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오전, 서울역 앞에 선 빨간 버스 안에는 전국 각지에서 온 기자들이 옹기종기 모여앉아 버스가 출발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버스 안 기자들의 정체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의 정책기자단과 합동 워크숍에 참여하기 위해 모인 8개 도청 소속의 기자단이었다. ‘안보’와 ‘문화’라는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주제를 위해 모인 기자단이었지만 새로운 사람들과 함께 떠난다는 사실 때문인지 모두들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정책기자단과 지역기자단이 파주 헤이리 마을에서 음악 카페를 체험하고 있다.](https://gnews.gg.go.kr/OP_UPDATA/UP_DATA/_FILEZ/201411/20141119174659987219425.jpg)
정책기자단과 지역기자단이 파주 헤이리 마을에서 음악 카페를 체험하고 있다. ⓒ 조용현 기자
‘안보와 문화가 만날 때’라는 이름의 합동 워크숍을 추진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정책기자단은 정부의 정책에 대해 국민의 입장을 대변하는 역할을 한다. 국가의 정책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기자단인 만큼 워크숍 일정 중 진행된 정책 토론에 활발히 참여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번 정책 토론은 매달 마지막 수요일에 전국의 주요 문화시설을 할인 또는 무료로 즐길 수 있는 ‘문화가 있는 날’과 도입을 앞두고 있는 ‘도서정가제’를 주제로 진행됐다.
‘문화가 있는 날’은 영화관을 비롯한 공연장, 미술관 등 전국에 있는 다양한 문화시설의 문턱을 낮춰 보다 쉽게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문화융성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가 2014년 1월부터 시행한 제도이다. 영화, 스포츠, 공연, 전시, 문화재 이외에도 다양한 문화를 할인된 가격으로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정책기자단이 국민들을 대상으로 직접 조사한 바에 따르면 시행 초기와는 달리 현재는 많은 국민들이 문화가 있는 날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들이 두 팔 벌려 반기는 문화가 있는 날과는 달리 도서정가제는 국민들에게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도서정가제가 적용될 경우, 그동안 정가의 19%였던 할인율은 정가의 15% 이내로 줄어들게 된다. 도서정가제의 목적은 가격 거품을 없애 도서 가격을 안정시키고 중소형 출판사와 동네 서점이 서로 공존하고 균형 발전을 이룰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대부분의 국민들은 도서정가제에 거부반응을 보이고 있다.
![파주출판단지 건물들의 색과 낙엽이 조화롭다.](https://gnews.gg.go.kr/OP_UPDATA/UP_DATA/_FILEZ/201411/20141119174659995797912.jpg)
파주출판단지 건물들의 색과 낙엽이 조화롭다. ⓒ 조용현 기자
도서정가제 도입으로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 같은 파주출판도시의 상황은 어떨까? 도서정가제 시행 일주일을 앞두고 방문한 파주출판도시는 의외로 담담한 분위기였다.
이콘출판의 김승욱 대표는 담담한 표정으로 정책기자단과 지역기자단에게 책을 만드는 사람의 입장을 전했다. “도서정가제가 어떤 후폭풍을 불러일으킬지는 모르겠지만 책을 만드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단지 책을 열심히 만들 뿐”이라고 김 대표는 말했다. 김 대표의 생각을 듣고 나니 어떠한 상황에서도 묵묵히 책을 만들고, 진심으로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파주출판단지라는 곳이 더욱 궁금해졌다.
파주출판단지는 21세기 지식, 정보화시대를 선도할 도시를 표방하며 2003년 설립됐다. 그 후 지금까지 크고 작은 출판사들이 들어와 한 마을을 이루고 있다. 파주출판도시의 거리를 걷다보면 단지 안의 건물들이 같은 듯 다른 모습을 가지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것은 출판단지조합에서 건축 재료를 정해주기 때문이다. 또한 파주가 북한 접경지역이기 때문에 고층건물 건축이 제한되어 대부분 5층 이하의 건물이다.
