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경기도 연천군 연천공설운동장에서 ‘2014 제1회 국제유소년(U-15) 축구대회’의 개막식이 열렸다. 7일부터 9일까지 3일간 열린 이번 대회에서는 한국, 북한, 중국, 우즈베키스탄 4개국 6개팀 173명의 선수들이 각축을 벌였다.
이번 대회는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가 주최하고, 남북체육교류협회와 연천군체육회가 주관했으며, 통일부와 경기도, 연천군, 경인일보가 후원했다. 최근 대북전단 살포문제로 제2차 남북 고위급 접촉이 무산되어 남북관계가 어수선한 이 때 민간이 주도하여 대회가 열렸다는 점에서 매우 뜻 깊은 대회였다.
개막식에는 남경필 경기도지사를 비롯해 정의화 국회의장과 홍사덕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상임의장 등의 내빈이 참석해 대회 개막을 축하했다. 개막식은 김규선 연천군수의 환영사와 남 지사의 축사에 이어 노곡초등학교 학생들의 관악 공연과 전곡중학교 학생들의 플래시몹 순으로 진행됐다.
성인 경기 못지않은 박진감 넘치는 소년들의 명승부
개막식 행사 후 이어진 한국의 풍생중학교와 북한의 4.25체육단 간 첫 경기에는 연천군민을 비롯해 남북 교류 관계자, 축구팬 등이 축구 꿈나무들을 응원하면서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풍생중과 4.25체육단 선수들이 경기를 뛰고 있다. ⓒ 전동준 기자
연천초등학교에서 경기를 관람하러 온 유혁영 학생은 “한국팀이 꼭 이겼으면 좋겠다”며 “북한 선수들을 실제로 볼 수 있어 신기하고 다음에도 이런 경기를 자주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기대감을 전했다.
경기는 체격조건과 스피드가 좋은 북한 선수들에게 밀려 한국의 풍생중학교가 0:3으로 졌다. 하지만 승패를 떠나 앞으로 우리나라 축구를 이끌어갈 소년들의 패기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아름다운 경기였다.
경기가 끝난 후 풍생중 선수들과 관계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전동준 기자
경기 후 진행된 인터뷰에서 풍생중학교 주장 유용현 선수는 “북한 선수들이 고등학생처럼 덩치가 좋아서 의외였지만 다음에 국가대표가 돼서 다시 만난다면 그땐 꼭 이기겠다”고 다짐했다.
풍생중학교의 서광운 감독도 경기 후 아쉬움을 떨쳐내지 못하는 모습이었지만 인터뷰에서 “화합의 잔치라고 생각하고 아이들이 컸을 때 이번 경기를 좋은 경험으로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북한 선수들과 감독은 대외적으로 민감한 시기인 탓인지 경기가 끝나자마자 남측과 인사만 나누고 빠르게 퇴장하는 모습이었다.
이어서 B조 우즈베키스탄의 FC분요도코르와 중국 광저우 제5중학교의 경기가 있었다. 앞서 열린 한국과 북한의 경기와 달리 B조 경기에는 관중과 관계자들이 대부분 빠져나가 텅 빈 관중석 앞에서 경기를 진행하는 선수들이 안쓰러워 보이기도 했다.
남북화합과 연천군의 활성화
연천군민들을 비롯한 관람객들이 경기를 보면서 응원을 하고 있다. ⓒ 전동준 기자
남북화해와 동북아평화 기여 및 참가국 축구 꿈나무들의 스포츠, 문화 교류 확대라는 목표를 가지고 열린 이번 대회는 전방에 있어 상대적으로 낙후된 연천군의 지역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대회에 자원봉사자로 참가한 야생동물보호협회 연천군지부장 성상수 씨는 “연천군의 토박이로서 국제대회가 연천에서 열려 뿌듯하다. 이번 봄에도 경기도민체전이 연천에서 열렸는데 앞으로 이런 행사들을 통해 연천이 더욱 발전하였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가 일회성이 아니기를 바란다
통일부는 교육부와 함께 전국 초·중·고 200개교 학생 11만6000명을 대상으로 지난 6월부터 7월 11일 까지 실시한 ‘학교통일교육 실태조사’ 설문 결과를 최근 공개했다. 설문 결과 학생들은 ‘북한’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에 대해 ‘전쟁·군사’(25.8%)라고 답했고 ‘독재’(25.5%), ‘가난’(18.1%), ‘민족·통일’(12.9%) 등을 다음으로 꼽았다.
사실 그간 북한의 행동들을 살펴볼 때 이러한 이미지들은 보이는 그대로 만들어진 것들이다. 하지만 우리가 통일을 준비하면서 북한에 대한 기존 이미지를 고수한다면 통일의 장애요소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현 정부에서는 통일을 위해 ‘신뢰프로세스’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통일은 갑자기 이뤄지는 것이 아니고 신뢰의 단계를 거쳐서 이뤄지는 것이다. 신뢰를 쌓는데 있어서 문화 교류만큼 좋은 것은 없다.
경기가 끝나고 선수들이 나간 자리에 축구공이 놓여있다. ⓒ 전동준 기자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축구가 인기다. 축구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경기장이나 TV중계를 보며 한마음으로 응원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북한도 이에 못지않게 축구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번 인천아시아경기대회에서도 북한 축구는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통일이 되어 남북한 선수들이 함께 국가대표로 뛰면서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인 축구 강국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줄 것을 상상하면 짜릿하지 않는가. 처음이 어렵지 두 번째부터는 쉬운 일이다. 이번 국제유소년 축구대회가 1회 대회를 넘어 2회, 3회 지속적으로 열리며 남북 문화교류의 물꼬를 틔우고 나아가 통일에 이바지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