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6일 경기도인재개발원 대강당에서는 공연기획자 송승환과 함께하는 렉처콘서트가 열렸다. ⓒ 김민지 기자
지난 11월 26일 경기도인재개발원에 특별한 소리가 울려퍼졌다. 그 소리는 다름 아닌 ‘난타’와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함께 어우러진 소리였다. 이날 도인재개발원에서는 공연기획자 송승환 대표를 초청, 난타 하이라이트 공연과 강연이 어우러진 렉처콘서트를 개최했다.
렉처콘서트에 참석한 관객들. ⓒ 김민지 기자
이날 강연은 난타가 완성되고 세계 각국의 무대에 서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직접 들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1997년 당시 연극, 뮤지컬과 같은 국내 공연이 세계로 뻗어나가기에는 멀고도 험한 과정이 자리 잡고 있었다.
더 넓은 시장으로 뻗어나가기 위한 시작은 해외 수출의 장벽을 뛰어넘는 것부터였다. 첫 번째 장벽은 다름 아닌 ‘언어’였다. 당시 외국에서는 한국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우리말로 된 공연을 수출하는 것은 무리수였다. 이에 송승환 대표는 표정과 몸짓으로 감동과 즐거움을 줄 수 있는 공연을 만들겠다는 목표로 언어가 없는 연극, 즉 비언어극을 만들었다. 그것이 바로 대사 없이 리듬과 비트, 상황만으로 구성된 한국형 뮤지컬 퍼포먼스인 ‘난타’였다.
두 번째 장벽은 ‘자본’이었다. 턱없이 부족한 예산으로 해외 공연들 사이에서 돋보이기 위해서는 희소가치가 있어야 했다. 이는 곧 그들이 잘 알지 못하는 동양적이고 한국적인 소재를 이용해 특별한 공연을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송 대표가 택한 한국적인 것은 한국 전통 가락인 사물놀이 리듬을 소재로 주방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코믹하게 그린 뮤지컬 퍼포먼스였다.
그렇게 완성된 난타의 해외 진출을 앞두고 전례가 없어 막막하기도 했다. 현재는 드라마, 가요, 공연 등에서 한류 열풍이 한창이지만 당시만 해도 한국이나 한국문화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더 많았기 때문이다. 송 대표는 난타를 세계적인 공연으로 만들기 위해 브로드웨이를 수소문하게 되고, 에이전트와 WOU 계약을 체결하며 해외 진출을 위한 첫 발판을 마련했다.
송 대표는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다’라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니지만 정답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세계로 뻗어나가 전 세계 사람들의 공감을 얻어낼 수 있으려면 적어도 글로벌적인 보편성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었다. 그는 소재의 독특함과 글로벌적인 보편성을 함께 드러내기 위해 연출자의 도움을 받아 작품을 조금 더 수정하게 된다.
난타 하이라이트 공연. ⓒ 김민지 기자
그리고 1999년, 난타는 세계적인 페스티벌인 에딘 버러에 참여하게 된다. 이는 외국에서의 첫 공연으로, 난타에 대한 외국인 관객들의 반응을 보기 위한 자리였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관람객 전체가 기립박수를 친 것. 이후 난타는 전 세계를 돌며 공연을 할 수 있게 됐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송 대표는 2000년, 난타전용극장을 만들겠다는 또 하나의 목표를 세웠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국 여행 일정 중 난타 공연을 관람할 수 있도록 기획한 것. 이 같은 기획 또한 성공적이었다.
한국을 다녀간 일본 여행객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난타 공연이 한국에서의 여행 중 가장 인상적이었다”라는 반응이 다수였으며 이후 난타전용극장에는 더 많은 외국인 관람객들이 찾게 됐다. 인기에 힘입어 난타전용극장은 명동, 홍대, 충정로, 제주도를 넘어 이제는 태국 방콕, 중국 광저우 등까지 확대됐다.
송승환 대표가 강연을 하고 있다. ⓒ 김민지 기자
문화가 해외로 수출되면서 나타난 긍정적인 결과는 곧 국가브랜드, 국가 이미지와도 직결된다. 드라마, 음악, 공연의 수출이 해외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하게 되면서 ‘made in korea’에 열광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이 곧 이에 대한 증명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는 우리의 문화가 보호돼야 하고 육성돼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문화예산에 대한 지원은 턱없이 빈약하다. 우리나라는 문화 소비가 적은 나라이기 때문에 공연시장의 규모 또한 작다. 송승환 대표는 “성공한 인생이 행복한 것이 아니라 행복하게 사는 게 성공한 인생”이라고 말했다. 또 “글, 시, 음악, 공연 등과 함께하는 인생이야 말로 행복한 인생”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우리에게 말한다.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것이 문화이고, 문화적 소양을 키우는 것이야 말로 진정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