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생’이라는 드라마가 인기를 얻고 있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이 드라마에서 ‘미생’이란 집이나 대마가 완전하게 살아 있지 않은 상태의 돌을 의미하는 바둑 용어이다. 다소 어려울 수 있는 바둑을 우리 사회에서 가장 치열한 곳인 ‘직장’ 그중에서도 초년생들에게 빗대어 표현하며 ‘완생’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려내고 있다.
이 드라마가 우리에게 말해주는 것은 한 가지이다. 좌충우돌 실수투성이의 불안정한 미생들이 조금씩 완생을 향해 나아가고 있으며 언젠가는 완생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드라마가 아닌 현실로 눈을 돌려보자. 미생의 청년들 앞에는 무엇이 펼쳐져 있는가.
국가 경제의 위기 속에 인문계 졸업생의 90%는 논다는 ‘인구론’, 배우려는 열정으로 무급 또는 적은 월급을 감수하고 일하라는 ‘열정페이’와 같은 신조어가 생겨나며 좁아진 취업문이 그들을 반기고 있다. 어렵게 취업에 성공해도 ‘비정규직’, ‘계약직’이라는 꼬리표를 떼어내기가 힘들다. 그래서 완생을 꿈꾸던 미생들은 죽은 돌, ‘사석’이 되기 일쑤다.
우리 사회는 ‘아프니까 청춘’이라고 위로하지만 이 시대의 미생들이 원하는 것은 형식적인 위로, 단순히 도전하라는 메시지가 아니다. 그들에게는 드라마 속 무대가 되는 ‘원인터네셔널’처럼 자신을 완생으로 이끌어줄 무대가 필요하다. 또 오상식 과장(최근 차장으로 승진)이나 김동식 대리 같은 멘토도 절실하다.
지난 21일 경기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에서는 경기도 내 청년들이 꿈을 펼쳐 완생에 이를 수 있는 무대를 제공하고 지원하기 위한 ‘제1회 청년창업 드림리그’가 열렸다. 경기도는 정부가 추구하는 창조경제의 핵심인 창업을 청년들에게 적극 지원하기 위해 이 같은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우수한 아이디어를 가진 8개 청년팀을 선발해 무담보 대출이라는 재정적 지원과 함께 창업에 필요한 멘토 등을 연결해주며 청년들의 성공 창업을 돕는다.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청년창업 드림리그 개회식에 참석해 격려사를 하고 있다. ⓒ 성지훈 기자
이날 행사에 참석한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개회식의 격려사에서 “어려운 경제상황 가운데 청년들의 사기가 많이 떨어져있다. 그러나 경기도는 슈퍼맨 펀드, 청년창업 드림리그 등을 통해 청년 창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여 위기를 기회로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행사장 내 기업 홍보 부스에서 승마체험을 하고 있는 관람객. ⓒ 성지훈 기자
이번 드림리그는 기업 홍보 및 체험, 청년 창업인 경진대회, 성공한 청년 창업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청년창업 토크콘서트 등 크게 세 가지 프로그램으로 진행됐다. 특히 토크콘서트에는 남경필 경기도지사, 이재환 경기도 경제특별보좌관, 뽀로로를 제작한 오콘의 김일호 대표 등이 참여해 창업에 대한 솔직하고 유쾌한 이야기를 나눴다.
각기 다른 분야에 종사하고 있지만 토크콘서트에서 CEO들이 창업을 꿈꾸는 청년들에게 던진 공통적인 메시지는 ‘진정성’과 ‘사람’ 그리고 ‘멘토링’이었다.
김동호 아이디인큐 대표는 “소셜커머스가 한창 유행하던 당시 400개의 기업이 생겨났지만 그중 지금까지 살아남은 기업은 딱 10개다. 돈을 목표로 창업하기보다는 정말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좋아하는 것에 대한 확신으로 창업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기업 CEO들이 토크콘서트 중이다. ⓒ 성지훈 기자
박순영 데이터스퀘어 대표는 “클라이언트를 인지하고 팀원들의 조화를 중요시하며 창업을 이끌어온 결과 지금에 이른 것 같다”고 말했다. 김일호 대표는 CEO의 방이 따로 있는 이유에 대해 “리더 혼자 울고 팀원들에게는 낙천적이기 위해서”라며 “리더가 판단 능력과 책임감을 갖고 방향성을 잘 잡아 팀원들과 함께 회사를 이끌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언제나 밤이 오면 아침도 찾아온다. 아프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고 추운 겨울 끝에는 따뜻한 봄이 기다리고 있다. 그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이치이다.
아직 이 시대 많은 청년들에게는 아프고 추운 겨울밤일 수도 있다. 그러나 너무나 평범하고 당연한 세상의 이치가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있다. 바로 이 또한 지나간다는 것. 그리고 그렇게 지나는 과정 가운데 아침을 알려줄 알람시계나 건강을 빨리 회복시켜 줄 약, 추위를 막아줄 든든한 외투가 있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경기도는 이 시대의 청년들을 위한 알람시계와 약, 외투를 자처하고 나섰다. 청년창업 드림리그와 슈퍼맨 펀드 등 경기도의 다양한 청년창업 지원 프로그램이 그렇게 작용할 것이다. 경기도의 청년들이 사석이 아닌 완생에 이를 수 있도록 경기도의 아름다운 훈수는 계속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