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은 조선일보 경기취재본부 기자 ⓒ G-Life 편집팀
경기도의회 새정치민주연합이 사회통합부지사 추천을 마무리하면서 ‘경기 연정(聯政)’의 기반이 완결됐다. 지난6·4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시 남경필 후보가 내세웠던 약속이 6개월 만에 열매를 맺은 셈이다. 이제 경기도는 새누리당 소속인 남경필 지사에, 부지사 3명 가운데 1명을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 출신 인사가 맡아 도정을 이끌어나가게 됐다. 단순히 야당이 부지사 한 자리를 차지하는 정치적 상징성을 뛰어넘어 경기도의 정책 운영에 참여한다는 의미가 있다.
경기 연정은 분명 주목을 받는 정치 실험이다. 무엇보다 ‘승자독식’의 권력구조, 이로 인해 극심한 사회적 갈등을 보여온 정치 현실에서 처음 선보이는 권력 분점이다. 남 지사는 선거에서 승리했지만 권한의 일부를 야당 몫으로 할애했다. 경기도 연정의 핵심인 사회통합부지사는 보건복지국·환경국·여성 가족국·대외협력담당관 등을 직접 관할한다. 경기도 전체 예산의 약 30%를 차지하는 이들 조직의 인사와 예산 편성 권한을 갖는 셈이다. 경기도 산하 6개 공공기관장의 인사추천권도 부여되며, 각종 도정 현안의 협의나 결정에 관여하게 된다. 처음 남 지사의 연정 제의를 두고 과연 가능하겠느냐는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연정 파트너인 새정치민주연합 내부의 거부감이 컸다. 정치적으로 득보다는 실이 많고, 견제와 감시라는 의회 본연의 기능을 위축시킨다는 시각 때문이었다. 그러나 남 지사는 진정성을 갖고 끈기 있게 소통과 설득에 나서 연정을 성사시켰다.
경기 연정을 바라보는 시선은 아직은 기대 반, 우려 반이다. 그러나 연정이 성공하면 정당정치는 물론 진보·보수가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는 시민사회의 정치적 양극화도 깨뜨릴 수 있다는 희망을 줄 수 있다. 야당 출신인 이광재 전 강원지사도 “남지사가 경기도 연정을 제안한 것은 굉장히 잘한 것이다. 여야가 무한 투쟁하는 정치 현실을 극복해야 대한민국에 미래가 있다”고 평가했다. 첨예하게 대립했던 조례에 대한 이견 해소, 공약 사항에 대한 추진 합의 등 연합정치의 긍정적인 측면도 부각됐다. 또한 새로 도입한 공공기관장 인사청문회를 통해 일부 후보가 낙마하면서 신선한 충격을 줬다.
그러나 경기도의회 다수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물론, 여당인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곱지 않은 시선이 여전하다. 경기도에 대한 국회의 국정감사에서 새누리당 소속 의원이 “연정은 포퓰리즘에 불과하다”며 남 지사에게 공세를 퍼붓기도 했다. 도민들이 선거를 통해 4년간의 도정을 맡긴 만큼 권한을 나누는 것은 책임정치의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고, 남 지사의 대권 가도를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경기 연정의 출범에 대한 도민들의 주문은 “제발 싸우지 말고 정치 제대로 하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연정 파트너 간의 협력과 소통을 가장 중요한 관건으로 꼽고 있다. 물론 지방정치는 중앙정치처럼 민감하거나 대립이 첨예한 현안은 적다. 그러나 복지 관련 이슈 등 정당의 이념이나 가치가 걸려 있어 양보가 어려운 문제도 있다. 2016년 4월 총선 등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외부의 변수도 있다. 여야가 갈등과 반목을 보이면 연정은 안 하느니만 못한 것이 될 수 있다.
특히 여야의 협치가 정치적 구호에 그치고 효율적인 정책 집행을 통해 경기도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의미도 줄어든다. 인사나 예산을 둘러싼 지분 싸움이나 나눠 먹기 등 중앙정치의 악습을 반복해서도 안된다는 지적이다. 연정이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려면 여당은 야당에 권한을 부여하고, 야당은 참여에 걸맞은 책임을 인식해야 한다. 경기도발 연정이 실험을 벗어나 상생과 통합이라는 결실을 거둘 수 있을지 기대를 낳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