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박한 사회 속에서 아파트 필로티의 변신이 기대되는 이유 ⓒ 달콤한나의도시경기도(블로그)
“지금 사회가 너무 각박해졌습니다.
옆집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어도 이웃집에서 알지 못해요.”
벚꽃이 흩날리던 지난 봄, 당시 경기도지사 후보로 나선 남경필 지사는 자신의 대표 공약 중 하나인 ‘따복마을’을 제시하게 된 배경을 밝히며 이 같이 말했습니다.
이웃 간의 소통이 없고, 각박해진 세상.
그래서 옛날처럼 따뜻하고 복된 공동체를 되살려야겠다.
이게 바로 남 지사의 생각이었던 겁니다.
각박한 사회 속에서 아파트 필로티의 변신이 기대되는 이유 ⓒ 달콤한나의도시경기도(블로그)
그런 문제의식은 아마 여러분도 여러 번 느껴보셨을 텐데요. 저 역시 공동체 회복의 필요성에 대해 늘 인식해 왔던 것 같습니다.
누군가 “살면서 언제 가장 행복했었니?”라고 물으면, 답은 항상 “90년대 초중반”이었죠.
그땐 그랬습니다. 집에 맛있는 음식이 있으면 이웃과 함께 나눠먹었고, 좋은 일이 있으면 함께 기뻐하고, 나쁜 일이 있으면 함께 위로했습니다. 요즘처럼 김장철이 다가오면 함께 고생하고 돕고 그랬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늘 ‘함께’ 했습니다.
각박한 사회 속에서 아파트 필로티의 변신이 기대되는 이유 ⓒ 달콤한나의도시경기도(블로그)
그렇게 이웃과 교류하는 일이 많다보니 어른들은 어른들끼리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언제나 정이 넘치고 따뜻함이 가득했습니다. 일터에 나간 부모님이 아이들 걱정에 전전긍긍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 그땐 그런 세상이었죠.
더 어린 시절 살았던 작은 시골마을은 말할 것도 없었고요. 품앗이, 두레 같은 옛 전통문화가 모습만 다를 뿐 온전히 남아있었습니다.
이런 기억의 조각이 모여 ‘행복’이란 단어가 조합되는 건, 단순히 어린 시절이기 때문만은 아닌데요. 일상 속에서 사람과 사람, 가족과 가족, 이웃과 이웃이 모이는 것 그 자체로 충분히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이젠 인생기록 디스크의 소중한 데이터로만 남았네요.
각박한 사회 속에서 아파트 필로티의 변신이 기대되는 이유 ⓒ 달콤한나의도시경기도(블로그)
모두 과거형일 뿐, 다시 현실로 돌아와 보면 어떤가요.
기술이 발달하면서 삶 자체는 많이 편리해졌지만, 사람과 사람은 오히려 불편해졌는데요. 아파트 엘리베이터만 봐도 모든 것이 설명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잠깐의 어색함을 피하기 위해 스마트폰을 꺼내거나 거울 속에 보이는 자신과 소통합니다. 정적만이 좁은 공간을 지배하죠. 유일하게 매일 이웃을 만나게 되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빨리 이곳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뿐입니다.
그렇다 보니 층마다 누가 사는지, 심지어 같은 층에 사는 옆집 주민과도 ‘잘 모르는 사이’인 경우가 허다한데요. 옆집에 무슨 일이 있든 관심을 가질 이유가 없습니다.
각박한 사회 속에서 아파트 필로티의 변신이 기대되는 이유 ⓒ 달콤한나의도시경기도(블로그)
이런 현실 속에 남경필 지사는 따복마을의 필요성을 느꼈고, 경기도는 현재 ‘따복공동체’란 이름으로 프로젝트를 추진 중에 있습니다. 얼마 전 그가 제시한 민선 6기 경기도정 비전 ‘Next 경기’에도 들어가 있죠.
