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에볼라 바이러스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1976년 서아프리카 지역에서 처음 발견된 에볼라 바이러스는 당시 서방국가로의 전파력이 약해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다 지난해 12월 기니에서 재발병하며 인접한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 등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이번 에볼라 바이러스 상황이 비교적 뜨거운 관심을 받으며 심각하게 여겨지는 것은 ‘판데믹(Pandemic:전염병의 대유행)’이 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기 때문이다. 에볼라 바이러스 이전 대표적인 판데믹 상황은 2000만~5000만 명이 희생되었던 20세기 스페인 독감과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H1N1)로 그 심각성은 모두가 익히 알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3일 기준 6000명 이상이 에볼라 바이러스로 인해 목숨을 잃었고 총 1만6000여 건의 발병 사례가 보고됐다. 서아프리카 3개국에서만 발생하는 지역적 감염병 문제가 아닌 국제적 공중보건위기로 보아야 하는 것이다.
한국은 현재까지 국내 발생 사례가 발견되지 않아 ‘관심’ 단계 수준의 대응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에볼라 확산 방지를 위해 시에라리온에 국내 의료진 20명을 파견하기로 했다. 또한 경기도에서는 경기도감염병관리본부와 시·군 보건소, 국가지정입원치료병원 등 유관기관 대응체계를 구축하고 기관별로 에볼라 바이러스 관련 역할을 관리·수행토록 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경기도 역학조사관이 의료진 2차 감염 대비 보호구 탈의를 시연하고 있다.](https://gnews.gg.go.kr/OP_UPDATA/UP_DATA/_FILEZ/201412/20141206123638292334766.jpg)
경기도 역학조사관이 의료진 2차 감염 대비 보호구 탈의를 시연하고 있다. ⓒ 이정민 기자
이와 관련하여 지난달 28일 분당서울대병원에서는 에볼라 바이러스 국내 유입을 대비하기 위한 현장 대응 모의 훈련과 토론회가 진행됐다. 이날 행사에는 남경필 경기도지사를 비롯해 도 관계자와 김철호 분당서울대병원 부원장, 정충현 질병관리본부 감염병관리센터장, 이재갑 강남한림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 등 자문위원이 참석해 에볼라 바이러스 대응에 대해 논의했다. 토론에 앞서 에볼라 현상을 이해하기 위한 브리핑과 동영상 시청, 역학조사관의 보호구 탈의 방법 시연이 진행됐으며, 토론회에는 고대안산병원과 국립중앙의료원이 영상중계로 참여했다.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열린 에볼라 바이러스 모의 훈련.](https://gnews.gg.go.kr/OP_UPDATA/UP_DATA/_FILEZ/201412/20141206123638299352401.jpg)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열린 에볼라 바이러스 모의 훈련. ⓒ 이정민 기자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 환자 발생 시 경기도의 대처 방법에 대해 이재서 분당서울대병원 대외협력실장은 “분당서울대병원은 지역 거점 병원일 뿐 에볼라에 직접 대응할 수 있는 여건이 미비하기에 국가 지정 병원으로 이송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야 하며 환자 격리, 이송 동선 최소화, 관련 장비 충족 등 조건이 주요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한경 경기도 보건복지국장은 현재의 ‘관심’ 단계를 넘어 확산되는 단계로 격상 시 국민의 대응 방법에 대해 “우선 국민들이 어떻게 대응해야하는지 관련 지식을 전파하는 것이 중요하며, 의료가 필요한 환자를 수용하는 것과 적절한 언론의 대응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언론 대응과 관련 채성령 경기도 대변인은 “국민이 불안하지 않도록 감염자 거주 지역과 지역 지정 거점 병원에 대한 정보를 제공함과 동시에 감염 전문 의료진에게도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야 하며 매일 대국민 브리핑이 필요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남 지사는 언론 대응의 중요성에 대해 세월호 사고 당시 현장 상황을 예로 들며 “권위 있는 담당자의 통제가 없었기 때문에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언론을 통해 확산되며 국민의 분노로 이어지게 되는 악순환을 낳았다”고 설명한 뒤 “상황을 통제하고 지휘하는 공식적 창구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토론회에는 고대안산병원과 국립중앙의료원이 영상중계로 참여했다.](https://gnews.gg.go.kr/OP_UPDATA/UP_DATA/_FILEZ/201412/20141206123638293909284.jpg)
토론회에는 고대안산병원과 국립중앙의료원이 영상중계로 참여했다. ⓒ 이정민 기자
현재 국가에서 시행하는 에볼라 바이러스 대응책은 첫째, 에볼라 바이러스 국내 유입 및 확산 방지와 둘째, 국제적 확산 방지에 동참하는 것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발생국에 방문한 적 있는 사람을 모니터링하고 의심환자와 접촉자를 조사하며 국내 의료기관의 인력과 시설 보강 및 발생국에 의료진을 파견하는 것으로 대응 방안을 마련, 발표했다.
그러나 이러한 대응책은 의료진 대책에 집중되어 있어 국민이 느끼는 불안과 궁금증을 해소하기에는 아직 부족하다. 국민들이 에볼라 바이러스를 쉽게 이해하고 준비할 수 있는 대처법은 찾아보기 어렵다. 정부가 지난 8월 내놓은 ‘에볼라 출혈열 예방대책’에는 발병국 방문을 자제하고 손을 자주 씻으라는 것 외에 별다른 대처법이 없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감염 피해 후의 후속 조치가 아니라 정확한 정보 제공을 통한 불안감·궁금증 해소와 대처할 수 있다는 믿음일 것이다. 에볼라 바이러스 확산과 같은 전 세계적 피해 상황에서 국민이 믿을 곳은 정부와 관련 당국뿐이다.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 홈페이지에 에볼라 바이러스 대응지침이 소개되어 있지만 이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에볼라 바이러스 자체를 통제할 수 없다면, 에볼라 바이러스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는 국가와 기관 뿐 아니라 민간의 대책이 필요하다. 나라 안팎으로 안전에 대한 관심이 가장 뜨거운 이 시기, 믿을 수 있는 대한민국과 경기도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