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회계의 투명 집행으로 주민의 신뢰를 얻고, 주기적인 사업성과 분석과 회의 등을 열었다. 특히 마을 리더의 무보수등 희생·봉사 정신의 원칙을 고수해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
최근 붐이 일고 있는 귀농·귀촌의 정착 고비는 3년 안팎이다. 그 원인은 우선 원주민과의 갈등, 녹록잖은 주변 환경과 부적응, 그로 인한 우울증 탓이다.
그런 난제를 극복하고 오히려 원주민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성공한 외지인이 있어 화제다. 경기도 용인시 원삼면 학일마을 영농조합법인 김시연(57) 위원장은 지난 2008년, 농업에 대한 일말의 상식도 없이 그저 학일리의 청정지역과 마을 모양이 좋아 귀촌했다. 그 역시 처음에는 어려웠다고 술회한다. 낯을 가리는 원주민의 따가운 시선을 싹싹한 인사성과 구수한 사람 냄새로 받아내며 조화롭게 마을공동체에 동화됐다. 어느덧 그는 농촌관광 우수마을인 ‘학일마을 영농조합법인’의 위원장으로, 60대 이상이 80%인 48가구 130여 명의 학일리 식구를 먹여 살리는 중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김 위원장을 이처럼 변모시킨 밑바탕 철학은 ‘나를 버리고 미친놈으로 살라’ 였다.
김 위원장은 “귀촌한 후 마을 정서를 이해하려고 각종 행사, 모임, 회의 등에 주민의 일원으로 참석하며 노력했다. 그러던 중 마을의 장단점을 발견하고, 마을 운영규약 제정의 필요성을 피력했다”며 “그 후 대동회, 상조회, 청년회, 부녀회, 영농회, 노인회 등 마을주민이 전부 임원인 조직을 통폐합해 마을 조직도를 완성했다”고 말했다.
이런 과정에서 2009년 총무로 임명된 김 위원장은 마을 대표인 이장으로부터 체험 관련사업을 위임받고 주민의 마음을 움직이는 첫걸음인 수익 창출을 위해 실로 미치도록 일했다.
학일마을은 1차 농산물 체계를 마을 리더와 주민이 단합해 2009년 이후 2차 가공, 3차 서비스산업으로 전환했다. 조합원과 마을 임원 교육, 분야별 농촌체험상품 개발, 청정마을 환경과 자원을 활용한 차별화된 체험프로그램도 운영했다.
이 결과 2009년 1220명이 찾아 2100만원의 매출액을 올린 것이 2011년 7000만원(4622명), 2013년 3억1000만원(1만28명)으로 급상승했다. 지난해는 1차 농산물 직거래 1000만원, 전통장류 제조 판매 8000만원, 가래떡 생산 판매 4000만원 등을 포함하면 연 매출액이 3억원을 상회한다. 김시연 위원장은 이에 대해 “1일 1단체 체험 원칙과 마을 보유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외갓집·친정집 같은 분위기를 조성한 것이 유효했다”며 “예산·회계의 투명 집행으로 주민의 신뢰를 얻고, 주기적인 사업성과 분석과 회의 등을 열었다. 특히 마을 리더의 무보수 등 희생·봉사 정신의 원칙을 고수해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전했다.
용인시 학일마을 영농조합법인 김시연 위원장 ⓒ 강현욱 기자
학일마을의 주요 농촌체험 고객은 주로 어린이집·유치원·초등학교 어린이들로 하루에 20명부터 500명까지 수용한다. 연중 프로그램은 모내기, 산나물 채취, 논오리 방사, 딸기·배·고구마·감자·버섯·호박·옥수수 수확, 장·김장 담그기, 민물고기 잡기, 벼 베기, 메주 빚기, 썰매 타기 등이 있다. 농촌생활에는 계절의 영향을 많이 받아 체험프로그램이 시즌마다 다른 점이 매력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연말 농림축산식품부장관 표창장을 받은 데 이어 학일마을 공동체는 지난 6월 18일 ‘제1회 6차산업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우수 사례 선정과 함께 장려상을 수상했다.
김 위원장은 “너무 힘들어서 솔직히 마을을 떠나고 싶을 때도 있었다”며 “그러나 성취감이 현재의 나를 있게 했다”고 웃었다. 김 위원장은 마지막으로 “초기에는 주민들 다수가 나를 신뢰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절대적으로 믿어주기에 더 열심히 한다”며 “꿈이 있다면 보은센터를 건립해 마을에서 태어나고 늙어가는 외로운 노인분들을 봉양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