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청북부청사에서 K-패션디자인빌리지 조성을 위해 관련 전문가들이 정책 토론을 벌이고 있다. ⓒ 전동준 기자
지난 2일 의정부시 경기도청북부청사에서 ‘K-패션디자인빌리지 조성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경기도와 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의 주최로 열린 이날 행사는 경기도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된 경기북부지역에 패션과 문화가 융합된 복합단지로서의 K-패션디자인빌리지를 조성하는 초석을 마련하기 위한 자리였다.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개회사에서 우리나라 패션업계의 잠재력에 대해 말하고 있다. ⓒ 전동준 기자
행사에는 남경필 경기도지사, 이상봉 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 회장을 비롯해 섬유, 가구 및 패션 관계자, 관련 공무원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남 지사는 개회사에서 “삼성은 30조가 넘는 순이익을 창출하면서 고용인원은 9만6000명인데 비해 패션업체 ‘자라’의 경우 삼성의 1/10 가량의 순이익을 달성하지만 12만8000명을 고용하고 있다”며 섬유산업의 고용창출에 대한 효과를 말했다.
물론 고용의 질적 수준에 대한 논쟁이 있을 수 있다. 실제로 이날 정책토론회에서 강우현 남이섬 대표는 “빌리지 조성으로 인한 단순 일자리보다는 디자인과 연관된 고급 일자리 창출이 필요하다”며 고용창출효과에 대한 의구심을 드러냈다. 그러나 어찌 됐든 고용이 많이 이뤄질수록 사회복지적 측면에서는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남 지사는 이날 참석한 현삼식 양주시장, 서장원 포천시장, 오세창 동두천시장 등 경기북부지역 관계자들을 향해 “경기북부지역의 섬유, 패션산업 활성화를 지원하면 이 지역의 새로운 성장동력 가능성이 생길 것”이라며 아낌없는 지원 의지를 보였다.
이상봉 회장도 축사에서 “디자이너들의 열정과 경기도의 지원이 있다면 K-패션디자인빌리지가 아시아를 넘어 세계 속의 중심이 될 것”이라며 경기북부지역의 무한한 가능성을 말했다.
참석 내빈들이 정책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 전동준 기자
그간 소위 양포동(양주·포천·동두천) 지역은 경기남부지역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은 곳이었다. 지리적으로도 도심과 멀고 지역의 특색 있는 문화자원도 빈약해 지역의 발전가능성이 저조했다.
그러나 정재우 한국패션디자이너협회 이사겸 동덕여대 패션디자인학과 교수는 주제발표를 통해 양포동 지역의 복합문화단지로서의 재탄생 가능성을 말했다. 그는 “슬럼가였던 독일의 쿨투어 브라우어라이(Kultur Brauerei)나 카타르의 카타라 문화마을(Katara cultural village)이 이제는 세계적인 복합문화공간이 되었다”며 “우리나라도 경기북부지역에 K-패션디자인빌리지가 조성된다면 큰 이득이 될 것이고, 그것을 위해서는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재우 동덕여대 교수가 K-패션디자인빌리지 조성을 위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 전동준 기자
또한 정 교수는 “구체적인 수치가 없어 실현가능성이 없어 보일 수 있으나 이 자리에서 꿈을 말하고 싶었다”며 ‘가능성을 믿는 것이 상상이다’라는 말을 인용해 설명을 뒷받침했다.
본격적인 토론회에서도 비슷한 의견들이 이어졌다. 최복호 최복호패션문화연구소 대표는 “실질적으로 디자이너들이 모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면 문화단지가 조성될 것”이라며 디자이너들의 입장을 말했다. 자유토론에서 발언을 한 홍은주 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 부회장도 “디자이너들이 재미를 느끼고 콘텐츠가 있다면 자연스럽게 사람들은 모여들 것이기 때문에 첫 스타트가 거창할 필요는 없다”며 외형보다는 콘텐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비슷한 사례를 살펴보면 문화인들의 놀이터로 손꼽히던 홍대 거리는 거대 상권에 종속되면서 초심을 잃은 지 오래다. 요즘 떠오르고 있는 가로수길도 대기업의 진출이 늘면서 초기의 낭만적이고 예술가적인 색을 잃어가고 있다. 거리를 만들었던 예술가들은 거리에서 내쫓기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이렇게 냉정한 경제 논리가 적용되는 환경 속에서 K-패션디자인빌리지의 성공 가능성을 의심해 볼 필요는 당연하다. 게다가 관(官)의 주도 하에 예술가들을 위한 단지를 만드는 일 자체가 실패요인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관(官)과 민(民)이 상생한다는 데서 우리는 더 큰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
K-패션디자인빌리지를 위해 경기도는 경기북부지역의 활성화와 섬유산업 지원 등 도민을 위한 정책을 펴면 되고 디자이너나 기업은 그들의 문화적, 경제적 목적에 맞게 활동하면 된다. 상충하는 부분은 간담회, 토론회 등 충분한 대화를 통해 조절하고 서로에게 좋은 방향을 모색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윈윈(win-win)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과정 속에 K-패션디자인빌리지의 성공은 더 이상 꿈도 상상도 아닌 현실이 될 것이고, 그것으로 인한 효과는 일석이조가 아닌 일석삼조, 사조가 될 것이다. 경기도를 넘어서 우리나라의 먹거리 산업이 될 K-패션디자인빌리지의 성공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