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 뺀 순도 100% 행복 결혼식
최근 이른바 ‘작은 결혼식’이 주목받고 있다. ⓒ 조선DB
"신성하고 고귀하며 진정으로 축복받고 모두가 행복해야 할 결혼식, 그 원래의 의미와 가치를 되찾을 순 없을까? 이같은 맥락에서 최근 이른바 ‘작은 결혼식’이 주목받고 있다."
2억4996만원. 결혼정보회사 듀오와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최인철 교수가 지난 9월 ‘결혼비용 실태 보고서’를 통해 공개한 신혼부부들의 평균 결혼준비 비용이다. 보고서는 2013년 12월을 기준으로 최근 2년 이내 결혼한 당사자 총 1000명을 조사해 작성됐다. 그 내용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주택 마련 비용이 평균 1억8028만원으로 역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렵게 신혼집을 구한들 남은 과정이 만만한 것은 아니다. 이후 결혼절차에도 6968만원이라는 큰돈이 드는 것이다. 우선 식장대여, 폐백과 식대, 각종 부대비를 포함한 예식비용에는 평균 1594만원을 쓴 것으로 조사됐다. 또 드레스와 리허설 촬영, 헤어·메이크업을 비롯한 웨딩패키지로는 297만원, 허니문(2인 기준)은 441만원, 예물은 1670만원, 예단은 1555만원, 가전·가구 등의 혼수용품에 1411만원이 들었다.
전체 비용 2억4996만원을 성별 분담 비율로 나눠보면 신랑이 1억5598만원, 신부는 9398만원을 지출한다는 분석이다. 남녀 공히 초혼 연령이 서른 살 전후이고 아직 사회적·경제적 기반이 취약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스스로의 힘으로 결혼하기란 불가능한 셈이다.
결혼하는 부부가 서울 대학로 소극장에서 웨딩마치 대신 펼치는 2인극을 신기한 듯 바라보는 하객들. ⓒ 조선DB
혼주도 부부도 하객도 ‘힘들다’
과도한 결혼비용은 오늘날 수많은 사회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결혼 적령기 남녀가 경제적인 이유로 결혼과 연애를 포기하는가 하면 돈 문제가 빌미가 되면 파경에 이르는 것도 시간문제인 경우가 많다.
노후를 대비해야 할 부모는 자식의 결혼비용을 대느라 또 한 번 등골이 휘고, 다정해야 할 사돈 집안과 결혼 준비 과정에서 원수지간이 되는 사례도 허다하다. 경건해야 할 예식절차 또한 비정상이 된 지 오래다. 누구의 하객인지도 모를 손님들이 얽히고설킨 가운데 시간에 쫓기고 사람에 치인 신랑과 신부, 그 가족들은 녹초가 되기 일쑤다. 생경하면서도 피곤하고 불쾌했던 기억 때문에 결혼식 그 자체를 평생의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다는 이는 찾아보기도 어렵다.
이는 하객들 또한 마찬가지로 결혼식 참석이 부부의 탄생을 축하한다는 의미보다 인맥 관리에 불가피한 절차로 여기는 풍조가 만연하다. 과도한 결혼비용을 상쇄하기 위해, 혼주의 사회적 위치와 입지를 과시하기 위해 청첩장을 남발하다 보니 벌어지는 현상으로 이 역시 심각한 폐단 중 하나다.
신성하고 고귀하며 진정으로 축복받고 모두가 행복해야 할 결혼식, 그 원래의 의미와 가치를 되찾을 순 없을까? 이같은 맥락에서 최근 이른바 ‘작은 결혼식’이 주목받고 있다. 그 절차에 있어 거품과 허례허식을 없앰은 물론 예식 또한 자신들의 뜻과 스타일대로 개성 넘치게, 간소한 비용으로 참석자 모두의 진심 어린 축하를 받으며 진행하겠다는 커플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작은 결혼식, 해보니 대만족!”
실제로 ‘작은 결혼식’을 치른 이들의 만족도는 매우 높다. 지난 2012년 연중기획으로 ‘부모의 눈물로 울리는 웨딩마치’ 시리즈를 진행한 <조선일보>는 우리 사회의 결혼준비와 예식과 관련해 수많은 부부와 그 가족을 인터뷰하고 다양한 사례를 취재했다.
취재팀이 웨딩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의 결혼식 후기글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작은 결혼식’을 올린 신부들은 △예물·예단에 돈을 쓰지 않은 점 △발품 팔아 비용을 줄인 점 △예식·신혼여행 비용을 줄인 점 △혼수를 줄인 점 △개성 있게 식을 올린 점 등에서 스스로의 선택에 뿌듯함을 느꼈다.
반면 남들과 같은 방식으로 식을 치른 신부들은 후기 글을 쓸 즈음인 한 달여 후가 되면 냉정한 ‘살림꾼 마인드’를 되찾아 예비신부들에게 한순간의 허영에 휘둘리지 말 것을 당부하는 이들이 많았다. 연중기획과 함께 <조선일보>와 여성가족부, 생활개혁실천협의회가 펼친 ‘1000명의 작은 결혼식 릴레이 약속’ 캠페인에는 정부 장차관 및 고위 공직자, 대학교수, 금융기관 CEO 등 사회지도층 인사들은 물론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와 그 혼주들까지 일반 시민들의 동참도 줄을 이었다. 바야흐로 ‘작은 결혼식’이 하나의 트렌드이자 우리 사회의 병폐를 치유하는 해결책이 돼가고 있는 것이다.