따복공동체는 주민이 직접 참여해 지역사회의 커뮤니티를 활성화하고 이를 통해 육아, 교육, 복지, 일자리, 저출산, 청년, 노인, 주거환경 등 각종 마을의 문제를 해결하는 흐름으로 그려지고 있는데요.
앞서 경기도는 도시와 농촌이 혼재된 지역의 특성을 감안해 두 가지 형태로 진행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습니다. 도시형 따복공동체의 핵심은 당연히 아파트고요.
각박한 사회 속에서 아파트 필로티의 변신이 기대되는 이유 ⓒ 달콤한나의도시경기도(블로그)
그런데, 이 과정에서 걸리는 게 하나 있습니다.
아파트 같은 주거환경에서 주민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 일종의 ‘사랑방’ 역할을 할 장소가 마땅치 않다는 겁니다. 건물을 새로 짓는 건 부담스럽고, 기존에 사용하고 있던 공간을 바꾸기도 부담스럽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아파트 단지 내 필로티 공간을 주민공동시설로 활용할 수 있는 법적근거가 마련됐다는 겁니다.
왠지 낯선 단어, ‘필로티’가 뭐지 하고 의아해 하는 분들 계실 것 같은데요. 아래 사진을 보면 바로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각박한 사회 속에서 아파트 필로티의 변신이 기대되는 이유 ⓒ 달콤한나의도시경기도(블로그)
보시는 것처럼 건물 1층 기둥만 서있는 공간을 필로티(pilotis)라 합니다. 필로티는 근대 건축방법 중 하나로 프랑스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가 만든 개념이라는군요. 본디 건축의 기초를 받치는 말뚝이라는 뜻이랍니다.
아무튼! 이제 이 필로티 공간을 주민들의 커뮤니티 장소로 활용할 수 있게 됐는데요. 최근 ‘주택법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11월 6일부로 시행규칙이 공포·시행에 들어갔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폐자전거 보관이나 쓰레기 투기장으로 방치되는 경우가 많았던 공간이었던 걸 감안하면 아파트 입주민들로선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각박한 사회 속에서 아파트 필로티의 변신이 기대되는 이유 ⓒ 달콤한나의도시경기도(블로그)
이번 주택법시행령 개정안은 지난 7월 경기도가 국토교통부에 건의한 내용을 담았다는 점에서 고무적인데요. 당시 경기도는 현재 빈 공간으로 방치되고 있는 공동주택 필로티를 주민공동시설로 활용할 수 있도록 주택법시행령 제47조 1항의 공동주택 행위허가 기준을 개정해야 한다고 건의한 바 있습니다.
경기도의 개정안 건의는 지난 6월 ‘따복마을 토론회’에 참석한 남경필 경기도지사의 지시로부터 시작됐는데요. 주택정책과는 곧바로 작업에 착수했고, 현장 실사 등을 통해 제도 개선안을 마련한 뒤 국토교통부와 정부를 지속적으로 설득해 왔습니다. 그 결과 5개월 만에 초스피드로 제도개선이 이뤄진 겁니다.
남 지사의 의지와 담당 공무원의 노력이 없었다면 불가능 했을 일인데요. 이제 경기도내 321개 아파트가 필로티 공간을 주민들의 공동시설로 활용할 수 있게 있게 됐습니다.
각박한 사회 속에서 아파트 필로티의 변신이 기대되는 이유 ⓒ 달콤한나의도시경기도(블로그)
필로티 공간이 주민공동시설로 변모할 수 있게 되면서 따복공동체 사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경기도는 입주민들이 필로티 부분을 따복공동체 조성을 위한 공간으로 바꿀 경우 시설조성을 위한 사업비 일부를 지원한다는 계획입니다.
아파트 필로티가 독서실과 작은도서관, 휴게시설 등 커뮤니티 공간으로 탈바꿈 되면 따복공동체의 핵심적인 장소로 거듭날 가능성이 커졌는데요. 필로티가 아파트 주민들의 사랑방으로 변모했다는 소식이 들리게 될 그날을 기대해 봅니다.
[출처/달콤한 나의 도시, 경기도]
[글. 사진: 달콤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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