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상근 ES&D 대표 ⓒ 김상근 기자
7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동경국제문구박람회(ISOT)’에서는 이례적인 현상이 발생했다. 한국에서 온 작은 기업의 부스 안에 발 디딜 틈 없이 사람들이 몰린 것이다. ISOT 담당자는 “전시회 역사상 일본 기업이 아닌 한국 기업의 전시 부스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몰린 것은 처음”이라고 당시의 기억을 더듬었다.
주인공은 지난 2011년 문을 연 아이디어 제품 생산기업 ‘ES&D’이다. ES&D는 2년 동안 제품 개발·생산·홍보 단계를 거쳐, 지난해 5월부터 본격적으로 제품 수출을 시작했다. ES&D의 대표 제품인 안전가위는 원형 칼날이 서로 맞물리며 종이를 자르는 원리로, 참신함과 안전성을 인정받아 행사 당일 일본 4개 언론사의 열띤 취재 경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날 ES&D의 흥행은 일본 4개 언론사의 저녁 뉴스를 장식했다. 전시회에서는 보통 상품을 팔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데, 현장에서 제품을 사 가겠다는 문의가 빗발쳐 ES&D 측은 하루 반나절 만에 준비한 제품 500개를 모두 판매했다. 한국에 추가로 주문한 제품 300개도 전부 소진됐다.
국내 작은 기업의 아주 평범한 가위가 이렇게 인기를 끈 이유는 무엇일까. 오상근(49) ES&D 대표는 이렇게 설명했다. “사회가 발전하면 발전할수록 안전에 대한 가치는 점점 더 중요해집니다. 흔히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안전사고에 좀 더 관심을 기울이게 되죠. 미국 전시회에 나갔을 당시 미국 내에서 커터칼 흉기 난동이 있었어요. 미국 바이어들이 구름 떼처럼 몰려들었습니다.” ES&D는 현재 99% 수출로 매출을 올리고 있다. 설립 1년여 만에 미국, 일본, 독일 등으로 제품을 수출할 수 있었던 것은 해외 전시회를 통한 폭발적인 인기를 통해서다.
안전칼과 안전가위 등 ES&D의 아이디어 상품들. ⓒ 김상근 기자
3000장 드로잉 끝에 탄생된 신제품들
이렇게만 보면 ES&D가 탄탄대로의 길만 걸어온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경영과 무관한 서양화를 전공한 그가 안전가위와 안전칼 등 다양한 아이디어 상품을 제작하는 회사를 차리기까지 험난한 일들이 많았다.
“당연히 될 거라고 생각했던 부분이 막히는 등 생각지도 못한 장애물들이 많았죠. 제품 개발 단계부터 유통망을 찾고, 해외 전시회를 준비하는 일까지. 전국에 있는 모든 금속 가공 공장이란 공장은 다 가본 것 같습니다. 결국 원형 칼을 만들어내는 기계를 직접 제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납품 단가도 ES&D의 위기 요소 중 하나다. 제품 생산 기계를 특수 제작했기 때문에 제품 가격이 높아졌다. 작은 기업이 자체 생산 라인을 갖출 수 없어 공정 하나하나를 외주에 맡기다 보니 비용이 계속 높아진 것이다. ES&D는 제품의 안정적인 생산을 위해 100% 국내 제작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오 대표는 지금까지 회사를 운영하면서 이용했던 많은 정부 지원 프로그램이나 제도 중 가장 도움이 됐던 것으로 경기도 UT 기업지원 프로그램을 꼽았다. ⓒ 김상근 기자
실질적 도움 주는 ‘경기도 UT 기업지원 프로그램’
오 대표는 지금까지 회사를 운영하면서 이용했던 많은 정부 지원 프로그램이나 제도 중 가장 도움이 됐던 것으로 경기도 UT 기업지원 프로그램을 꼽았다. 해외 전시, 부스 지원 등 대부분의 지원정책이 단순히 일회성으로 끝나는 것에 반해 UT 기업지원 프로그램은 작은 기업이 절대 할 수 없는 일을 가능하도록 해준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인 ES&D가 미국 유통업체 징거 하드웨어(Zinger Hardware)와 수출 협약을 맺을 수 있었던 것은 경기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이하 중기센터)의 UT 기업지원 프로그램 역할이 컸다. UT 기업지원 프로그램은 경기도 내 우수한 기술을 보유한 중소기업에게 미국 텍사스주립대학교(UT)의 기술상용화 프로그램과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미국 시장 진출을 지원하는 해외 마케팅 사업으로 2008년부터 시작됐다. ES&D는 지난해 10월 지원 대상으로 선정됐다.