어린이집 소풍 행사를 위해 경기도지사 공관 잔디광장이 일일 놀이터로 변신했다. ⓒ 경기도 아카이브
“경기도지사 공관 ‘작은 결혼식’ 지금 신청하세요”
작은 결혼식을 올리자면 일단 그에 맞는 적절한 공간이 필요하다. 작은 결혼식 전용 가든이나 웨딩홀도 생기고 있지만 개성 못지않게 실속을 중시하는 예비부부들은 각종 관공서들이 시민을 위해 개방한 예식장소를 눈여겨보고 있다. 그중에서도 청와대 사랑채나 국립중앙도서관은 남다른 장소적 의미와 수려한 풍광, 편리한 교통에 힘입어 신청 경쟁이 제법 치열하다.
경기도 내에도 새로운 작은 결혼식 명소가 탄생할 조짐이다. 경기도청사 후문을 따라 북쪽으로 1km 지점, 팔달산 자락의 경기도지사 공관이 그곳이다. 경기도지사 공관은 말 그대로 재임기간 도지사의 생활공간이자 공적 업무공간으로서 지난 1967년 10월 준공됐다. 1960년대 모더니즘 건축양식을 따른 공관 건물은 클래식한 멋스러움을 자랑하며 울창한 송림에 둘러싸인 1100㎡ 규모의 너른 잔디광장은 보기만 해도 산뜻하고 시원스럽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취임과 함께 공관을 도민 참여형 공간으로 개방하겠다고 약속했으며 경기도는 이곳을 결혼식장, 게스트하우스, 문화행사 무대, 현장학습장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매주 수요일마다 공관을 어린이들의 체험 학습장으로 개방하고 있다. 현재 의왕과 군포, 광주 등 도내 8개 어린이집이 이용신청을 해 11월까지 예약이 모두 완료됐다. 도는 모든 도민이 공관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작은 음악회나 연극, 벼룩시장, 시낭송, 인문학 강좌 등의 프로그램도 준비 중이다.
결혼식의 경우 푸른 잔디광장이 야외식장으로, 공관 시설물들은 피로연장과 신부대기실, 폐백실 등으로 쓰인다. 본격적인 작은 결혼식은 내년부터 상반기(4월 25일~5월 30일)와 하반기(10월 3일~11월 17일)로 나눠 매주 토요일마다 열릴 예정이다.
대상은 하객 규모가 양가를 합쳐 100명 이내로서 개성과 의미가 있는 특별한 결혼식을 원하는 예비부부다. 하객수가 100명을 넘을 경우 별도의 피로연 장소를 마련해야 하며 주례나 사진촬영, 메이크업, 드레스 등 결혼식 전반에 필요한 사항은 예비부부가 직접 준비해야 한다. 신청을 원하는 커플은 A4 2장 내외로 결혼비용(총 금액, 비용 마련), 결혼하게 된 사연, 결혼 희망일자 등 작은 결혼식을 이해하고 실천하는 내용을 담은 결혼계획서를 작성해 이메일(wedding@gg.go.kr)로 제출하면 된다. 신청자가 많을 경우 선정위원회에서 결혼계획서 심의 후 대상자를 추리며 선정이 된 커플은 사전답사의 기회를 가질 수 있다.
"경기도지사 공관은 말 그대로 재임기간 도지사의 생활공간이자 공적 업무공간으로서 지난 1967년 10월 준공됐다. 1960년대 모더니즘 건축양식을 따른 공관 건물은 클래식한 멋스러움을 자랑하며 울창한 송림에 둘러싸인 1100㎡ 규모의 너른 잔디광장은 보기만 해도 산뜻하고 시원스럽다."
TIP 경기도지사 공관 작은 결혼식
신청 기간 2014년 10월 13일(월) ~
신청 방법
결혼 계획서(A4 2장 내외) 작성 후 이메일(wedding@gg.go.kr) 제출
※ 결혼 계획서는 서식 없이 결혼 비용(총 금액, 비용 마련 방법), 결혼 하게 된 사연, 결혼 희망일자 등 작은 결혼식을 이해하고 실천하는 내용을 담아 자유롭게 작성
신청 조건
● 결혼일자
- 상반기 : 4. 25 ~ 5. 30 매주 토요일
- 하반기 : 10. 3 ~ 11. 17 매주 토요일
● 1100㎡ 잔디광장에서 야외 결혼식으로 운영되며, 공관 1층은 피로연, 폐백실, 신부대기실로 사용
● 하객은 총 100명 이내(100명 이상일 경우 피로연 장소는 별도 선정)
● 주례, 기타용품, 피로연, 사진촬영, 메이크업, 드레스 등 결혼식 설계·진행은 예비부부 스스로 디자인하고 준비
● 결혼식 당일 주차대수는 총 6대까지 가능 (하객은 경기도청 주차장 이용)
대상자 선정
신청자가 많을 경우 선정위원회에서 결혼 계획서 심의 후 대상자 선정 (신청자는 별도 일자를 지정하여 사전답사 실시)
문의 031-8008-49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