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평 들판 가득 채운 가족, 연인 그리고 재즈
지난 10월, 경기도의 가을은 그 어느 때보다도 넉넉하고 풍요로웠다. 가을 들녘의 잘 여문 곡식처럼 알차고, 바라만 보아도 흐뭇한 문화예술의 향연이 줄지어 펼쳐졌기 때문이다. 축제는 막을 내렸지만 그 여운은 쉽게 가시질 않는다. 글과 사진으로 다시 한 번 그날의 감동을 곱씹어보자.
제11회 자라섬 국제재즈페스티벌 ⓒ 박관식 기자
유럽의 화성과 아프리카의 복잡한 리듬이 합쳐져 탄생한 미국 흑인 음악인 재즈(Jazz)가 경기도 가평의 ‘킹 이미지’로 자리 잡았다. 어느덧 11회를 치르면서 ‘자라섬 재즈페스티벌’이 젊은이들에게 편안한 문화로 각인된 것. 그동안 안팎으로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이만큼 성장한 데는 주객이 서로 조화를 이룬 덕이다.
물론 재즈를 제대로 아는 마니아는 그리 많지 않다. 그러나 막상 재즈음악을 들으면 누구나 금세 친숙해지는데 무슨 우열을 따질까. 티켓을 구입해야 입장할 수 있는 자라섬 메인 무대와 그 반대인 밖에서 즐기는 재즈의 차이는 생각하기 나름이다. 자라섬 메인과 주변 무대를 찾는 관객들은 돗자리, 와인, 먹거리 등을 일찌감치 챙겨 자리를 잡는다. 반면 좀 떨어진 가평읍사무소나 가평 구역사 앞의 재즈 팔레트와 재즈 큐브 무대 마니아들은 그야말로 재즈처럼 즉흥적이다. 실로 자라섬 밖 무대도 훌륭한 라인업으로 길거리 관객의 흥을 돋운다. 재즈와 무관한 이들이 우연히 괜찮은 아티스트를 만나 손뼉 치고 몸을 흔든다. 오히려 공짜 손님(?)들이 재즈를 더 잘 아는 것처럼 흥겨운 거리 축제가 된다. 바로 이것이 가평 재즈페스티벌의 지속과 성공을 위한 디딤돌이다. 10월 4일 오후 1시 가평읍사무소 앞 무대는 재즈커넥션 아티스트의 재즈에 맞춰 격식이 아닌 격식으로 춤추는 관객들이 많았다. 가평 읍내 클럽과 카페에서 세계적인 아티스트를 바로 눈앞에서 지켜볼 수 있는 미드나잇 재즈카페는 연일 매진됐다. 결코 재즈를 좋아하는 이들만의 음악축제가 아님을 증명하며 새로운 여가문화의 패러다임을 제시한 것. 국내 재즈 팬은 고작 수천 명에 불과하지만 자라섬 축제를 찾는 관객이 매년 증가하는 것이 그 증거다.
제11회 자라섬 국제재즈페스티벌 ⓒ 박관식 기자
자연, 휴식 그리고 음악이 있는 축제로 따사로운 햇살과 쏟아지는 별빛 아래 연인과 가족이 맛있는 음식과 함께 세계 정상급 아티스트의 악을 즐긴다. 특히 자라섬 재즈 축제는 지역 상생 프로그램 개발로 지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10월 3일부터 5일까지 사흘간 열린 자라섬 국제재즈페스티벌은 20만여 명의 관객을 모으며 성공리에 쳤다. 개천절 연휴를 맞아 금·토 양일간은 최초로 매진 사례를 기록했다. 미처 표를 구하지 못한 이들은 메인 무대 밖을 맴돌 수밖에 없었다. 그 어느 해보다 최강의 라인업으로 구성된 자라섬 메인 무대인 즈 아일랜드의 공연은 사흘 연속 빛났다. 첫날인 3일 전설적인 퓨전밴드 옐로우 자켓과 12회 그래미 어워드 수상에 빛나는 파키토 드리베라가 흥겨운 리듬으로 인기 몰이를 했다.
4일 펑크의 전설 마세오 파커가 2만 관객들을 모두 일으켜 세우는 폭발적인 열광을 이끌어냈다. 5일 마지막 날은 도미닉 밀러가 아름다운 타 리프로 관객들의 탄성을 자아냈고, 앨런 홀스워스의 마지막 무대는 재즈 마니아들에 큰 감동을 줬다. 또한 줄곧 노르웨이 재즈를 집중 소개한 노르웨이 포커스는 북유럽의 서정을 감성적으로 노래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번 자라섬 재즈페스티벌에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마련돼 눈길을 었다. 2년 만에 돌아온 자라섬 국제재즈콩쿨은 뛰어난 수상자를 배출했고, 어린이를 위한 키즈 재즈프로젝트도 처음 선보였다. 재키즈재즈모험단은 어린이들에게 재즈 악기를 쉽게 소개하고 가족 참여 공연을 열어 큰 박수를 받았다. 영화사 백두대간과 함께한 심야음악영화제인 자라섬 올나잇 시네마는 관객들에게 소소한 재미를 안겼다. 한편, 가평 지역의 특화 개발 프로그램도 성공적이었다. 가평 포도로 만든 페스티벌 음료인 자라섬 뱅쇼와 재즈 막걸리도 관람객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이 밖에 가평군 자원봉사센터의 풍선아트, 중미산·운악산 자연휴양림의 꽃누르미 열쇠 만들기, 함께 버거 만들기 등 가족을 위한 프로그램도 호평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