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왕실 선성군 모자의 특별한 외출>전의 안내판 ⓒ 조재현 기자
무덤 속 관 안에서 수백 년 간 잠자고 있는 몸은 과연 어떤 옷을 입고 있을까? 그 모습을 실제로 본 이들은 별로 없겠지만, 연구 가치가 높은 흥미로운 주제이다. 경기도박물관에서는 지난 10월 24일부터 전주이씨 견성공파 종회의 후원을 받아 이와 관련된 특별기획전을 열어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 복식의 모습을 재현한 참신함
이번 특별전의 시작에 얽힌 사연은 지난 2000년대 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2008년, 전주이씨 견성군파 측에서 두 기의 봉분을 파묘해 내부의 관을 들춰내어 복식을 분석하기로 하면서 이번 기획전을 위한 물밑 작업이 진행됐다.
맨 처음에는 파묘(묘를 파헤치는 작업) 작업을 진행했다. 이때 내부에 있는 시신은 대렴이 된 상태였다. ‘대렴’이란 죽은 뒤 시신(屍身)의 머리를 빗기고 목욕을 시킨 뒤에 옷을 갈아 입힌 다음, 뼈가 굳어 입관(入棺)하는 데 지장이 생기지 않도록 손과 발을 거두는 `소렴`이라는 절차를 거치는데, 그 이후에 입관을 위해 소렴한 시신을 베로 감싸서 매듭을 짓는 일을 말한다.
내부에 있는 대렴 상태의 시신을 꺼내어 복식만 수습하기 위한 1차적인 작업을 거쳐 복식만을 따로 수습하여 세척을 한 뒤, 당시 모습으로 형태를 복원하는 작업을 거치게 되었다. 이 작업이 끝나게 되면, 몇 백 년 전 땅 속에 묻힌 옷의 원형적 모습이 세상 빛을 보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하여 조선시대의 복식이 우리 눈앞에 모습을 보이게 되었다.
경기도박물관에서 제공하는 작업 과정 동영상 화면. ⓒ 사진 : 조재현 기자, 동영상 자료: 경기도박물관
▶ 이번 전시회를 통해 볼 수 있는 작품
이번 전시회를 통해서는 어머니 기성군부인 평양이씨의 복식과 아들 선성군 이흠의 복식을 찾아볼 수 있다. 기성군부인은 조선 9대 임금인 성종의 손자며느리로, 기성군부인의 봉분에서는 단삼 1점, 장옷 3점, 저고리 13점, 치마 6점 등 총 37점의 복식이 출토되었다.
이흠은 기성군부인의 아들로, 조선 명종 임금 14년에 종2품인 정의대부에 올라 선성군에 봉해진 인물이다. 이흠은 공손하며 화려한 옷을 입지 않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단령(관복용 옷) 3점, 답호(긴 겉옷 위에 덧입는 조끼 형태의 옷) 5점, 철릭(솜옷) 11점 등 37건의 복식이 발굴되었다.
당시 복식의 색을 추정하여 현대 직물로 제작한 옷. ⓒ 조재현 기자
이 전시회에서 더 이목을 집중시키는 부분은 본래의 색을 알 수 없어 황토색으로밖에 확인되지 않는 출토품의 본래 색을 추정하여 현대 직물로 재제작한 복식들이다. 기성군부인의 복장은 대체로 붉은색 계통을 취하고 있으며, 선성군의 복장은 푸르거나 하얀 색으로 제작되어 생전의 검소함을 엿볼 수 있었다. 또한 이번 기획전에서는 복식뿐 아니라 파묘 작업과 함께 발굴된 여러 지석(봉분에 묻힌 사람의 일생을 설명한 글)과 생전에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대접도 보는 이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6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준비된 이번 전시는 10월 24일부터 내년 3월 1일까지 경기도박물관 1층 전시실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