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보는 당신의 손에는 무엇이 쥐여져있는가? 아마도 마우스와 키보드, 혹은 스마트폰 일 것이다. 그런데 지금 당장 그것을 놓고 책을 보라고 하면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손가락을 이용한 몇 번의 조작으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수많은 재미를 창출할 수 있는 마법과도 같은 기기들을 놓은 채 책을 보라고 시킨다면 흥미를 잃어갈 수도 있다.
그러나 불과 5년 전까지도 우리는 이러한 생활이 열릴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야외에서 인터넷을 하고, 많은 영상 혹은 음악 등을 들으면서 거리를 거닐 수 있다는 것은 그야말로 ‘꿈의 기술’이었다. 그리고 5년이 흐른 현재, 스마트폰 없이는 살 수 없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사람들은 손에서 기계를 놓을 줄 모르고 모든 정보는 활자로 인쇄된 책과 신문이 아닌 디지털 기기로부터 얻어지고 있다. 그렇게 자연스레 책과 멀어졌으며, 특히 젊은 세대들이 지하철이나 버스 등 대중교통에서 책을 읽는 모습은 ‘지난 세대의 유물’처럼 취급받기 시작했다.
이렇게 우리의 일상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는 책을 다시 가까이 하고, 더불어 안보의 중요성을 되새기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정책기자단과 경기도 대학생기자단 및 지역기자단이 합동으로 ‘안보와 문화가 만났을 때’를 주제로 한 워크숍을 개최했다.
파주의 헤이리마을과 파주출판단지, 철원의 군사시설 등을 돌아보며 우리에게 너무나도 멀어졌던, 그러나 항상 우리에게 존재하며 한 때 우리가 항상 느끼고 있었던 것들에 대해서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1일차 일정은 파주를 중심으로 헤이리마을과 파주출판단지에서 여정을 보내며 첫 번째로 우리에게서 멀어지고 있는 것, ‘아날로그’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헤이리마을에 위치한 황인용 전 아나운서의 음악감상홀 카메라타에서 음악을 들으며 황인용 전 아나운서가 생각하는 아날로그적 삶을 엿볼 수 있었다.
파주출판단지 지혜의 숲에는 30만권이 넘는 책이 방문객을 반기고 있다. ⓒ 박경환 기자
이후 파주출판단지로 이동하여 ‘지혜의 숲’을 관람하고 출판사 문학동네를 방문하여 관계자로부터 파주출판단지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들으며 우리에게 조금씩 멀어지고 있던 활자 책에 친숙하게 다가갔다. 기자단이 묵었던 게스트하우스에는 일반적인 숙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TV와 컴퓨터가 없었다. 대신 그 자리에는 책장과 도서가 자리 잡고 있었으며 사색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제공했다.
워크숍에 참가한 기자들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시행하고 있는 ‘문화가 있는 날’ 제도와 곧 시행을 앞두고 있는 ‘도서정가제’에 대하여 열띤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특히 최근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하고 있는 도서정가제에 대해서는 약 30분여간 끊임없는 질문과 답변이 오가며 많은 기자들의 공감과 대립을 이끌어 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도서정가제에 대한 긍정적인 면과 앞으로 정착해 나갈 방향 그리고 토론회에서 나온 정보들을 종합하여 정책 반영에 힘쓰겠다는 뜻을 전했다.
워크숍에 참가한 기자들이 멸공OP를 둘러보고 있다. ⓒ 박경환 기자
이튿날은 DMZ 트레인을 타고 철원으로 이동, 안보에 대해 느낄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강원도 철원에 있는 노동당사, 백골사단 멸공OP, 백마고지 전적지 등을 돌아보며 기자들은 그동안 피부로 느끼지 못했던 휴전사태와 아직 대한민국이 안전한 나라가 아니라는 것을 가슴 깊이 새겼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 마음에서도 멀어지면 그 존재도 잊게 된다. 점차 우리의 책이 그렇고, 안보가 그렇다. ‘최근 어떤 책을 읽으셨나요?’라는 질문에 당당하게 자신이 읽었던 책에 대해서 이야기 할 수 있는가? ‘1년에 책을 몇 권이나 보세요?’라는 질문에 당당하게 답할 수 있는가?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러한 질문 앞에서 당당해지기는 힘들 것이다.
다양한 정보를 담고 있는 책은 그야말로 ‘지식의 숲’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숲에서 자신이 원하는 열매를 찾고 따먹는 일은 스스로 해야 한다. 지식의 숲 나무 밑에서 지식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리며 입을 벌리고 있는 사람은 열매를 얻을 수 있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직접 나무를 타고 올라가서 굵고 실한 열매를 찾아내는 능동적인 면모를 보여야 달고 맛있는 열매를 얻을 수 있다.
파주출판단지에는 인문학 강의 등 많은 행사 또한 준비하고 있다. ⓒ 박경환 기자
안보 또한 마찬가지다. 우리는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로서 항상 긴장상태에서 살아갔지만, 세대가 변화함에 따라 직접 분단을 경험한 사람이 적어지며 안보에 대한 관심 또한 낮아지고 있다. 이렇게 허술해진 틈을 타 언제든지 그들의 칼날은 우리의 목덜미로 들어올 수 있다. 안보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그에 대한 대비는 굳건히 이루어져야 한다.
책과 안보, 과거에 가장 뜨거웠던 것이지만 현재 우리들에게서 너무나도 멀어지고 잊혀져가는 것들이다. 그러나 이들은 절대 우리에게서 떨어져 있을 수 없다. 항상 우리의 지식 향상을 위하여,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무언가를 제공하기 위하여 책은 필요하며, 우리의 국가를 위하여, 우리의 안전을 위하여 안보는 존재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가 손만 뻗으면,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마주할 수 있는 곳에 자리한다.
하루에 스마트폰이나 컴퓨터와 마주하는 시간이 얼마나 되는가? 그에 비해 책을 보거나 사색에 잠기는 시간은 얼마나 되는가? 한 손에 들어오는 차가운 기기에서 잠시 벗어나 두 손으로 펼쳐야 하고 활자의 잉크 냄새가 채 가시지 않은, 내 손의 체온으로 점차 따뜻해지는 책을 읽어보는 것은 어떨까. 그리고 가슴 속에 늘 우리나라가 분단국가임을 새기고 국가 안보에 대해 돌아보는 것이 어떨까. 옷깃을 여미게 하는 겨울 추위에도 든든한 무언가가 당신을 지켜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