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코리아 대회를 아는가? 6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이 대회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지성과 미모를 갖춘 아름다운 여성을 뽑는 대회로 인기를 끌고 있다. 배우 김성령, 고현정, 이하늬 등의 스타도 대거 배출하며 명실공히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미인 선발대회로 자리매김 했다.
여성들의 미모를 상품화시킨다는 비난 여론이 일면서 예전만큼의 열풍은 아니지만 여전히 딸을 낳으면 미스코리아 시키겠다는 야심찬 꿈을 가진 부모들이 있을 만큼 그 인기와 명성은 꾸준하다.
‘2014 경기도 전국 떡 명장·가양주 주인(酒人) 선발대회’ 참가자들이 열심히 떡을 만들고 있다. ⓒ 성지훈 기자
이 미스코리아 대회가 2014년 새로운 모습으로 등장했다. 아름다운 여성을 가리는 대회가 아닌, 우리의 주식인 쌀로 만든 떡과 술을 겨루는 米’s 코리아 대회가 열린 것. 지난 11월 28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는 ‘米’s 코리아 전통을 넘어 미래를 만나다’라는 슬로건 아래 ‘2014 경기도 전국 떡 명장·가양주 주인(酒人) 선발대회’가 개최됐다.
이날 대회의 떡 경연부문에는 일반, 학생, 명장 등 총 67개팀이, 가양주 경연부문에는 총 48개팀이 참가한 가운데 대회가 시작됐다. ‘시대공감’, ‘자연을 담은 술’, ‘자연을 담은 떡’이라는 경연 주제 아래 대회 출전자들은 열심히 떡과 가양주를 만들었다.
고운 빛깔의 다양한 가양주들. ⓒ 성지훈 기자
명장들은 장인의 손길로 진지하게 떡과 술을 빚어 맛과 멋을 두루 표현해냈다. 이를 지켜보던 관람객과 심사위원들의 입에선 탄성이 절로 터져 나왔다. 떡이나 가양주와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학생들도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통해 퓨전작품들을 만들어냈다.
떡이 주렁주렁 열린 떡나무 등 다양한 떡 작품들. ⓒ 성지훈 기자
한 폭의 풍경화 같은 명장들의 떡 작품. ⓒ 성지훈 기자
행사장 한쪽에는 명장들이 미리 만들어놓은 작품을 감상하고 가양주와 떡을 맛볼 수 있는 시음·시식 코너가 마련돼 눈뿐만 아니라 입까지 즐거운 시간을 제공했다.
쌀을 빻고 고운 쌀가루를 켜켜이 넣어 쪄내기까지 온갖 정성을 기울여야 하는 떡은 우리 민족의 희로애락과 함께 한 전통음식이다. 아기가 태어나면 순백의 백설기로 건강을 기원했고 가게를 열거나 집을 이사하면 이웃들에게 팥으로 만든 시루떡을 돌려 번성을 바랐다. 또 시험을 앞둔 이들에게는 찹쌀떡을 선물하며 합격을 기원하기도 했다. 하지만 서양식 패스트푸드와 빵이 인기를 끌면서, 또 이웃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면서 민족의 희로애락과 함께 성장한 떡은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가양주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맥주, 소주, 양주 등 대중화 된 주류에 밀려 명절 때나 겨우 관심을 받는 수준이다.
가양주 주인 선발대회 참가작, ‘몽향주’. ⓒ 성지훈 기자
하지만 떡과 가양주는 단순히 전통의 맛과 멋의 계승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바쁘게 돌아가는 시대에 우리가 잊고 지냈던 느림의 미학을 일깨우는 것. 또 가족과 이웃을 생각하는 정과 따뜻한 마음이 담겨있다.
더불어 ‘2014 경기도 전국 떡 명장·가양주 주인(酒人) 선발대회’는 온고지신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돌아보게 하는 자리였다. 우리의 음악과 드라마, 영화가 전 세계에 ‘한류’라는 이름으로 수출되는 요즘, 문화 콘텐츠에 버금가는 우리 고유의 맛과 멋을 지닌 떡과 가양주로 전 세계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는 가능성을 엿본 것이다. 떡과 가양주가 우리의 식탁은 물론 세계인의 식탁에서도 사랑받는 그 날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