서 의무 수입 물량은 8%, 40만9000톤으로 늘어났다.
2015년은 10년간의 쌀 관세화 유예가 종료되는 해이다. 이번에도 쌀 관세화를 미룰 경우 의무 수입 물량은 배로 늘어 무려 82만여 톤에 달하는 쌀을 수입해야 한다. 이렇게 수입된 쌀은 재고가 많아도 재수출이 금지되며 국내에서 소비해야만 한다. 이미 수입된 쌀이 남아돌아 재고 처리의 한계에 도달한 가운데 이를 보관하는 비용도 막대하다. 정부는 의무 수입 물량에 대한 부담감과 이번에도 관세화를 미를 경우 쌀 이외의 품목에 대해 많은 부분 양보해야 할 것으로 전망돼 쌀 시장을 전면 개방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수입쌀에 513%라는 고율 관세를 부과해 우리 쌀 시장을 보호하기로 했다.
이에 따른 찬반 논의도 첨예하게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WTO와 FTA 체제 아래 농업 시장 개방이 불가피하다면 이제 중요한 것은 어떻게 농업 경쟁력을 높이고 식량 주권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다. 이에 경기도는 쌀 관세화에 대비해 ‘행복밥상 4G’ 계획을 추진하기로 했다. ‘행복밥상 4G’는 지난 9월 22일 포천시 영북면사무소 2층 대회의실에서 서장원 포천시장, 최춘식 도의원, 조창준 경기도농민단체협의회장, 노재홍 경기도쌀전업농회장과 지역농민이 함께한 가운데 열린 간담회에서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경기도 농업의 발전과 쌀 관세화에 따른 경기도 쌀 산업 종합계획으로 발표한 것이다.
경기도 쌀산업 발전을 위한 현장간담회 ⓒ 경기도 아카이브
‘행복밥상 4G’ 어떻게 만들어졌나
경기도 쌀 산업 종합계획 ‘행복밥상 4G’ 만들기는 우수(Good)하고 환경친화적(Green) 인 경기미(Gyeonggi)로 경기도민의 행복한 아침 밥상(Good morning)을 책임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숫자 4를 ‘For’로 읽으며 ‘경기도민을 위한(For) 행복밥상’이라는 뜻이다. 이 사업은 지난 7월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쌀 관세화 선언으로 쌀 시장 개방이 불가피해짐에 따라 경기도가 경기미의 경쟁력을 높이고 도내 농가의 안정을 위해 마련했다.
도는 특히 민선 6기 남경필 경기도지사의 농정철학 ‘상생·소통’, ‘고부가가치 농업’, ‘안전한 먹거리 생산’ 등 세 가지를 더해 ‘행복밥상 4G’를 포함한 쌀 산업 종합계획을 세웠다. 그동안 도는 쌀 관세화에 대비해 난 3월 19일 T/F팀을 구성하고 운영해왔다. T/F 팀은 농업인, 소비자, 연구원 등 관련 전문가로 구성됐으며 T/F팀장에 농정해양국장을 선임했다. 도는 TF팀을 통해 매월 1회에 걸쳐 쌀 산업 대책을 논의했다.
잘 생산된 G밥상,잘 팔리는 G밥상 ⓒ G-LIFE 편집팀
더 든든한 G밥상, 더 믿음직한 G밥상 ⓒ G-LIFE 편집팀
‘행복밥상 4G’ 무엇을 추진하나
경기도는 쌀 산업 육성을 위해 ‘도시민과 농업인이 함께 만드는 행복밥상’이라는 의미를 담아 ▲잘 생산된 G밥상 ▲잘 팔리는 G밥상 ▲더 든든한 G밥상 ▲더 믿음직한 G밥상 등 네 가지 추진 전략을 세웠다.
첫째, ‘잘 생산된 G밥상’ 추진 전략은 농업인 간 협업과 비용절감을 통해 생산비를 낮추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한다. 이에 따라 2018년까지 경영규모화를 통한 생산비 절감을 위해 들녘경영체 35개소를 육성, 공동생산 활성화를 도모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도는 오는 2018년까지 ‘선택형 맞춤사업’으로 공동육묘장 설치를 확대하고 농기계 구입비 부담과 노동력 절감, 들녘경영체 활성화를 위해 매년 농업용 헬기 2대를 지원할 계획이다. 농기계 임대사업소도 24개까지 확대한다.
둘째, ‘안전’과 ‘품질’의 의미를 담은 ‘잘 팔리는 G밥상’은 차별화된 고품질 경기미 생산을 위해 첨단 품질관리시스템인 U-RPC 8개소를 설치하는 한편, 여름철 양곡의 변질을 막고 연중 균일한 맛의 경기미 판매를 위해 수확기 매입량의 40%까지 저온보관 시설을 확대할 방침이다. 또 소비자가 원하는 추청·고시히카리 등 고품질 품종 보급종의 공급비율을 85%까지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2018년까지 경영합리화, 품질관리 등을 위한 RPC 통합도 추진한다.
셋째, ‘더 든든한 G밥상’은 농업인의 소득과 여유에 초점을 두고 있다. 도는 2018년까지 농가 소득 증대에 유리한 계약재배 비율을 50%까지 높이고, 연중 안정적인 농가소득 보장을 위해 농가의 요청이 있을 경우 수확 전에 판매대금의 80%까지 월별 지급하는 방식을 도입해 농업인의 여유를 지원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재해 및 사고로 인한 소득 불안정 해소를 위해 오는 2018년까지 벼 재해보험을 25%까지 늘리고 농기계 종합보험은 50%까지 가입을 촉진한다. 쌀 가공산업 육성을 위한 가공용 벼 재배 전문단지 3967ha 도 조성된다.
넷째, 정직한 생산과 소비자의 신뢰를 담은 ‘더 믿음직한 G밥상’은 경기미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를 높이는 데 주안점을 뒀다. 도는 오는 2018년까지 경기미만 취급하는 전용 RPC 인증제를 도입하고 경기미 전용 RPC 8개소를 육성할 방침이다. 또 경기미 품질인증제도 정비와 가짜 경기미 유동 근절을 위한 신고 포상금 제도 활성화를 유도하는 한편, 우수한 경기미 마케팅을 위해 쌀 홍보 예산을 현행 1500만원에서 3억원으로 증액할 예정이다.
‘행복밥상 4G’ 앞으로의 계획은
경기도는 관세화에 따른 농업인의 불안감 해소를 위해 쌀 산업 종합계획인 ‘행복밥상 4G’를 적극 홍보하는 한편 소득안정 및 경기미 경쟁력 제고 방안을 마련해 추진할 계획이다. 아울러 내년 도의회 예산 심의 시 사업비가 확보될 수 있도록 수시 설명을 추진하기로 했다. 예산이 확보된 사업에 대해서는 세부안을 수립하고, 시군에 사업계획을 통보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