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train 타고 연천시티투어 떠나볼까?
DMZ-train 경원선 ⓒ 신승희 기자
본지 6월호에 평화열차 DMZ-train을 타고 떠난 안보여행기를 소개한 적이 있다. 얼마 전, 다시 한 번 DMZ-train에 탑승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기차는 변함없이 알록달록 화려한 색감을 뽐내고 있었지만, 이번 여행은 목적지도, 코스도 완벽하게 다른 여행이다. 지난 여행에서는 서울-도라산 구간을 왕복하는 경의선에 몸을 실었고 이번엔 서울-백마고지 구간까지 운행하는 경원선이다.
‘달콤한 연천, DMZ 시간여행’의 초대 손님이 된 기자는 접경지대에 인접해 삼엄한 경비가 먼저 떠오르는 경기도 연천 앞에 붙은 ‘달콤한’이라는 수식어에 이질감 반 호기심 반을 느끼며 오전 9시 27분 서울발 백마고지행 4885 열차에 올랐다.
DMZ-train 경원선은 지난 7월 31일 개통식을 갖고 8월 1일부터 본격 운행이 시작됐다. ⓒ 신승희 기자
DMZ-train 경원선은 지난 7월 31일 개통식을 갖고 8월 1일부터 본격 운행이 시작됐다. 미끄러지듯 레일을 출발한 기차는 청량리, 의정부, 동두천, 한탄강, 연천을 거쳐 2시간 10분 만에 신탄리역에 손님을 우르르 떨궜다.
연천시티투어의 출발지는 신탄리역이다. 신탄리역은 본래 ‘철마는 달리고 싶다’라는 철도중단점 팻말로 유명했다. 그러나 현재는 해당 팻말을 찾아볼 수 없다. 경원선이 백마고지까지 연장되면서 철도중단점 팻말도 백마고지로 이사를 갔기 때문이다. ‘철마는 달리고 싶다’가 떠나고 남은 자리에 들어선 ‘통일출발역’이라는 새 이름표가 훨씬 더 반갑게 느껴지는 것은 비단 기자뿐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신탄리역에서 연천시티투어에 참여할 인원점검을 마치고 잠깐의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약 50분의 자유시간 동안 점심식사를 하고 12시 30분부터 시티투어를 시작하는 일정이다.
김한섭 연천 부군수(10월 2일자 경기도 수자원본부장으로 발령)가 연천시티투어 팸투어에 참여한 기자단을 맞았다. 김 부군수는 “연천은 남북 분단의 아픔과 상처가 남은 상징적인 지역이다. 군사시설과 각종 규제 때문에 그간 발전이 어려웠지만 덕분에 아름다운 경관을 자연 그대로 보존할 수 있었다”며 “재인폭포의 아름다운 경치에 감탄하고 태풍전망대에서는 분단의 아픔을 인식하고 안보교육의 중요성을 깨닫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탄리역 ⓒ 신승희 기자
점심식사 후 신탄리역 앞으로 돌아오니 연천시티투어로 기자단을 안내할 관광버스가 대기 중이었다. 입담 좋고 유쾌한 연천군 문화관광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첫번째 시티투어 목적지인 재인폭포로 향했다. 줄타기 장인의 애환이 담긴 재인폭포는 18m 높이에서 떨어지는 폭포 줄기가 장관이다. 그러나 이날 방문에서는 오랜가뭄 탓에 아쉽게도 재인폭포의 위용을 감상할 수 없었다. 안내표지판 속 사진으로나마 아쉬움을 달랜 뒤 두 번째 목적지인 전곡선사박물관으로 향했다.
연천군은 총 면적이 696.19㎢로 서울(605.2㎢)보다도 땅덩이가 커서 시티투어 코스 간 이동시간만 15~35분에 달한다. 넓은 땅덩이에 포진한 관광명소를 두루 둘러보려면 서둘러야 한다.
2012년 개관한 전곡선사박물관은 우주선을 연상시키는 특별한 외관으로 시선을 압도했다. 내부는 인류의 진화와 선사문화에 대한 상설전시 및 주제별 기획전시로 구성돼 있으며 어린이들을 위한 교육프로그램도 다양하다. 고려 태조 등 4명의 왕과 고려 개국공신 16명을 봉향하기 위해 세운 숭의전에 이어 태풍전망대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뽀얗고 따끈한 백설기와 달금한 식혜가 간식으로 제공됐다. 점심 먹은 지 얼마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도 참 꿀맛이다. 태풍전망대에서는 현역 군인으로부터 DMZ에 대한 브리핑을 받고 망원경 너머 북녘 땅을 바라보았다. 고향과 가족을 지척에 두고도 만나지 못하는 이산가족의 아픔과 분단의 현실을 되새기며 통일에 대한 염원을 가슴에 담았다.
