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경필 경기도지사와 김현집 제3야전군사령관(왼쪽), 김훈동 대한적십자사 경기도지회 회장(오른쪽)이 협약식을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경기G뉴스
경기도가 전국 최초로 민·관·군 합동 군 정신건강 증진 사업에 참여한다. 도는 11월 21일 경기도청 북부청사에서 제3야전군사령부, 대한적십자사 경기도지사와 함께 ‘군 정신건강사업 협약식’을 맺고 폭행치사 사건 등 최근 불거진 군 관련 사고 재발 방지에 힘쓸 예정이다. 지자체가 군과 손잡고 장병들의 정신건강 증진에 노력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장병 2명 중 1명 이상이 우울증 등 정신질환 경험
“저희도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군 자체적으로 해결하기엔 한계가 있는 상황입니다.”
이날 김현집 제3야전군사령관의 말은 군인들의 정신건강을 보호해줄 내부 환경이 얼마나 열악한 지를 그대로 보여주었다.
현재 군 정신건강 문제는 더 이상 군대 내에서 처리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 서울대 대학원 간호학 전공 김선영 씨가 2011년 제출한 석사논문 ‘육군 병사의 지각된 스트레스 및 정신건강 영향 요인’에 따르면 경기도와 강원도 2개 부대 병사 28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25%가 우울증을 겪는 등 총 53.9%가 정신 질환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소수이긴 하지만 응답자의 0.3%가 적대감까지 가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현실은 곧 각종 총기난사, 폭행치사 사건으로 이어졌다. 올해 4월 경기도 연천의 28사단에서 ‘윤일병 폭행사망 사건’이 일어난 데 이어 6월에는 강원도 고성의 22사단에서 병장이 부대원들을 사살하고 탈영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각종 사건들이 발생할 때마다 군에선 병영문화 개선을 외쳤으나, 최근 들어 사고 건 수가 오히려 증가하면서 이제는 군대 내 자체적 해결이 아닌, 민간과의 협력을 통한 해결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 지위에 맞는 맞춤형 프로그램 & 부대 복귀 후에도 지속적으로 관리
이번 협약 체결에 따라 군 정신건강 증진 사업은 내년 2월부터 1군단 내 관심병사와 초급간부 1,600명을 대상으로 먼저 진행된다. 부대 근방에 위치한 경기도 산하 파주시 정신건강증진센터와 경기도 광역건강증진센터가 장병들을 관리하며 각 지위에 맞는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할 예정이다.
관심병사들에게는 자살예방교육, 정신 상담, 대인관계 소통, 사회봉사활동 등의 적응 프로그램이 제공되며 1회 30명씩 총 12회 360명을 대상으로 실시된다. 초급간부 300명은 자살 예방을 위한 역량 강화 교육을 받게 되며 1000명을 대상으로 자살 징후 모니터 교육이 이루어진다. 또한 프로그램에 참여한 장병들의 성공적인 부대 복귀와 적응을 위해 정신건강증진센터 사례 관리자가 전화나 해당 부대를 직접 방문, 지속적인 사례 관리를 하게 된다.
이날 협약식에서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소통을 통해 열린 문화를 만드는 것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근본이다. 이번 협약 체결로 대한민국 전체에 큰 변화가 오길 바란다”며 “병영문화 혁신으로 더 불행한 군 사고가 없어져야 하고, 그렇게 함으로써 군 장병의 행복을 높이는 것이 곧 안보태세를 굳건히 할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누구나 한번은 갔다 오는 곳, 대한민국 남성들에게 군대란 그런 곳이다. 따라서 군대에 대한 관심도 높은 편이다. 그러나 최근 발생한 각종 군 사고들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군대에 가길 꺼려하고 있다. 사고가 날 때마다 개선하겠다고 말하는 군의 발표가 무색하게 군에선 더 많은 사건이 발생하고 있으며 군 내부 폭력 사건들까지 겹치면서 병영문화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제 군 내부의 혁신을 통한 병영문화 개선보다는 민간과의 협력을 통한 병영문화 개선이 더 합리적이라는 입장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전국 최초 민·관·군 합동 군 정신건강 증진 사업을 시작하는 경기도의 행보는 주목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