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북소리 2014 ⓒ 박관식 기자
오지게 핀 출판인들의 꽃봉오리
“나는 가끔 후회한다. 그때 그 일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그때 그 사람이, 그때 그 물건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더 열심히 파고들고, 더 열심히 말을 걸고, 더 열심히 귀 기울이고, 더 열심히 사랑할걸. 반벙어리처럼 귀머거리처럼 보내지는 않았는가, 우두커니처럼. 더 열심히 그 순간을 사랑할 것을…”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10월 3일 ‘파주 북소리(PAJU BOOKSORI) 2014’ 개막식에서 정현종 시인의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이란 시로 경기도민에게 시심(詩心)을 전했다.
경기도와 파주시가 주최하고 파주 북소리조직위원회가 주관한 아시아 최대의 책 축제 ‘파주 북소리’가 10월 3일부터 12일까지 열흘간 파주출판도시에서 열렸다. 이날 오후 4시 야외특설무대에서 열린 행사에서 큰북으로 공식 개막을 알린 남 지사는 “평소 좋아하는 시의 내용처럼 오늘과 내일을 후회하지 않고 살려고 노력한다. 여러분도 책 속에서 이런 마음을 얻어 갔으면 좋겠다”며 “오늘 모인 출판인 관계자들의 노력으로 파주가 세계적인 출판도시로 발돋움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개막식에 앞서 3일 오전 10시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에서 열린 국제 인문학 콘서트에서는 김형수 시인이 기조연설을 한 뒤 김남일 소설가, 인도 안바르 알리 시인, 베트남 이반 소설가, 태국 수반나 인류학자 등이 아시아의 신화에 대해 토론했다. 4회를 맞은 ‘파주 북소리’ 축제는 7인7색의 고서들, 책에 관한 모든 것, 2014 파주평화발전소 등 기획 전시회가 눈길을 끌었다.출판단지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 ‘지혜의 숲’에서 전시된 ‘7인7색의 고서들’전은 김언호·이기웅·김병준·김종규 등 7명의 장서를 통해 귀중한 문화유산인 책의 무궁한 세계를 보여줬다.
파주 북소리 2014 ⓒ 박관식 기자
1700~1800년대 영국의 청소년 독본, 1912년 독일 라이프치히 인젤출판사의 릴케의 첫 시집 등을 선보인 이기웅 파주출판도시 이사장은 “보편의 특수성, 보잘것없음의 보잘 것 있음을 내세웠다”며 “장구한 책의 역사 속에서 보편적인 방식으로 존재하는 책, 컬렉터가 아닌 편집자의 시각에서 포착한 특별함으로 그 의미를 다시 생각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책에 관한 모든 것’에서는 파주북어워드 수상작·외서·독립출판·아트북·디자인북·일러스트레이션 등 책과 관련한 다양한 콘텐츠가 전시, 강연, 피칭, 북콘서트 등의 형태로 독자들을 만났다. ‘2014 파주 평화발전소’는 11월 30일까지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 도라산역, 판문점 자유의 집 갤러리 등 파주 관내 DMZ 안팎에 설치미술가 백남준·강익중·이불·이우환·치호 아오시마 등 작가의 작품을 전시한다. 주말이 아닌 평일에도 강연과 토크콘서트 행사가 이어졌다. 김영하·정이현 소설가와 유시민 작가, 손숙 연극배우, 최영미 시인, 황현산 평론가, 노마 히데키 언어학자 등이 참여하는 다양한 강연과 북콘서트가 많은 관심을 끌었다. 3일부터 5일까지 열린 교보문고의 ‘땡스 북페스타’ 책 할인판매 행사장을 비롯해 상설 할인매장인 리북 스토어, 이가(李家) 헌책방 등은 책을 저렴하게 구입하려는 손님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입주 출판사들의 책방 거리에서는 책문화 거리 퍼레이드, 길거리 난장 퍼포먼스 등 도서 관련 이벤트 ‘지식난장’도 아이들과 함께 온 학부모들의 인기 코너였다.
해마다 다양한 행사를 준비한 김영사에는 ‘손으로 만들어 보아요’ 작가들과 신 나는 체험, ‘세계 대역사 50 사건’ 강연회, 행복한 마음 음악회, 마당장터 창고 개방, ‘역사야 놀자’ 골든벨 퀴즈대회 등 이벤트로 많은 인파가 몰렸다. 한편 이채 쇼핑몰 주변에 펼쳐진 포장마차, 길거리 엿장수 등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먹거리 장터도 책 속의 시골 풍경을 떠올리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