이번엔 또 어디로 우리를 안내할지 궁금해지는 찰나 문화관광해설사의 작별인사가 이어진다. 한창 재미있는데 벌써 끝이라니 아쉬움이 한가득이다. 연천시티투어는 신탄리역에서 출발해 연천역에서 마무리된다. 정들 만하면 이별이라고, 한창 재미있는데 끝나버린 시티투어에 아쉬웠던 마음이 연천역 광장의 ‘옥계마을 빤짝장터’에서 눈 녹듯 녹아내렸다.
연천역 광장의 ‘옥계마을 빤짝장터’ ⓒ 신승희 기자
DMZ민통선에서 농사짓고 채취한 농산물을 옥계마을 주민들이 직접 판매하는 장터로 막걸리와 파전은 기본, 장단콩, 청국장과 말린 취나물 등 각종 나물류를 비롯해 갓 따온 옥수수 등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었다. 가족들에게 선물할 요량으로 몇 가지 고르다 보니 어느덧 오후 4시 50분, 저 멀리서 승무원이 기차 떠날 시간을 알리며 빨리 오라고 손짓한다. 이제 정말 집에 갈 시간이다.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생각했다. 오늘 아침 기차에 오르며 ‘달콤한’ 이라는 수식어에 느꼈던 이질감과 호기심에 대해. 그리고 답한다. “그래, 연천 너는 ‘달콤’이어라.” 연천시티투어는 DMZ관광(www.dmztourkorea.com)이나 전화(02-706-4851)로 예약하거나 신탄리역 하차 후 시티투어 창구에서 신청할 수 있다. 참가비용은 교통편, 입장료, 간식을 포함해 어른 1만4000원, 노인 및 중고생 1만2000원, 어린이 1만원이다.
TIP 미니인터뷰 이세정 경기도 철도물류정책과장
이세정 경기도 철도물류정책과장 ⓒ 유제훈
동두천-연천 구간 전철, 10월 31일 연천역서 착공식
‘연천시티투어’로 인기몰이중인 연천에 겹경사가 생겼다. 지하철 1호선 연장사업인 경원선 동두천-연천 구간 전철화 사업의 안정적인 추진을 위한 안전기원제가 10월 31일 연천역에서 개최된다.
이 사업은 2019년까지 총 3827억원을 들여 동두천역에서 연천역까지 20.87km 구간을 전철화하는 것으로, 사업이 마무리되면 지하철 1호선 종착역이 동두천역에서 연천역으로 연장된다. 연장구간 노선에는 동두천-소요산-초성리-전곡-연천 등 5개 역이 있는데 이 중 초성리역이 이전해서 초성리 학담 태창아파트 인근에 건설되고 기존 한탄강역은 없어진다. 소요산역과 전곡역, 연천역은 개량된다. 전곡역 남부의 철도 건널목은 폐쇄되며 약 50m 남쪽(여성회관↔한주빌라)에 차량통행과 보행이 가능한 입체교차로인 과선교가 건설될 예정이다. 또 연천읍 구읍건널목(군청→읍내리)도 과선교로 개량된다.
이번 연장구간은 우선 단선으로 건설되지만 앞으로 통일과 유라시아를 잇는 대륙철도를 염두에 둔 복선 노선으로 확대하는 구상을 갖고 추진되고 있다. 따라서 각 역사와 노반도 이를 설계에 반영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연천이 고향이면서 이번 사업을 담당하는 이세정 경기도 철도물류정책과장은 “경원선은 1914년 일제 강점기에 건설된 국내 다섯 번째 철도로 당초 서울에서 함경남도 원산까지를 이었으나 6.25 전쟁으로 철로가 끊겼다”며 “경원선과 경의선은 북으로 가는 유일한 철도이자 분단의 아픔을 간직한 철도로 통일을 대비하여 꼭 연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과장은 또 “안전기원제는 기공식과도 같은 것으로 지난 2010년 지하철 연장사업이 추진된 지 4년 만에 결실을 보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는 동두천-연천 구간에 통근형 디젤 동차가 1일 17회 운행 중인데 전철이 개통될 경우 1일 44회로 운행횟수가 늘고 운행시간도 12.5분 단축된다”며 “연천군민의 교통편의 증진과 더불어 관광객 증대와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연천은 통일 교육과 자연에서의 생태계 교육 등이 가능한 가족나들이 명소”라며 “2019년까지는 DMZ-train을 이용해 연천을 찾아주시고 전철이 개통되면 더욱 부담없이 자주 방문해주실 것”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