![누구나 책을 읽을 수 있는 지식 공유의 장 ‘지혜의 숲’.](https://gnews.gg.go.kr/OP_UPDATA/UP_DATA/_FILEZ/201411/20141119174659999354795.jpg)
누구나 책을 읽을 수 있는 지식 공유의 장 ‘지혜의 숲’. ⓒ 조용현 기자
파주출판단지를 해설사와 함께 둘러보니 이곳에는 출판사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어느 각도에서 사진을 찍어도 근사하게 나와 블로거들의 성지가 된 ‘지혜의 숲’, 대한민국 유명 작가의 방을 구현해 놓은 게스트하우스 ‘지지향’, 각 출판사가 마련한 북 카페와 헌책방은 파주출판단지에 생동감을 불어넣고 있었다.
![활자인쇄를 체험해 볼 수 있는 파주출판단지 내의 활자공방.](https://gnews.gg.go.kr/OP_UPDATA/UP_DATA/_FILEZ/201411/20141119174659997684145.jpg)
활자인쇄를 체험해 볼 수 있는 파주출판단지 내의 활자공방. ⓒ 조용현 기자
대부분의 사람들은 파주라 하면 북한과 인접한 삼엄하고 불안한 분위기를 먼저 떠올리지만 실제 파주출판단지에 들어서면 그러한 불안감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문화와 책의 향기가 가득할 뿐. 한가한 주말 오후, 향긋한 차 한 잔과 함께 책 한권의 여유가 생각난다면 파주출판단지 방문을 추천한다.
지지향에 있는 작가의 방에서 편안한 밤을 보낸 뒤 이튿날 기자단이 향한 곳은 DMZ의 고장이라 불리는 강원도 철원이었다. 한반도의 심장부에 위치한 철원은 후삼국시대 태봉국의 도읍지로 고구려인의 웅장한 기상과 유서 깊은 문화 유적들이 도처에서 역사의 숨결을 뿜어내고 있다.
한반도 전체를 놓고 보면 분명한 심장부에 위치하고 있지만 대한민국 국민의 입장에서는 최북단 지역이기도 한 철원은 전쟁의 위험성이 가장 높은 곳이다. 전쟁과 안보의 이미지가 강한 철원이 무엇으로 관광객들을 끌어 모을 수 있을지 내심 걱정하며 여행길에 올랐지만 기우였음을 금세 알 수 있었다.
![서울역에서 백마고지까지 이어주는 DMZ 트레인.](https://gnews.gg.go.kr/OP_UPDATA/UP_DATA/_FILEZ/201411/20141119174659996086308.jpg)
서울역에서 백마고지까지 이어주는 DMZ 트레인. ⓒ 조용현 기자
세계가 주목하는 DMZ를 포함하고 있는 철원은 DMZ 트레인 경원선이 개통되면서 관광지로서의 입지를 점점 굳히고 있다. DMZ 트레인 경원선은 서울역에서 백마고지를 잇는 노선으로 철원의 근접성을 높여줬다. 서울역에서 종점인 백마고지 역까지는 총 130분이 걸리는데 기차 안에 준비된 다양한 프로그램을 즐기다 보면 시간이 금방 흘러감을 느낄 수 있다.
![철원의 역사 유적지 중 하나인 백마고지.](https://gnews.gg.go.kr/OP_UPDATA/UP_DATA/_FILEZ/201411/20141119174659998489607.jpg)
철원의 역사 유적지 중 하나인 백마고지. ⓒ 조용현 기자
관광지에서 빼놓을 수 없는 맛집들도 다양하다. 철원의 음식점들은 철원의 자랑 철원 오대쌀과 돼지 주물럭, 막걸리 등으로 관광객들의 미각을 만족시킨다. 철원 오대쌀은 인적이 끊긴 비무장지대에서 흘러드는 청정한 물과 해발 250m 고지대의 신선한 바람, 기름진 황토, 깨끗한 자연 환경이 그대로 보존된 무공해 청정지역에서 재배, 생산되고 있다.
유서 깊은 역사 유적과 청정한 자연의 아름다움을 갖춘 철원은 군사접경지역이라는 그늘에 가려져 그동안 대한민국 대표 관광지로 발전이 어려웠다. 하지만 앞으로 철원이 가진 관광자원을 충분히 활용하고 널리 알린다면 대한민국 국민은 물론 해외 여행객들의 발길도 사로잡는 매력적인 관광명소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