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生生 경기통신]은 경기도 31개 시·군 곳곳에 숨겨진 따뜻하고 재미있는 이야깃거리를 발굴해 도민에게 전하는 경기G뉴스의 기획시리즈입니다. 두 번째로 평택 출신의 예·체능 남매, 박경숙(해금 연주자)·박찬대(우슈 국가대표 감독) 씨가 고향에서 무료로 연 재능기부 공연 소식과 두 사람의 속 깊은 이야기를 전합니다.<편집자주>
1일 저녁 평택북부문예회관 소극장에서 열린 ‘세계 속에 우뚝선 우리동네 예·체능’ 공연에서 평택 출신의 해금연주자 박경숙 씨가 연주하는 모습. ⓒ 경기G뉴스 유제훈
눈이 많이 내린 1일 저녁, 평택북부문예회관 소극장이 겨울 부뚜막의 솥처럼 뜨겁게 달아올랐다. 공연이 시작되자 객석에선 많은 이들이 스마트폰을 꺼내들어 무대 모습을 영상으로 담기 시작했다.
소극장을 빛낸 이들은 합동공연에 나선 평택 출신의 예·체능 남매, 박경숙(경기도립국악단 단원·해금연주자), 박찬대(호원대 무도경호학부 교수·우슈 국가대표 감독) 씨. 이날 공연은 평택시민을 위해 무료로 진행돼 그 의미를 더했다.
‘박경숙과 박찬대 우슈 공연단’이 주최하고 송탄평송라이온스클럽이 주관한 ‘세계 속에 우뚝선 우리동네 예·체능’ 공연은 배우 한정현 씨의 사회로, 박경숙 씨가 참여한 국악공연과 박찬대 감독이 연출한 우슈 공연 등으로 펼쳐졌다.
박경숙 씨의 국악 공연에는 거문고 문수연(경기도립국악단 단원) 씨와 고수 이정표(민화국악관현악단 단원) 씨, 대금 정인교 씨, 박 씨의 딸인 이혜인 씨가 피아노 연주자로 자리를 함께했다.
이날 대금 연주에 맞춰 우슈 공연단이 무예 시범을 보이고 있다. ⓒ 경기G뉴스 유제훈
이들은 경풍년(변조두거), 한범수류 해금산조, 일출(거문고 독주), 제주4.3사건의 의미를 담은 창작곡 ‘다랑쉬’, 적념, 아리랑 등 민요연곡, 섬집아기·엄마야 누나야 등 동요모음곡 등을 연주했다.
박경숙 씨의 해금 연주는 고수의 장구소리에 섞여 물처럼 유연하게 춤을 추듯 객석으로 스며들었으며, 묵직한 거문고 연주(일출)가 더해져 손이 시린 추운겨울 저녁의 운치를 더했다.
동요 ‘섬집아기’를 연주하는 프로그램에선 박 씨가 연주 도중 흐르는 눈물을 참기 위해 감정을 조절해 많은 이들로부터 격려의 박수를 받기도 했다.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었다고 공연 후 박 씨는 밝혔다.
특히 해금을 비롯해 거문고, 대금, 피아노가 참여한 아리랑 연주에 맞춰 남녀의 춤을 추는 듯한 태극검 우슈 공연은 연극의 한 장면처럼 인상적이었다.
또한 박찬대 우슈 공연단은 박찬대 씨의 ‘무술의 기원’ 소개를 비롯해 남권&사자춤, 검술 우슈 꿈나무, 도술집체, 태극검, 5대 병기술, 도술, 곤술, 남도집체, 마샬아츠&격파, 태극권, 장권집체 등 박진감 넘치는 무예시범을 선보였다.
이 가운데서 대금연주와 함께 선보인 평택 출신이자 박 씨의 제자인 이하성(20·수원시청· 2014년 인천 아시안 게임 우슈 금메달리스트) 선수의 우슈 시범도 진행돼 관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이날 공연을 마친 박경숙 씨는 “동생과 한무대에 서서 기쁘다. 동생이 초등학교 이전에 운동을 시작했는데 어머니가 편찮으셔서 못 먹고, 다 떨어진 운동화를 신고 운동을 어렵게 했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생각에 눈물이 났다”고 소감을 밝혔다.
아울러 “해마다 여러분께 공연을 선사하고 싶다. 음악을 통해 여러분과 소통하고 힐링의 시간을 나누고 싶다”면서 “우리 지역 예술가들이 여러분을 찾아가 문화를 나누고, 평택시 송탄이 발전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해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검술 공연. ⓒ 경기G뉴스 유제훈
‘세계 속에 우뚝선 우리동네 예·체능’ 박경숙·박찬대 남매
“평택 시작으로 다른 지역에도 예능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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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숙 경기도립국악단 단원. ⓒ 경기G뉴스 유제훈
“너무 감격스럽다. 처음으로 고향에서 동생과 한무대를 함께 서서 다른 공연과 느낌이 남달랐다.”(박경숙)
1일 저녁 평택북부문예회관 소극장에서 ‘세계 속에 우뚝 선 우리동네 예체능’ 공연을 마친 박경숙 씨와 동생 박찬대 호원대 무도경호학부 교수. 두 사람은 공연이 끝난 뒤에도 여흥이 채 가시지 않은 얼굴이었다.
