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2 경기도 농업의 미래 ‘우리가 책임진다’
밥 맛 좀 안다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으뜸으로 쳐주는 쌀은 ‘고시히카리’이다.
이 쌀로 지은 밥은 밥알이 맑고 투명하며 윤기가 자르르 흐른다. 밥맛은 또 어떠한가. 입안에 착착 달라붙는 차진 식감에 달금함까지 머금고 있다. 이미 명성이 자자한 고시히카리이건만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고품질 쌀 생산을 목표로 다섯 번 이상 현해탄을 건넌 현대판 문익점이 있다. 제21회 경기도 농어민대상 고품질 쌀 생산 부문을 수상한 여주의 길현기(61) 씨이다. 영농 경력 45년인 길 씨는 우리나라에 보급된 고시히카리 품종보다 우수한 고시히카리 F1을 국내 최초로 들여와 재배하고 보급까지 하고 있다.
경기도 농어민대상/고품질 쌀 생산 부문 길현기 씨 ⓒ 김상근 기자
“현재 우리나라에 보급된 고시히카리는 일본에서 가져온 지 오래돼 키가 크고 이로 인해 작물이 비나 바람에 쓰러지는 도복(倒伏) 현상이 심합니다. 그런데 우연히 일본 현지 견학에서 F1이라는 신품종을 발견하게 됐어요. 이거다 싶었죠.”
고시히카리 F1 품종은 키가 80cm 내외로 태풍이 잦은 일본에서도 거뜬했다. 신품종을 국내에 들여와 재배 후 일본으로 역수출하는 구상까지 차곡차곡 그려졌다. 하지만 종자산업법 때문에 신품종을 국내로 들여오는 일은 쉽지 않았다. 포기를 모르는 길 씨는 급기야 관세청과 외교통상부 등에 수차례 문의한 끝에 합법적으로 수입이 가능하다는 허가를 득했다. 농업인이 이 같은 허가를 취득한 것은 첫 사례였다고 한다. “이제는 농업에도 고급화 전략이 필요합니다. 고품질 쌀 생산으로 농가 소득과 경쟁력을 높여야 해요.”
그가 농사 지은 대왕님표 여주쌀은 여주농협 RPC와 계약을 통해 마트와 백화점에서 팔리고 해외로까지 수출되고 있다. 일반 쌀 80kg 한 가마가 20만원 선이라면 길 씨의 신품종은 32만원가량에 판매 중이다. 이마저도 없어서 못 판다는 말이 나올 정도. 해외 반응도 뜨겁다. 당초 일본 역수출을 계획했으나 양국 관계 악화로 대신 홍콩에 진출했다. 홍콩에 진출한 대왕님표 여주쌀을 보고 미국과 캐나다에서도 수출 계약이 들어와 협의중이다. 중국과 FTA가 타결될 경우 중국 수출을 위해 바이어와도 교섭 중이다. 최근 쌀관세화와 중국과의 FTA 협상을 앞두고 농민들의 울상을 짓고 있는 가운데 길 씨의 생각은 확고했다. “농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농민들도 생각을 바꿔야 합니다. 농민들도 이제는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릴 필요가 있습니다. 일본이 관세를 철폐하고도 살아남았던 것처럼 우리나라도 국제 경쟁력을 높이려면 관세를 철폐하고 농가에는 정부의 행정지원이 뒤따라야 할 것입니다.” 쌀 관세화에 대비해 지난 3월 경기도가 구성한 T/F팀에 농업인 대표로도 참여 중인 그는 내년 여주 지역에 8개의 들녘공동체를 구성하고 RPC와 계약재배를 통해 생산부터 출하까지 공동으로 진행하는 것이 목표이다.
TIP 경기도, 제21회 경기도 농어민대상 수상자 11명 선정
경기도는 지난 10월 13일, 제3차 경기도 농어업·농어촌 및 식품산업정책심의회를 열고 제21회 농어민대상 수상자를 최종 선정했다. 수상자는 ‘고품질 쌀 생산’ 부문 길현기(남, 여주시), ‘농산물가공·수출·유통’ 부문 박일례(여, 이천시), ‘환경농업·신기술’ 부문 유순복(여, 여주시), ‘과수’ 부문 박관민(남, 양주시), ‘화훼’ 부문 박조한(남, 화성시), ‘채소’ 부문 개군참비름작목반(단체, 양평군), ‘대가축’ 부문 박응규(남, 화성시), ‘중·소가축’ 부문 이희득(남, 평택시), ‘수산’ 부문 국화리 어촌계(단체, 화성시), ‘임업’ 부문 신현욱(남, 가평군), ‘여성농어민’ 부문 김미진(여, 용인시) 씨이다. 올해는 추가된 여성농어민 부문을 포함한 3개 부문에서 여성농업민이 수상해 향상된 여성농업인의 지위를 보여줬다. 이번 ‘제21회 경기도 농어민대상’은 각 시군에서 11개 부문에 총 51명이 신청해 5 : 1의 경쟁률을 보였으며 이 중 ‘환경농업·신기술’ 부문 신청자는 8명으로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농어민대상은 경기도 농어업발전 및 지역사회에 공헌해온 농어업인의 사기진작과 자긍심 고취를 위해 추진하는 제도로 작년까지 197명의 수상자를 배출한 명실상부한 경기도 농어업 관련 최고 권위의 상이다. 수상자에게는 각종 영농자금 우선지원과 농어업분야 전문가 양성을 위한 국내·외 연수기회 제공 및 영농교육 강사 위촉 등의 혜택이 부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