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직 공무원의 고향, 일반에도 사이버 명품 강의 제공
2012년부터 수도권 소재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이 진행 중인 가운데 지방으로 옮겨 갈 경기도 내 공공기관은 46개에 달한다.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에 따라 지역경제 침체와 지방세 감소, 공동화 현상 등이 초래되고 있다. 이 같은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지원 마련도 시급하지만 무엇보다도 남아있는 도내 공공기관에 대한 도민들의 관심과 응원이 필요하다. 이에 도내 공공기관을 찾아 지역 내 역할과 위치 등을 재조명하며 도민의 관심을 환기시키고자 한다. <편집자 주>
경기도 과천 중앙공무원교육원 ⓒ 김상근 기자
‘공무원’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무엇일까? 어떠한 변화에도 흔들림 없는, 그래서 어찌 보면 다소 고지식해 보이기까지 한다는 것이다. 오죽하면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청렴 교육용 연극의 주인공 이름마저도 ‘고지식’일까.
그런 공무원 조직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스마트폰의 광범위한 보급과 기술혁신 등으로 정보화사회를 넘어 디지털사회로 접어든 가운데 정책을 수립하고 수행하는 공무원의 역할까지도 달라지고 있는 것. 이 같은 공무원의 역할 변화에는 공무원을 교육하고 역량을 강화시키는 중앙공무원교육원의 역할이 크다.
경기도 과천시 중앙동에 위치한 중앙공무원교육원은 중앙부처 공무원을 교육하는 곳으로 모든 국가직 공무원들이 한 번 이상 꼭 거쳐야 하는 ‘공무원의 고향’이다. 중앙공무원교육원 역시 2016년 충북 진천으로 지방이전을 앞두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과천을 완전히 떠나는 것이 아니라 진천과 과천 두 곳에 캠퍼스를 운영하며 과천을 글로벌교육과 정보화교육에 특화된 교육원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라는 점이다.
중앙공무원교육원은 연간 100여 개의 교육과정을 운영하며 1만여 명의 국가공무원을 교육한다. 사이버교육도 연간 10만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으며 중앙공무원교육원의 사이버교육 시스템을 110여 개 교육기관에서 공동 활용한다.
경기도 과천 중앙공무원교육원 ⓒ 중앙공무원교육원 제공
중앙공무원교육원의 교육 프로그램 특징은 ‘혼합형’이라는 점이다. 사이버교육이나 집합교육을 이분화하지 않고 혼합해 진행한다. 교육원 입소 전 인터넷 사이버교육을 통해 지식을 습득하고 입소 후에는 토론을 통한 아이디어 창출과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는 방식이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됨에 따라 컴퓨터가 아닌 스마트폰으로도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모바일 VOD(video on demand) 교육 시스템도 마련했다. 공무원들만 보기 아까운 명품 강의는 일반인들도 공유할 수 있도록 사이버공무원교육방송을 통해 공개하고 있다.
국내 공무원뿐만 아니라 외국 공무원들도 이곳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교육을 받는다. 1984년 말레이시아 공무원 과정을 개설한 것이 계기가 되어 그간 123개국 4350명이 중앙공무원 교육원을 다녀갔다. 이는 세계 각국에서 한 번쯤은 우리 대한민국의 공무원 교육시스템을 벤치마킹하고 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특히 30여 년 전부터 우리나라와 인연을 맺은 말레이시아의 경우, 지금까지 1400여 명이 한국을 다녀갔으며 현지에서 동창회까지 운영 중이다. 중앙공무원교육원은 새 정부 국정철학과 주요 국정과제를 공직사회에 전파하고 공유함으로써 성공적인 국정운영의 기틀도 다지고 있다. 2013년부터 2014년까지 중앙부처 실·국장을 대상으로 8회에 걸쳐 국정과제 세미나를 개최하는 한편 ‘정부3.0’, ‘국민안전’, ‘창조경제’, ‘창조정책’ 등의 과정을 신설, 운영 중이다. 최근에는 교육의 설계, 평가, 개선의 선순환 구조 구축을 통해 공무원 교육의 질적 향상과 공무원교육훈련기관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교육개발평가센터의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유영제 중앙공무원교육원장 ⓒ 김상근 기자
유영제 중앙공무원교육원장 인터뷰
“인문학적 소양과 전문성 갖춘 공무원 양성해야”
공무원 교육의 책임자로서 새로운 정책이나 정보에 대해 누구보다 수집과 이해가 빨라야 할 것 같습니다.
