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볼라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아프리카 일부 지역에서 발생한 치명적 바이러스가 국경을 넘어선지 오래. 언제고 우리나라에 들어와 유행할지 모를 불안함이 전국적으로 만연하다. 이에 경기도는 지난 11월 28일 분당 서울대병원에서 에볼라 바이러스의 국내 유입을 막고 유사시를 대비해 관계기관과의 협력과 대응방안을 토의하기 위한 자리를 마련했다.
바이러스 유입은 국민 모두의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이므로 다양한 관계기관의 협력이 필요하다. 내 집 문을 두드리는 불청객 에볼라 바이러스, 경기도와 관계기관의 출입국 심사부터 발병 시 대응방안까지 구체적인 논의를 들어보자.
경기도 ‘에볼라 바이러스병’ 대응 현장 모의훈련·토론에 참석한 내빈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백승지 기자
국내 에볼라 감염자 0명, 출입국검사에 틈새는 없나?
서아프리카 에볼라 발병에 우리나라의 감염병 위기경보 수준은 ‘관심’단계의 대응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4월 28일에는 질병관리본부 에볼라 대책반을 구성해 국내 유입차단 등 방역체계를 운영 중이다. 해외 에볼라 바이러스의 국내 유입을 막기 위해 아프리카 출발 항공편을 대상으로 ‘게이트검역’이 엄격하게 실시 중이다.
그러나 이 날 토론에서는 적극적인 검역과 추적조사에도 불구하고 사례 미 발견 가능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정충현 질병관리본부 감염병관리센터장은 “아프리카 출발 비행기는 중간경유 시에도 운항정보가 검역정보망과 연계되어 게이트검역을 실시할 수 있다. 그러나 아프리카에서 출발해 중간에 다른 국가에서 며칠 동안 여행을 한 후 새 비행기 표를 발권하는 경우는 검역정보망에 뜨지 않는다. 아프리카 출발이어도 게이트검역 대상에서 제외된다. 아주 예외적인 경우지만 발생할 가능성은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현재 이런 경우는 입국자의 자발적인 신고에 의존한다. 비행기 내에서 혹은 입국장에서 수시로 안내를 실시해 아프리카를 방문한 입국자의 검역 실시를 유도하고 있다.
또한 이재갑 강남한림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검역 대상자가 중간에 연락이 두절되는 사태가 있을 수 있다. 그분들이 바이러스 잠복기인 20일 동안 거주할만한 공간을 만드는 것에 관한 논의가 필요할 것 같다. 발병증상을 보였을 때 늦지 않게 바로 체크하고 대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나름의 해결책을 제시했다.
분당 서울대병원 의료진이 개인보호장비 탈의 시범을 보이고 있다. ⓒ 백승지 기자
국내 의료진 에볼라 치료 경험 없어, 국내 발병 시 대책은?
국내 발병자가 없는 만큼 에볼라 바이러스에 대한 국내 의료진의 실제 대응 능력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국내 유입사례가 없어 에볼라 트레이닝이나 질병 치료를 해본 의료진이 한 사람도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 해외기관에 파견 되어 에볼라 환자를 대상으로 업무를 진행했던 사람도 없다. 질병관리본부와 대학병원에서 각 2명씩 총 4명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로 파견해 에볼라 관련 훈련을 받게 한 것이 에볼라에 대한 국내 의료진 경험의 전부이다.
이재갑 교수는 “에볼라가 출혈의 형태로 진행되는 바이러스고 경과가 진행되면 대부분 중환자실의 중환에 해당되는 형태로 발병을 한다. 국내 의료진 중에는 중환자형의 트레이닝을 마치고 유사한 증상을 보이는 환자의 질병치료를 했던 경우가 상당히 있다. 질환이 다를지라도 환자가 실제 처치를 받아야하는 것은 중환자에 대한 처치와 거의 같다. 에볼라 환자 치료 경험은 없지만 실제 치료에 있어서 아주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치료 능력에 대한 의구심을 불식시켰다.
정윤영 국립중앙의료원 감염관리전문 간호사 또한 “의료 환경 낙후로 서아프리카는 더욱 심각한 피해가 발생했었다. 우리는 탈수나 쇼크·호흡부전에 대해 보조적 치료를 적극적으로 진행할 능력이 충분하다”고 의료 환경의 차이를 지적했다.
환자를 직접 대면하는 의료진을 통한 바이러스 유포 가능성에 대해서는 개인 보호복 탈의 시연의 현장 훈련이 진행됐다. 의료진이 2인 1조가 되어 동료의 도움을 받아 옷의 겉면이 몸에 닿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개인 보호복을 탈의하는 과정이 실제 현장처럼 시연됐다. 박대원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의료장구를 장착해도 탈의과정에서 타액이나 혈액이 묻어 발병할 수 있다. 개인장비 착탈 방법을 제대로 훈련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의료진의 보호복 착탈 훈련이 평상시에 진행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언론 대응에 관한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 백승지 기자
바이러스 유입시 언론 대응과 언론의 역할은?
국가적 비상사태 시에 이를 알리는 것은 언론의 기본 역할이나 국민들의 동요를 진정시키고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 국민을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 것 또한 언론의 순기능이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세월호 참사 때도 정부당국에서 나온 정확한 담당자가 없이 확인되지 않은 브리핑과 정보가 정부의 공식입장인양 보도가 나가서 국민적 신뢰를 무너뜨리고 가족들의 분노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겪었다. 대규모 감염 발생 상황에서는 국민들께 한명의 권위 있는 담당자가 모든 언론의 공식창구가 되었으면 하는 것을 느꼈다”라고 의견을 제시했다.
정충현 센터장은 “환자가 발생하게 되면 질병관리본부장이 대국민 브리핑을 매일 하게 된다. 그래서 아주 작은 변화라도 국민들에게 전개되는 상황을 매일 매일 알려준다. 에볼라는 호흡기를 통해 감염되지 않고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무증상상태에서도 감염되지 않음을 국민들에게 강조함으로써 국민들이 불필요한 동요를 느끼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라고 언론의 역할을 당부했다.
바이러스는 일반 상해·질병과 달리 ‘나도 언제 어떻게 걸릴지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감을 심어준다. 발병자가 나타나면 일반 국민들은 과도한 불안감에 병원으로 몰려들어 진정으로 필요한 사람이 치료를 못 받을 수 있다. 언론은 자가진단법과 정확한 감염정보를 알려 어떤 증상일 때 병원에 내원해야 할 단계인지를 본인이 판단할 수 있도록 알리는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