“어제 새벽까지 잠이 안 왔다. (공연 중) 호흡 조절이 안 돼 눈물과 콧물이 나와 진정하려고 했다. 고향이라는 것 자체가 주는 아련한 추억과 부모님이 안 계신 것 때문이었다. 동생과 한무대를 선 것은 단순한 무대가 아닌 타 지역에서 지내다 보니, 어느 날 내 고향에 와서 ‘나 이렇게 살아왔어.’라고 보여주는 느낌이었다.”(박경숙)
“(누나의 공연을 보면서) 저도 울컥했다. 누나도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혼자서 부모님의 지원 없이 살아온 것을 안다.”(박찬대)
평택 출신의 예·체능 남매 박경숙 씨와 박찬대 교수의 이야기는 바람이 찬 겨울밤을 녹일 듯 뜨거웠다. 5남매 가운데 셋째인 음악인 누나와 막내인 동생의 넉넉지 못했던 어린 시절에 음악과 무예를 꿈꾸던 이야기 때문이었다.
이날 공연에서 박경숙 씨는 중풍으로 작고한 어머니를 생각하며 연주한 동요 ‘섬집아기’에서 눈물이 흘러나와 자세를 옆으로 고쳐 앉으며 솟아오른 감정을 조절했다. 이때 관객에선 박수소리가 길게 이어졌다.
“(부모님이) 형편이 어렵다 보니 자식들에게 소홀했던 점이 있다. 제가 92학번인데 2학년 때 학비가 없어서 누나가 대출을 받아서 밀어준 적이 있다. 아직도 기억이 난다. 그때, 학교를 그만두고 운동으로 성공해 97학번(명지대 체육학과 1기)으로 다시 들어갔다. 박사까지 했지만 부모님께 손 한번 안 벌리려고 했다.”(박찬대)
이번 공연은 박경숙 씨의 제안으로 진행됐다. 동생(박찬대 교수)은 고향에 살고 있지만, 타지에 살고 있는 박경숙 씨의 고향 사랑으로 추진하게 됐다.
“수년 전, 송신초교가 한때 위기를 맞았을 때, 동문들이 축구부 지원, 장학금 전달 등으로 다각적인 노력을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내가 고향에 관심이 없었구나 하는 반성을 했다. 동생은 여기에 산다. 동창모임을 오가면서 본 평택은 문화적으로 발달된 곳이 아니었다. 내가 음악을 하면서 고향에 대한 무관심을 반성했다. 송탄 출신인 초·중, 대학 동창 문수연(경기도립국악단 단원) 거문고 주자도 12월 11일 같은 장소에서 또 날을 잡았다.”(박경숙)
그렇다면 그들에게 자신들의 인생에서 음악과 무예는 어떤 것일까.
“돈을 많이 버는 것도, 명예가 있는 것도 아니고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이 꿈이라고 이야기하는 박경숙 씨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그에게 음악은 “감전된 듯 교감이 되는 것. 음악을 통해 전달하는 감동이자 치유”였다.
박찬대 호원대 무도경호학부 교수. ⓒ 경기G뉴스 유제훈
현직 국가대표 우슈 감독으로 활동 중인 박찬대 교수는 “중3 때부터 밖으로 돌았다. 선수생활을 하던 시절, 단상에서 애국가가 울릴 때 희비가 교차했다”며 “그동안 고생한 것들이 다 떠오르고 허무했고 울컥했다.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니 제자들이 메달을 딸 때 (선수시절보다) 더 기뻤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평택지역이 체육 인프라가 약해 고향이 아닌 대구시청과 수원시청에서 선수생활을 했던 일과 현재 고향이 아닌 전북 군산 호원대에서 후학들을 지도하고 있는 것을 예로 들었다.
박경숙 씨와 박찬대 교수는 자비를 들인 이번 공연을 시작으로 예능기부를 계속할 뜻을 밝혔다.
“세계적인 예술가라도 고향과 함께 작은 나눔을 한다면 더 의미가 있을 것이다. ‘우리동네 예·체능’이 작게 느껴지지만, 세계적인 선수여도 작은 곳에서 호흡할 수 있는, 찾아가는 의미를 담아 더욱 분발해 다른 동네와 고향에 열심히 예능기부를 하고 싶다. 초청이 있으면 언제든지 달려갈 마음이다. 이번 공연을 준비하면서 공연장 마련과 홍보가 제일 어려웠다. 공연장 대관비과 홍보비 등 최소경비만 지원해주신다면 어디든 찾아가 무료공연을 선보이겠다.”(박경숙)
“오늘 공연이 평택시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 지원 약속을 받았다. 감동을 받은 분이 많다. 적은 돈으로 하다 보니 작품성보다 최선을 다했다. 내년에는 평택을 시발점으로 전국으로 돌 계획이다.”(박찬대)
■ 박경숙
- 현 경기도립국악단 단원
- 민화국악관현악단 악장
- 수원대 음악대학 국악과 출강
- 송신초교, 송탄여중, 국립국악고 졸업
- 서울대 음대,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전문사 졸업
- 러시아 그네신음악아카데미 대학원 졸업
- 경기도립국악단 해금수석, 중앙대 출강 역임
- 개인발표회 6회
- 경기도립국악단, 민화국악관현악단, 청주시립국악단, 과천필 오케스트라, 김포필 오케스트라, 로렐심포니, 코리아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벤투스 포르티스 금관앙상블, 광명심포니 오케스트라, 몰도바국영방송오케스트라, 불가리안필오케스트라 등 다수 협연.
■ 박찬대
- 호원대학교 무도경호학부 교수.
- 박찬대무예공연단 단장.
- 우슈 국가대표 감독(2011년~현재).
- 송신초교, 효명중·고교, 명지대 체대 학사·석사 졸업.
- 수원대 체육대학원 박사 수료.
- 1994년 체육훈장 거상장 수상.
- 2004년 체육훈장 청룡장 수상.
- 2001년 제6회 세계우슈 선수권 대회 곤술 1위.
- 1991~2001년 우슈 국가대표.
- 세계우슈 선수권 대회 6관왕.
- 2002년 고려의 아침, 2014 창작가무극 ‘소서노’ 서울예술단 무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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