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XT 경기’人]은 기억에 남을 사연의 주인공이거나 이색적인 경력을 가진 경기도 사람들을 인터뷰하는 기획시리즈입니다. 첫 회로 자원봉사 2만 시간을 돌파해 경기도자원봉사대회에서 ‘도자봉이’상을 받은 박인선(53·여) 반딧불이문화학교 교장의 이야기를 전합니다.<편집자주>
![박인선 반딧불이문화학교 교장이 학생에게 간식을 챙겨주고 있다.](https://gnews.gg.go.kr/OP_UPDATA/UP_DATA/_FILEZ/201412/20141205170758585666096.jpg)
박인선 반딧불이문화학교 교장이 학생에게 간식을 챙겨주고 있다. ⓒ 경기G뉴스 허선량
“반딧불이가 살기 좋은 곳에 살듯 장애인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꿈꿉니다.”
간밤에 내린 눈으로 온 세상이 흰빛으로 덮인 3일 오전, 용인시 처인구 김량장동 반딧불이문화학교에서 만난 이 학교 교장 박인선(53·여) 씨는 자신의 꿈을 이렇게 말했다.
박 교장은 최근 열린 ‘제16회 경기도자원봉사대회’에서 자원봉사분야의 최고상인 ‘도자봉이’상을 수상했다. ‘도자봉이’상은 자원봉사활동을 2만 시간 동안 한 이에게 주는 상으로, 박 교장은 2013년 12월 기준 2만1487시간의 자원봉사활동을 했다.
자원봉사 부문 최고상 ‘도자봉이’상 수상 소감을 묻는 질문에 박 교장은 “그냥 황소걸음으로 걸어왔다”며 “바라고 한 것도 아니고, 하루하루 최선을 다했다. 오다 보니 이렇게까지 인정받게 된 것”이라고 운을 뗐다.
용인 반딧불이문화학교는 올해로 개교 11년을 맞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문화학교로, 350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문화학교에선 200명의 장애인을 위해 20개의 다양한 문화프로그램이 지원되고 있으며, 매년 연말에 1년 동안 갈고닦은 기량으로 만든 작품전시회와 정기공연, 출판기념회를 겸해 ‘반딧불이예술제’를 용인에서 개최하고 있다.
그렇다면 박 교장이 봉사활동을 시작한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봉사활동은 고교(서울 은광여고) 때부터 했다. 그때는 미션학교를 다녀 기독학생회에서 활동을 하면서 장애인 시설봉사를 다녔다”는 박 교장의 얼굴에 수줍은 미소가 지어졌다. 하지만 박 교장이 자원봉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발달장애를 가진 아들 때문이었다.
“아들이 (자원봉사를 하게 된) 원인제공자다. 자폐성 장애1급이다. 아들이 중학생일 때 자원봉사를 본격적으로 하게 됐다. 지금 아들 나이가 스물일곱이다.”
박 교장에게 “자신의 인생에서 자원봉사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했다. 그는 “장애인이라는 이름도 없어지는 나라를 꿈꾸고 있기에 그 꿈을 향해 한 발자국씩 걸어간다”며 “내가 부모라서 그런 것이 아니다. 똑같은 평범한 사람으로 보길 바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 교장은 최근 열린 ‘제16회 경기도자원봉사대회’에서 자원봉사분야의 최고상인 ‘도자봉이’상을 수상했다.](https://gnews.gg.go.kr/OP_UPDATA/UP_DATA/_FILEZ/201412/20141205172141911414563.jpg)
박 교장은 최근 열린 ‘제16회 경기도자원봉사대회’에서 자원봉사분야의 최고상인 ‘도자봉이’상을 수상했다. ⓒ 경기G뉴스 허선량
박 교장의 일상은 이른 아침부터 시작된다. 아침 7시 반에 출근해 하루 일과를 점검하고, 오후 여섯 시쯤 퇴근을 한다. 낮에는 주로 반딧불이문화학교 학생들을 위해 12인승 승합차 차량운행도 하고 반딧불이를 위하는 것이라면 무조건 최선을 다한다.
바쁜 일상 속에서 그는 작가로서의 삶을 살고 있다. 현재 용인문인협회 회원으로, 지난 2007년 문예지 <문학세계> 시부문 신인상을 수상하면서 본격적인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학창시절에는 모두 다 문학을 꿈꾸는 소녀가 되지 않나”라며 “내 시를 보면 주로 어두운 내용이다. 답답하고 내 속에 뭔가 차오를 때 글을 쓴다”는 그는 첫눈이 오는 날의 소녀처럼 웃었다.
자원봉사를 2만 시간이나 하려면 하루 4시간씩 15년 이상을 해야 한다. 오랫동안 자원봉사활동을 해온 박 교장의 원동력이 궁금했다.
“습관이 제일 중요하다. 어제도 했으니 오늘도 내일도 한다. 그것은 살아가는 삶이 아닐까. 집에 있을 때보다 여기(반딧불이문화학교)에 있는 게 좋다. 남편도 처음에는 말렸는데, 내가 밖에서 열심히 일을 한 것이 집에서의 에너지가 되기에 오히려 좋아한다.”
![박인선 교장이 자원봉사로 탄 상장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https://gnews.gg.go.kr/OP_UPDATA/UP_DATA/_FILEZ/201412/20141205170758587240614.jpg)
박인선 교장이 자원봉사로 탄 상장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경기G뉴스 허선량
박 교장은 누군가를 위해 자원봉사를 하는 자신의 삶에 대해 이렇게 고백했다.
“엄마 같은 마음이다. 사람들이 왜 지치지 않고 일을 하냐고 하는데 내가 엄마니까. 자식이 원하면 부모는 다 준다. 그런 마음이다. 나 자신을 볶는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올인’하는 성격이다.”
그는 “(자원봉사를 하면서) 어려운 시기도 많았다. 어려운 시기가 왔을 때, 어렵다고 생각 안 하고 나에게 기회가 왔구나, 찬스로 역전시키는 마음을 갖는다”며 “반딧불이학교를 만들 때가 2003년이었는데, 그 당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같이 무언가를 하는 것들이 통용이 안 됐다”고 설명했다.
“지금 용인에서 반딧불이문화학교는 웬만한 사람들이 다 알 정도로 지명도가 높아졌다”는 박 교장. 그런 그에게 또 다른 꿈이 최근 생겼다.
“올해 가장 기억에 남는 게 있다. 바로 꿈이 없던 우리 아이들이 꿈을 꾸기 시작했고 구체적인 내용으로 3층 건물이 있는 운동장이 있는 곳에서 공을 차고 싶다고 했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제 한 몸 가루가 되더라도 최선을 다할 것이며 반딧불이를 위해 도움의 손길과 함께 같이 가고자 마음을 모아주는 반딧불이들이 많아진 것이 희망이 되고 마음에 꿈을 심어준 게 뿌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