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아시아 최초로 성공을 거둔 ‘난타’ 공연팀의 하이라이트 공연. ⓒ 허필은 기자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1월부터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을 ‘문화가 있는 날’로 지정한 바 있다. 국민들이 문화생활을 좀 더 원활하고 활발하게 하기 위한 취지이다. 11월의 마지막 주 수요일인 지난 26일, 경기도인재개발원 대강당에서도 ‘문화가 있는 날’과 어울리는 콘서트가 개최됐다. 따뜻한 감성과 문화적 소양으로 소통하는 공직문화 확산을 위해 3월부터 개최한 경기도인재개발원의 ‘렉처콘서트’는 이번 달로 7회째를 맞이했다.
경기도민과 인재개발원 교육생, 도 및 시군 공무원을 대상으로 열린 11월 ‘렉처콘서트’는 ‘송승환의 난타, 세상을 두드리다’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이번 ‘렉처콘서트’는 ‘난타’ 공연팀의 하이라이트 공연과 더불어 배우이자 공연기획자, ‘난타’ 제작자인 송승환 PMC 프로덕션 대표의 강의로 구성돼 볼거리와 생각할 거리를 모두 제공해주었다.
1997년 초연을 올린 ‘난타’는 17년 동안 지속적으로 공연되는 장수 넌버벌 퍼포먼스(non-verbal performance, 비언어극)이다. ‘난타’가 이처럼 장수할 수 있었던 비결은 작품성 자체에서도 찾을 수 있겠지만 한국 공연 최초로 세계무대에서 성공한 사례로 꼽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송 대표는 강의를 통해 ‘난타’ 기획에서 세계 진출까지의 과정과 문화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시간을 가졌다.
송 대표가 들려주는 세상을 두드린 ‘난타’ 이야기
‘난타’의 성공 스토리를 들려주는 송승환 PMC 프로덕션 대표. ⓒ 허필은 기자
20대에 배우라는 직업에 대해 회의감을 느껴 연극 제작을 시작했다는 송 대표는 공연 시장의 규모가 작은 우리나라에서 벗어나 세계로 무대를 넓히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사실 수출로 발전했는데, 공연도 하나의 상품으로 생각했다”고 말한 송 대표는 “공연이 눈에 보이지 않는 상품이기 때문에 평생 가슴에 남는 작품을 수출해야 했다”고 덧붙였다.
송 대표의 야심은 두 가지 장벽에 막혔다. 바로 언어와 자본이 그것인데 연극이라는 장르 특성상 한국말을 쓰지 못하는 외국에 수출하는 것이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라는 사실과 100억, 200억 규모의 대작이 넘치는 외국 시장에서 7억 정도를 투자해 제작한 연극이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는 사실 때문에 초창기에는 시행착오가 많았다. 송 대표는 이에 대해 “언어가 없는 공연을 통해, 또 자본의 한계를 극복하는 한국적이고 동양적인 소재의 독특성을 통해 이를 극복해보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어 “비언어극으로 사물놀이 리듬이 생각났고 요리사들이 주방에서 음식을 만드는 에피소드가 결합돼 ‘난타’가 만들어졌다”고 말하며 ‘난타’의 탄생비화를 전했다.
상품으로서의 연극 수출은 1998년 당시에는 전례가 없던 터라 결국 실패로 그쳤다. 송 대표는 한 번의 실패에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세계 시장을 두드린 끝에 같은 해 브로드웨이 아시아와 MOU를 체결하는 등 성과를 거두었다. 이어 1년 뒤인 1999년에는 스코틀랜드 ‘에딘버러 페스티벌’에서 해외 초연을 가져 언론으로부터 극찬을 받는 등 본격적으로 세계에 ‘난타’를 알리게 됐다.
송 대표가 “이를 시작으로 현재는 51개국 289개 도시에서 공연을 했으며, 서울, 제주도, 방콕 등에 난타전용극장이 개관했다”고 당당하게 밝힐 수 있을 정도로 ‘난타’는 큰 수익을 거두었다. “‘난타’는 총 3만 회가 넘는 공연 기록을 가지고 있으며 11팀이 공연 중이고 그 중 2팀은 외국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는 송 대표의 말에서 관객들은 ‘난타’의 성공을 실감했다.
한국의 문화 산업의 중요성
관객 두 명과 함께 무대 위에서 공연을 펼치는 ‘난타’ 공연팀. ⓒ 허필은 기자
송 대표는 “‘난타’를 통해 얻은 수익으로 다양한 연극을 더 만들 수 있었다”며 ‘난타’가 단순히 한 작품으로서의 성공이 아닌, 연극이라는 장르 자체를 확산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문화 산업이 발전하면서 국가 이미지가 개선되고 국가 브랜드가 창출되는 것”이라며 문화 산업의 중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한류 열풍과 더불어 ‘난타’ 또한 세계로 확산되고 있는데, 수익이 중요한 게 아니라 한국 문화에 대한 세계의 인식 개선과 관심 증가가 중요한 성과”라고 말한 송 대표는 문화 산업이 국가 이미지와 연관됨을 알렸다. 그러면서도 “아직까지 한국의 문화 시장 규모는 작다. 국가예산 중 순수 문화예산은 0.6%뿐일 정도로 정부의 문화에 대한 지원 또한 절실하다”며 문화 산업에 대한 정부의 관심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성공이 행복이 아닌, 행복이 성공이다”
세상을 두드리고, 관객들의 가슴을 두드렸던 송승환 PMC 프로덕션 대표와 ‘난타’ 공연팀. ⓒ 허필은 기자
송 대표는 문화의 중요성을 국가적 차원에만 머물게 하지 않았다. 문화는 개인적으로도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는 말이다. 동시에 송 대표는 관객들에게 문화와 관련된 자신만의 행복론을 들려주었다. 송 대표는 “의식주와 같은 기본적인 욕구가 충족된 지금 시대에 행복은 이제 더 좋은 문화를 즐기는 데에 있다”고 말하며 “성공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글과 그림, 시와 음악으로 남들이 못 느끼는 감정을 느끼는 것, 그것이 바로 행복이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결국 기본적인 욕구가 해소되는 현대 사회에서는 더 이상 물질적인 성공만이 행복과 연관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송 대표는 “성공이 행복이 아닌, 행복이 성공이다”라는 메시지를 전하며 행복의 패러다임이 뒤집혔다고 밝혔다. 성공으로서의 행복은 문화를 향유하는 활동과 관계를 맺는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11월에 열린 ‘렉처콘서트’는 ‘렉처콘서트’ 그 자체부터 관객들에게 행복을 전해주는 콘서트라는 것을 의미한다.
관객들은 ‘난타’ 하이라이트 공연으로 도마를 두드리는 사물놀이 리듬에 한 번, 이어 송 대표의 ‘난타’로 시작하여 문화, 인생의 행복까지 이어지는 강의에 또 한 번 가슴의 울림을 느꼈다. ‘난타’가 세계 무대를 두드린 이야기는 단순한 에피소드에 그치지 않고 문화 산업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 개인의 행복 철학에까지 확장됐다. 이 날 세상을 두드렸던 ‘난타’ 공연팀과 송 대표는 관객들의 가슴을 두드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