오 대표는 “경기도 내 250여 기업이 신청해 서류 전형과 프레젠테이션을 거쳐 10개 기업이 협약기업으로 선정됐다”며 “결과적으로 10개 기업 중 ES&D를 포함한 4개 기업만이 실제 계약을 이뤄냈다”고 설명했다. 텍사스주립대학의 우수한 연구진들이 작성한 시장분석 보고서는 ES&D에게 큰 도움이 됐다. 실제 ES&D가 미국시장에서 성공할 확률이 얼마나 되는지, 유통전략, 가격 경쟁력 등을 다각도로 분석한 연구 보고서다.
오 대표는 “‘얼마로 팔면 미국 시장에서 성공할 것이다’와 같이 연구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객관적이고 냉철한 분석들이 가득했다”며 “중소기업이 직접 할 수 없는 일을 경기도가 대신 해준 셈”이라고 말했다.
오 대표는 UT 기업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미국 시장을 사로잡고, 더 나아가 세계시장으로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현재 진행 중인 여러 건의 계약들이 잘 이뤄지면 내년에 20억원 매출을 달성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3M도 ‘포스트잇’과 같은 혁신적인 제품으로 세계를 평정했잖아요. 머지않아 한국의 3M이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경기도, 美 사로잡은 中企 축제의 장 열어
경기도와 중기센터는 2013년 UT 기업지원 프로그램 선정 기업의 성과를 축하하기 위해 10월 20일 ‘경기도–UT 기업지원 프로그램 수출 협약식’을 개최했다. ⓒ 경기도 아카이브
경기도와 중기센터는 2013년 UT 기업지원 프로그램 선정 기업의 성과를 축하하기 위해 10월 20일 수원 라마다호텔 3층 그랜드볼룸에서 ‘경기도–UT 기업지원 프로그램 수출 협약식’을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2013년 UT 기업지원 프로그램의 성과 보고와 수출협약 체결식, 성공 기업 우수사례 발표, 성공기부금 전달식 등이 진행됐으며, 협약식에는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경기도의회 경제과학기술위원회 위원, 피터슨 텍사스주립대학교 연구처장 및 중소기업 관계자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UT 기업지원 프로그램은 미국 텍사스주립대학교(UT)의 기술상용화 프로그램과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우수한 기술을 보유한 도내 중소기업이 미국 시장에 진출하도록 지원하는 해외 마케팅 사업이다. 이번 6차년도(2013년)에는 총 14건의 수출협약을 맺었으며, 2050만 달러 상당의 계약이 추진되고 있다.
6차년도 우수기업으로 수출협약을 진행한 (주)조우테크는 세계 최초로 다접점 커넥터를 제조해 다국적 유통기업인 미국의 ‘엘리먼트14(Element14)사’와 공급 협약을 맺었으며, 재사용이 가능해 예산 절감 효과가 뛰어난 확공비트 제조업체 펜타중공업 주식회사는 미국 중장비 유통기업인 ‘드릴킹(DrillKing)사’와 공급 협약을 맺었다. 이외에도 광테크노마그네트, (주)유엠티랩스가 각각 UT 프로그램을 통해 인연을 맺은 미국 기업들과 수출협약을 체결했다.
특히 이날 협약식에서는 (주)유엠티랩스가 경기도의 적극적인 지원과 협조에 대한 감사의 의미로 경기도 수출산업 육성을 위해 1000만원의 성공기부금을 전달했다.
스마트기기 액정보호필름을 개발한 (주)유엠티랩스는 2013년 UT프로그램 지원업체로 선정된 후 UT의 도움으로 미국 가방 생산 전문업체 쌤소나이트의 자회사이자 스마트폰 케이스 제조 및 유통으로 1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스펙(Speck)사’를 만나 미국 전역에 제품을 공급하기로 협약했다. UT 기업지원 프로그램은 2008년부터 6년여 기간 동안 총 81개사를 지원해 실수출액 4157만 달러와 324명의 고용창출 성과를 거뒀다. UT 기업지원 프로그램에 관한 보다 자세한 내용은 중기센터 UT TFT(031–888–5631, 5633)로 문의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