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박물관에서 ‘조선 왕실 선성군 모자의 특별한 외출’ 특별전시를 진행한다. ⓒ 조성윤 기자
400~500년 전 조선시대의 모자(母子)가 경기도박물관으로 아주 특별한 외출에 나섰다.
조선의 9대 국왕 성종의 증손인 선성군 이흠과 그의 어머니인 기성군부인 평양이씨 묘에서 출토된 복식, 그리고 후손의 묘에서 출토된 지석과 백자 명기가 함께 전시되는 경기도박물관 특별전시로 나들이를 가는 것.
2008년 전주이씨 견성군파 종회에서 기증받은 유물을 바탕으로 그동안 보존처리와 분야별 연구를 진행한 후 그 결실을 모든 사람들과 공유하고자 준비한 경기도박물관의 아주 특별한 초대장이기도 하다.
모자의 특별한 외출을 통해 관람객들은 의복을 소재로 시간여행을 떠나게 된다. ⓒ 조성윤 기자
◈ ‘의복’을 주제로 떠나는 조선시대 시간여행
이번 전시는 지난 2008년, 조선의 9대 국왕 성종의 증손인 선성군 이흠과 그의 어머니인 평양이씨의 묘에서 출토된 유물들을 만날 수 있다. 이 유물들은 우리가 흔히 아는 유물들과는 조금 다른 점이 있는데, 바로 ‘의복’이란 것에서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유물들과 차이를 가진다. 보통의 식기, 보석, 혹은 기록물로 생각하는 유물이 아닌 의복이라는 점에서 그 당시 문화를 조금이나마 더 가까이 접할 수 있다는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
수습 이후 6년간 수 차례의 세척, 복원, 재현과정을 거쳐 정리된 총 100여 점의 유물 중 50여 점이 전시됐고 이번 유물은 조선 전기 왕실과 관련된 복식유물이 최초로 소개된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지닌다. 이번 특별전을 통해 관람객들은 ‘의복’을 소재로 16세기 조선시대로 시간여행을 떠나면서 선조들이 어떤 옷차림으로 그 시대를 활보했는지, 그리고 왕실 출토복식의 역사적 배경과 의의를 살펴볼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을 갖게 될 것이다.
선성군 이흠의 옷 일부(왼쪽)와 새롭게 재현한 모자(母子)의 옷들(오른쪽) ⓒ 조성윤 기자
◈ 조선 전기 왕실의 복식문화를 ‘생생’하게 살펴보다
1부 ‘어머니 기성군부인 평양이씨의 옷’에서는 묘에서 출토된 37건의 복식 중 일부가 전시되었다. 왕실 여성의 예복으로 깃이 둥글고 소매가 짧은 특징이 있는 ‘단삼’, 예복용 긴치마 등을 직접 볼 수 있다.
2부 ‘아들 선성군 이흠의 옷’에서는 공손하고 화려한 옷을 입지 않았던 선성군의 당시 의복을 확인할 수 있는데, 남성 관복용 옷인 ‘단령’, 긴 겉옷 위에 덧입은 옷인 ‘답호’ 등 선성군이 입었던 옷을 살펴볼 수 있다. 이 두 테마를 통해 선성군 모자가 살았던 16세기 당시 남녀 복식의 전반적인 모습을 21세기인 지금 생생하게 만나볼 수 있다.
3부 ‘모자(母子)를 위해 새로 장만한 옷’에선 출토된 당시 본래의 색을 알 수 없기 때문에 그 당시의 색을 추정해 현대의 직물로 새로 제작한 옷들이 전시된다. 빨간색으로 곱게 물들인 기성군부인의 단삼, 순백의 깨끗한 이미지가 돋보이는 선성군의 액주름 등 당시 화려했을 모자의 의복을 색감을 살려 재현해냈다. 그 밖에도 평양이씨의 남편인 완산군 이수함의 지석과 지석함 등도 함께 전시됐다.
이렇게 3개의 테마로 구성된 이번 특별기획전은 비록 규모는 작지만 ‘의복’이라는 주제로 16세기 조선 전기 왕실의 복식문화를 보다 생생하게 살펴볼 수 있는 매개체가 되어준다.
◈ 경기도박물관으로 떠나는 어머니와 아들의 특별한 나들이
이번 특별전시에서 가장 아쉬운 점은 생각보다 규모가 작다는 점이다. 만약 이 전시만 보러 박물관을 방문한다면 예상보다 빨리 관람을 마칠 수 있는데, 그 부족함을 경기도박물관 전체에서 달래보는 건 어떨까?
수원화성을 모티브로 한 박물관의 외관과 그 안에 전시된 우리나라와 경기도의 역사, 그리고 관련된 기획전시들을 살펴보면 남녀노소 모두가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그 밖에도 근처에 경기도어린이박물관과 백남준아트센터를 한번에 관람하면 만족도는 배가된다. 16세기 조선 왕실의 모자가 21세기로 떠난 특별한 나들이, 경기도박물관에서 만날 수 있는 그 모자의 나들이에 함께 동행하면 어떨까?
이번 특별전은 내년 3월 1일까지, 경기도박물관 기증유물실에서 전시되며, 중앙홀에서는 모자의 옷 속에 담긴 무늬를 넣어 나만의 옷을 꾸미는 ‘나만의 우리 옷 꾸미기 : 나는 패션 왕!’ 행사도 동시에 진행된다. 관람료는 성인 4,000원, 초등생과 청소년, 군인 2,000원, 7세 이하 유아는 무료이며, 20인 이상 단체는 50%, 경기도민은 25% 할인 받을 수 있다. 관람 문의는 031-288-5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