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 버킷 챌린지 열풍처럼 경기도 전역에 나눔문화 퍼트릴게요”
아테네 올림픽 탁구 금메달리스트 유승민이 경기도 나눔홍보대사로 위촉됐다. ⓒ 김상근 기자
"지난 10월 11일 경기도 수원 만석공원에서 열린 ‘제2회 경기도 나눔대축제’에서 탁구선수 유승민이 경기도 나눔홍보대사로 위촉됐다. 유승민은 그동안 불우이웃돕기 탁구대회, 재능기부 탁구교실 등을 통해 나눔에 앞장서왔다."
“더욱 열심히 나눔을 실천하고 저를 통해 많은 분들이 나눔에 동참했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10월 11일 경기도 수원 만석공원에서 열린 ‘제2회 경기도 나눔대축제’에서 탁구선수 유승민이 경기도 나눔홍보대사로 위촉됐다. 유승민은 그동안 불우이웃돕기 탁구대회, 재능기부 탁구교실 등을 통해 나눔에 앞장서왔다. 이날 홍보대사 위촉식과 함께 만석거 둘레길을 완주하면 후원금이 적립되는 걷기대회 참여까지, 홍보대사로 위촉되자마자 또 한 번 나눔을 실천하고 온 그를 만석공원 현장에서 만났다.
요즘 근황이 궁금합니다.
지금은 잠시 쉬고 있어요. 2012년 런던 올림픽 이후 2년간 독일 프로팀에서 뛰다 지난 6월 귀국했는데 들어오자마자 7월부터 인천 아시안게임 남자탁구대표팀 코치를 맡게 됐습니다. 덕분에 가족들과 시간을 보낼 틈도 없었죠. 세 살배기 제 아들은 아빠 이름이 뭐냐고 물으면 ‘탁구’라고 답할 정도입니다. 그래서 현재는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는 데 집중하려고 해요. 다음 주에 가족들과 휴가도 떠난답니다.(웃음)
현재 삼성생명 탁구단 소속이시죠? 그리고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는 코치로도 활약하셨는데 어떤 삶에 더 만족하나요?
솔직하게 답하자면 선수생활이 더 맘에 들어요. 선수는 본인 스스로 역량을 키우고 그것을 발휘할 수 있지만 지도자는 옆에서 서포트(support) 하는 역할이잖아요. 성취감은 선수일 때가 더 크죠. 하지만 제가 언제까지 선수로 뛸 수 있을지 모르는 일이에요. 시간이 흐르면서 몸 상태나 성적 그래프가 떨어질 때쯤이면 선수생활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야 할 테고 그게 올해 인 것 같아요.
탁구를 시작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 유남규, 현정화 선수의 활약으로 한창 탁구 열풍일 때가 있었어요. 탁구 동호인도 많았고 탁구장도 유행이었죠. 당시 외삼촌이 탁구장을 운영하셨는데 거기에 놀러 다니다 시작하게 됐어요. 요즘은 운동에도 조기교육 바람이 불어 6~7살 때부터 시작한다고 하는데 전 9살 때부터 선수생활을 시작했으니 24년째 접어들었네요. 막상 시작해보니 네트를 사이에 두고 상대와 몸이 부딪치지 않는 상태에서 벌이는 신사적인 게임방식도 그렇고, 공이 라켓에 맞는 소리가 참 매력적으로 느껴졌어요.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유승민 선수 ⓒ 조선DB
24년간의 선수생활 동안 수많은 경기를 치렀을 텐데 어떤 경기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까?
당연히 2004년 아테네 올림픽이죠. 많은 선수들이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표로 열심히 훈련하는데 그 꿈을 이룬 경기였으니까요.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에서도 금메달을 따긴 했는데 아테네 올림픽이 많은 분들에게 제 존재감을 알린 계기가 됐다고 생각해요. 경기도 나눔홍보대사라는 지금 이 자리까지 오게 된 것도 다 아테네 올림픽 덕분 아닐까요?
