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기초생활수급자에요. 두 딸과 함께 생활하는데 올해 3월부터 허리디스크로 일을 하지 못하면서 월세가 150만원이나 밀려 쫓겨날 판이에요. 너무 힘들어서 혹시 시청에서 도움 받을 수 있는 제도가 있는지 여쭤보려고 갔더니, 저희 같은 사람은 취급을 안 한다고...”
지난 24일 오전 경기도청 언제나민원실. 경기도지사 앞에 앉은 그녀가 조금씩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 놓습니다. 혹시 잊어버릴까 사연이 담긴 종이를 손에 쥐고 조근조근 말을 이어나가는데요.
ⓒ 달콤한나의도시경기도(블로그)
“공무원들이 자세하게 말도 안 해주고, 갈 때마다 출장 갔다면서 자리를 비우더라고요. 그래서 시장님을 만나려고 했더니 면담도 거절하고... 말이라도 따뜻하게 해줬으면 이러지도 않아요. 저도 똑같은 사람인데 인격적으로 대우해주면 좀 좋아요.”
그녀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민원실을 일순간 숙연하게 했습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도 그녀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듣고 또 들었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었습니다.
삶 자체도 힘든데, 마음까지 커다란 상처를 입은 그녀이기에. 얼마나 힘들었으면, 오죽했으면 여기까지 찾아 왔을까. 그런 생각에 도지사는 그저 그들의 사연을 일일이 들어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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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분위기는 대체로 이랬습니다.
불합리한 아파트 관리비 예산 집행 문제로 화가 단단히 난 임차인들의 사연을 시작으로 아파트 입주민의 주거 불편 문제, 지방세 납부의 어려움, 버스 증설 요청, 이전 위기에 놓인 교회, 민간도시개발에 따른 사유재산권 침해 문제까지.
민원실 상담창구에 앉은 남경필 지사는 저마다 품고 있는 민원인들의 한(恨)을 하나하나 자신의 가슴에 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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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방문과 판교테크노밸리 환풍구 사고, 국정감사로 이어지는 바쁜 일정 속에 피곤할 법도 하지만, 남 지사는 도민과의 약속을 위해 이 자리에 앉았고 상담이 이뤄지는 약 2시간 동안 단 한 순간도 힘든 기색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민원인들의 이야기를 모두 듣고 나면 담당부서 공무원의 의견을 들어보는데요. 그 자리에서 처리 가능한 일이라면, 최대한 민원인의 입장에서 바로 조치를 취합니다. 물론, 정해진 규정이 있기에 모든 민원을 해결할 순 없지만 말입니다.
하지만 남 지사는 이렇게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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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원인들의 목소리를 제가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치유가 된다고 봐요. 저도 배우고요.”
그렇습니다. 어려움에 처하거나 불만이 쌓인 도민들의 목소리를 자신이 직접 듣는 것만으로도 치유가 될 수 있다는 건데요. 실제로 이날 도지사와 상담을 마친 대부분의 민원인들은 한결 편안해진 얼굴로 돌아갔습니다.
특히 경기남부 한 소도시에서 온 최 씨는 누구보다 밝은 표정으로 자리를 떠났는데요. 앞서 만나본 두 딸의 엄마이자 한부모 가정의 가장인 그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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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았어요.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생계도 막막하고 시청 공무원들의 태도에 상처를 많이 받아서 도지사님을 만나야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정말 오길 잘한 것 같아요.”
그녀의 사정을 귀담아 들은 남경필 지사는 담당부서에 그녀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라 지시했고 다행히 모든 요건이 맞아 원만히 해결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해당 시와 협의를 통해 밀린 월세는 무한돌봄 성금을150만원을 긴급 지원하기로 했고, LH공사 임대주택 신청을 위한 전세자금으로 1,000만원을 대출해주기로 검토 중인 상황입니다.
그런데, 이쯤에서 드는 의문! 시장도 만나주지 않는 상황에서 그녀는 어떻게 도지사와 만날 수 있었던 걸까요. 방법은 의외로 간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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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콜센터에 전화해서 “저 경기도지사와 면담을 하고 싶습니다.” 이 한마디면 순서에 따라 도지사와의 상담 기회가 생기는 건데요. 최씨는 실제로 이런 방법으로 만남을 갖게 됐다고 하네요.
지난 7월 11일부터 특별한 일정이 없는 한 매주 금요일마다 이어지고 있는 ‘도지사 좀 만납시다’가 만든 새로운 민원해결 방식인데요. 다음 주면 벌써 10번째 상담이 진행됩니다.
※. ‘도지사 좀 만납시다’는 경기남부와 북부를 번갈아가며 격주로 운영 됩니다. 11월 7일은 의정부에 위치한 경기북부청사에서 예정.
[출처/달콤한 나의 도시, 경기도]
[글. 사진: 달콤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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