중앙공무원교육원의 근무자들은 다른 공무원들보다 한 걸음 더 앞서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흔히들 교육을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고 하는데 공무원교육은 십년지대계(十年之大計)입니다. 10년 앞을 보고 공무원에게 필요한 역량, 자질을 길러줘야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항상 깨어있어야 합니다. 좋은 강의, 책, 뉴스 등을 접하며 정부의 현안에 관심을 갖고 그 밑바탕이 되는 교육을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는 자세가 비결이라면 비결이죠.
스스로를 ‘하프공무원’이라고 칭하시던데 공무원과 일반 직장 생활을 두루 경험했으니 더욱 객관적인 판단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하프공무원 입장에서 볼 때 공무원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 입니까?
공무원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국가와 국민을 생각하는 공직가치관입니다. 그런데 요즘 시대에 국가에 충성을 강요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공직가치는 강요가 아닌 인문학적 소양이나 과학교육을 통해 얻어진다고 봅니다. 책을 읽고 토론을 하며 자연스레 내재화되는 것이죠. 이에 따라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는 지난해 시범 운영했던 ‘인문학·과학 통섭교육’을 정규프로그램으로 편성하고 지난 3월부터 7월까지 실시된 신임관리자 과정에서 진행한 바 있습니다.
또한 쓸 만한 정책을 기획할 수 있는 창의성과 리더십을 기르고 공무원의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교육이 이뤄져야 합니다. 특히 현재의 순환보직제는 공무원의 전문성을 떨어뜨리는 비효율적인 제도라 할 수 있습니다. 공무원이 한 분야에서 완벽한 전문가가 될 수 있도록 꾸준한 교육과 제도적 뒷받침이 이뤄져야 합니다.
공무원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의 상징인 ‘철밥통’, ‘관피아’ 등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철밥통은 직업의 안정성을 의미하는데, 직업에 안정성이 있기 때문에 공무원에 우수한 인재가 지원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외국의 경우, 우리나라보다 더 센 철밥통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직업의 안정성은 우수한 인재 확보 차원에서 필요한 부분입니다. 다만, 인센티브나 패널티 제도가 약해서 문제가 되고 있는데요. 일을 게을리하면 경쟁에서 탈락하고 일을 잘하면 그에 합당한 보상이 따르는 시스템으로 변화해야 합니다.
관피아를 막기 위해 퇴직 후 2년간 취업을 금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전문성을 살린 재취업은 권장하되 이권 개입이나 적절치 못한 행동이 있을 경우, 기업과 개인 모두에게 패널티를 주는 제도가 도입되는 것은 어떨까요. 무조건 못 가게 막는 것이 능사는 아니니까요.
‘공무원의 날’ 제정에 대한 의견도 내놓으셨던데요.
달력을 보면 각종 기념일들이 참 많은데 정작 공무원의 날은 없습니다. 공무원을 바라보는 시각은 단순히 ‘국민을 위해 서비스하는 사람’ 수준이면서 어떤 문제가 터지면 무조건 공무원만 질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따라서 1년에 하루쯤은 공무원을 격려하고 또 공무원 스스로도 돌아보며 반성하는 날을 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공무원은 음지에서 일할 것이 아니라 양지로 나와야 합니다. 그래야 더 큰 일을 해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올해부터는 공무원의 날 제정을 대외적으로 많이 외치고 다닐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