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복천 ⓒ 김상근 기자
삼남길의 종점, 소사원길은 장장 4시간이 걸리지만 시간이 아깝지 않을 만큼 볼거리가 가득하다.
소사벌대첩이 벌어진 장소이자 미륵을 염원한 백성들의 동네, 소사원길을 둘러보자.
미륵을 염원한 백성들의 동네 제10길 소사원길
경기구간의 마지막 코스, 소사원길은 원균장군묘부터 안성천교에 이르는 14.5km의 산책로다. 발길을 재촉하다 보면 이내 평택시 칠원동에 접어드는데, 과거 갈원이라고도 불린 칠원은 조선시대 국가에서 운영한 숙식 장소인 원이 있던 곳이다. 관원이 공무로 지방에 내려가거나 한양으로 올라올 때 숙식을 제공한 고을이기도 하다. 근처의 우물터, 옥관자정은 이곳을 오가던 관원 및 나그네들이 목을 축이기 위해 꼭 필요한 쉼터이기도 했다. 근대에 들어서도 칠원은 새마을운동의 본거지로 의미를 갖는다. 1948년 11월 15일 55명의 어린이가 ‘칠원소년단’ 을 결성하여 이삭줍기와 육묘사업을 시작했는데, 이는 22년 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주도한 새마을운동의 모티브가 되었다.
소사동 삼남대로 길목에는 조선 후기 공납제도를 폐지하고 대신해서 생긴 대동법 기념비가 있다. 백성들을 위한 세금개혁을 거쳐 생긴 대동법은 조선 시대 영의정을 지낸 김육의 공이기도 하다. 육로와 해로 교통의 요충지였던 소사원은 예로부터 물산의 왕래가 많았다. 반대로 전투의 각축장이기도 했는데, 소사벌대첩도 그중 하나. 임진왜란 때 명군과 왜군의 대회전으로 왜군이 시산혈해를 이루면서 참패한 싸움이다. 이후에도 1894년 청일전쟁 당시 청일 양군의 격전지가 되었는데, 청군의 주력과 서울에서 남하한 일본군이 격전을 벌인 ‘청일전쟁 소사벌 전투’가 그것이다. 이처럼 소사원길에는 역사와 전쟁의 흔적이 가득하다.
옥관자정 ⓒ 김상근 기자
왕이 벼슬을 내린 우물 옥관자정
왕이 벼슬을 하사했다고 전해지는 우물, 옥관자정은 삼남대로가 지나는 칠원마을 도로변에 위치한다. 과거 이곳을 지나던 많은 나그네들이 옥관자정에 들러 목을 축이곤 했는데, 그중에는 조선시대 인조도 있었다. 팔도를 순례하던 인조는 이곳 우물의 물맛에 경탄해 옥관자라는 벼슬을 내렸고, 이후 우물의 명칭은 통상적으로 옥관자정이 되었다고 한다.
대동법 시행기념비 ⓒ 김상근 기자
백성을 위한 법 대동법 시행기념비
조선 효종 시절 영의정을 지낸 김육에 의해 전국적으로 시행된 대동법 시행기념비. 대동법은 조선 후기에 이르러 기존의 공납제도를 개혁한 것이다. 각 지방에서 생산되는 토산물을 현물로 바치는 공납제도는 징수 방법상 각종 폐단이 많았는데, 이를 시정하려는 많은 노력에도 권력층의 반대와 상인들의 농간으로 좀처럼 고쳐지지 않다 1651년 김육에 의해 만들어진 대동법이 전국적으로 실시된다. 대동법 시행기념비는 김육이 죽은 이듬해인 1659년 설립됐다. 원래 100여m 남쪽 옛 소사원터에 있던 것을 1970년대에 현재 위치로 옮긴 것이다.
미륵불 ⓒ 김상근 기자
희망이 있는 미래를 염원하며
소사원 자리와 미륵불
대동법 시행기념비 앞에는 커다란 고목이 있다. 그 고목을 바로 지나면 돌미륵이 모셔진 미륵당을 만날 수 있다. 고목과 미륵은 부부 사이로, 과거 마을에서 주기적으로 당제를 올리곤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평택과 안성 지역에는 미륵불이 많은데, 미륵은 미래의 언젠가 재림하여 극락왕생하지 못한 민중들을 구원하고 이 땅에 미륵세상을 연다는 부처를 가리킨다. 다시 말해, 삶이 고통스럽고 희망이 없는 때일수록 미륵을 염원하는 민중도 많아진다.
소사원길 따라 걷는 길
소사원길은 평택시 칠원(갈원)을 거쳐 경기도의 남쪽 끝까지 이어진다. 새마을운동 모범마을로 선정되기도 했던 칠원에서는 물맛이 훌륭하다 하여 조선 인조가 벼슬을 내렸다는 옥관자정을 만날 수 있다. 평택의 자랑인 배꽃이 만발한 들판을 지나면 대동법 시행기념비가 눈에 들어온다. 기념비를 등지고 옛 소사원 자리와 미륵불을 지나면 소사벌을 거쳐 경기도와 충청도의 경계인 안성천교에 다다른다.
미륵을 염원한 백성들의 동네 제10길 소사원길 ⓒ 김상근 기자
소사원길, 어떻게 가나요?
미륵을 염원한 백성들의 동네 제10길 소사원길 ⓒ G-Life 편집팀
교통 안내
(출발지 원균장군묘) 원균장군묘 앞 버스정류장에서 7-3, 7-4, 7-7 버스로 지하철 1호선 서정리역, 평택역으로 갈 수 있다.
(도착지 안성천교) 안성천교에서 110, 130, 131 버스로 지하철 1호선 평택역이나 평택시외버스터미널로 갈 수 있다.
문의
삼남길 공식 홈페이지(www.koreatrail.org), ㈔아름다운도보여행(070-8269-69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