유승민 선수에 대해 검색하다 보니 ‘기부천사’라는 표현이 뒤따르던데요.
오늘 경기도 나눔홍보대사로 위촉되었는데 전부터 나눔에 관심을 갖고 재능기부를 비롯해 개인적으로 후원을 하고 있어요. 저 역시 어려운 시절이 있었고 제 주위에도 가정형편 때문에 탁구용품 구입이 어려운 탁구 꿈나무 등 힘든 이웃들이 많거든요. ‘기부천사’라는 다소 부끄러운 수식어는 작은 금액이지만 정기후원을 하고 있었는데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 제 이름이 알려지면서 기부단체가 정기후원 사실을 공개해 뜻하지 않게 주목받으며 생겨난 표현 같아요. 2004년부터는 제가 소속되어 있는 삼성생명에서 ‘유승민 장학금’을 만들어 초등학생 대상 탁구대회를 열고 장학금을 수여하고 있어요.
개인적으로는 ‘유승민 배 불우이웃돕기 탁구대회’라는 생활체육 동호인 시합을 열어 참가비와 후원금, 제가 낸 기부금을 모아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기부하기도 했어요. 그러는 과정에서 느낀 점은 꾸준한 나눔 실천이 생각보다 어렵다는 것인데요. 특히 제 이름을 건 불우이웃돕기 탁구대회의 경우, 어떤 재단이나 단체의 도움 없이 혼자 힘으로 하다 보니 힘에 부쳐 3년 정도 진행하다 지금은 잠시 중단된 상황이에요. 이번에 경기도 나눔홍보대사로 위촉되었으니 경기도와 협력해 다시 부활시키면 어떨까요?(웃음)
최근 아이스 버킷 챌린지에도 참여했다고 들었어요.
유남규 감독님과 이봉주 선수 등 많은 분들이 지목을 해주신 덕분에 기쁜 마음으로 참여하게 됐어요. 얼음물을 뒤집어쓰고 기부금도 냈는데요. 3살 아들에게 어릴 때부터 나눔의 의미와 기쁨을 알게 해주고 싶어서 아내와 아들까지 포함한 가족 이름으로 기부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아이스 버킷 챌린지를 보면서 나눔은 남모르게 조용히 할 것이 아니라 널리 알리는 것이 맞고 홍보와 마케팅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했어요. 특히 사회 지도층이나 유명 인사들을 중심으로 퍼져나가면 긍정적인 유행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아이스 버킷 챌린지처럼 경기도 전역에 나눔 문화가 기하급수적으로 퍼져나가려면 경기도 나눔홍보대사로서 제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이제부터 연구해 볼 생각이에요.(웃음)
경기도 나눔홍보대사 이전에도 경기도와 특별한 인연이 있는 것으로 아는데요.
제가 탁구를 처음 시작한 곳은 인천이지만 초등학교 5학년 때 부천으로 전학을 갔어요. 그래서 부천 오정초등학교, 내동중학교를 졸업했고 고등학교는 포천의 동남고등학교로 진학했어요. 심지어 대학도 경기대학교를 나왔고요. 현재 용인시 수지구에 살고 있으니 이만하면 완벽한 경기도민 아닌가요?
마지막으로 좀 더 쉽게 나눔을 실천할 수 있는 방법과 경기도민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나눔이 꼭 물질적인 것을 나눠야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경제적으로 풍요롭지 못해도 나눔은 실천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으로 노력봉사나 재능기부가 있는데요. 공부나 음악, 미술, 체육활동, 요리 등 본인이 잘 하는 것을 어려운 이웃들에게 가르쳐 주거나 청소나 빨래 등을 돕는 것도 나눔의 한 방법 입니다. 어렵게 생각하지 마세요. 앞으로 제가 경기도 나눔홍보대사 역할을 톡톡히 할 수 있도록 많이 불러주시기를 바라고 경기도민 여러분들의 나눔 동참도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