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국제의료사업은 2010년 이후 급성장을 거듭해 연평균 환자 증가율 33%, 진료수익 증가율 48%을 기록하고 있다. 이에 따른 효과로 국제의료 일자리가 50% 이상 늘고 병원 인근 숙박·쇼핑 시설 등 지역경제도 활기를 띠고 있다. ⓒ 경기G뉴스
한국생활 10년 차에 들어선 카자흐스탄 외과의사 오마리아 씨. 2010년 세종병원에 입사한 후 중앙아시아 담당 팀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그녀는 카자흐스탄, 러시아 환자를 매년 2천여 명 이상 유치하며 세종병원을 국제병원으로 만든 1등 공신이다.
외국인 보호자를 위한 숙박 알선부터 러시아 식당까지 운영하며 환자 유치에 힘쓰는 것이 그녀의 비결. 심장전문병원인 부천 세종병원은 러시아 등 세계 각국의 에이전시 360곳으로부터 올해 5천여 명의 외국인 환자를 유치했다. 세종병원에는 오마리아 씨와 같은 의료관광 코디네이터만 14명. 이들 중 90%가 다문화가정 출신이다.
우즈베키스탄 결혼이주여성인 마야 씨는 의료관광 코디네이터다. 마야 씨는 비자 발급에 필요한 초청장 작성부터 공항 픽업, 진료상담, 숙소예약, 통역서비스는 물론 출국 후 메신저서비스를 통해 수술경과 점검 등 사후관리도 챙긴다.
마야 씨가 근무하는 의료관광 대행사인 ㈜비티메디는 외국인 환자 유치기관으로 러시아, 중국, 몽골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올해 외국인 환자만 1500명을 유치했다. 마야 씨와 같은 18명의 의료관광 코디네이터가 근무하고 있고, 이 중 50%가 다문화가정 출신이다.
외국인 환자의 한국 방문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외국어 숙련자와 결혼이민자를 위한 맞춤형 고급 일자리로 병원 의료관광 코디네이터가 떠오르고 있다.
10일 경기도가 외국인 환자를 유치하는 도내 22개 병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병원 내 국제의료 담당인력은 지난해 81명에서 올해 122명으로 50.6%나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문화여성들이 경기도가 마련한 ‘국제의료관광 코디네이터 과정’에 참여하고 있다. ⓒ 경기G뉴스
국제의료인력의 일자리를 살펴보면, 해외 시장개척 등 의료관광 마케터 역할과 비자 발급지원 및 입퇴원 관리를 담당하는 병원 행정인력이 46명으로 48.4% 증가했으며, 환자 진료상담, 체류지원 등 환자 도우미 역할을 하는 의료관광 코디네이터가 76명으로 전년대비 52% 증가했다.
언어권별로는 러시아어 코디네이터가 15개 병원(68.2%)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영어, 중국어, 몽골어, 일본어 순이었다. 새롭게 관심지역으로 떠오르는 베트남어, 아랍어 코디네이터는 각각 1명씩 늘었다. 도내 병원으로 국제의료인력이 가장 많이 근무하는 병원은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으로 20명이 근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는 이 같은 국제의료 관련 일자리 증가가 경기도의 폭발적인 외국인 환자 유치 증가와 맞물려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실제로 2010년부터 5년간 국내에 들어온 외국인 환자는 모두 63만 명으로 이들이 지출한 진료비는 1조원에 달하며 경기도는 이 중 8만5천명을 유치해 전국 2위(13.5%)를 차지하고 있다.
경기도 국제의료사업은 2010년 이후 급성장 거듭해 연평균 환자 증가율 33%, 진료수익 증가율 48%을 기록하고 있다, 2010년 1만913명이었던 경기도 유치 외국인 환자는 2012년 1만 9347명, 2013년 2만5673명으로 폭발적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도는 올해도 3만7천 명 이상을 유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외국인 환자 유치는 일반 관광객과 달리 주요 관광지 소비가 아닌 병원 주변의 숙박, 외식, 쇼핑, 관광활동 비중이 크고 체류기간도 길어 지역경제에 미치는 효과도 크다.
실제로 부천 세종병원의 외국인 환자가 늘면서 부천지역 모텔형 숙박업소도 외국인 손님맞이를 위해 리모델링을 진행 중이며, 병원 주변에는 러시아어 간판도 쉽게 볼 수 있다. 마야 씨가 주로 활동하는 동국대 일산병원과 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일산 백병원 인근에도 편의점과 쇼핑센터, 숙박업소를 중심으로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해외환자 유치 전년대비 증가율. ⓒ 경기G뉴스
편의점 아르바이트생도 러시아어를 하는 것은 물론 쇼핑센터는 외국인 환자와 보호자들을 VIP급 손님으로 대우하고 있다. 외국인 환자와 보호자들의 숙박하는 고양시 레지던스에는 이들을 위한 프론트 직원을 결혼이주여성으로 채용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는 한국의료관광총람에서 2012년 외국인의 국내 의료관광 지출 규모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발표한 순수 진료비 2673억 원보다도 2.72배 많은 7263억 원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경기도는 외국인 환자의 소득수준은 자국에서도 상위계층에 속해 일반 관광객보다 약 1.6배 이상 지출이 많다고 설명했다. 도는 이 같은 국제의료사업 활성화로 지난해 1182개의 일자리가 창출됐으며 올해 2025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류영철 도 보건정책과장은 “2009년 정부의 외국인 환자 유치 허용 이후 경기도는 러시아, 중국, 카자흐스탄 등과 국제의료협력 강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면서 “5년간의 국제의료사업이 현재 외국인 환자 유치와 일자리 창출효과로 나타나고 있다. 극동·중앙아시아에 이어 인도네시아와 중동 등으로 시장이 넓어지고 있는 만큼 언어권별 일자리 창출은 더 크게 늘 것”이라고 말했다.
도는 2009년부터 카자흐스탄 보건부, 중국 장수성, 극동러시아와 베트남, 몽골, 인도네시아, 키르키즈스탄 등 15개 지역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도는 지난해 베트남, 중국시장에 진출한데 이어 올해 러시아 시베리아지역과 인도네시아 의료시장 개척을 추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