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학에서 많이 쓰는 전략 중 ‘SWOT 분석’이라는 전략이 있다. 이 전략은 우리 회사와 지역의 강점, 약점, 기회, 위협을 분석하는 가장 기초적인 마케팅 전략으로, 강점과 기회로 약점과 위협 요인을 적극적으로 파고들고 분석하여 기업의 마이너스가 되는 요소들을 상쇄하는 것을 말한다.
이 전략을 가장 잘 파고들었던 역사적인 인물이 있다. 바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이순신 장군이다. 과학적인 군사 장비와 전략도 없는 조선시대에 이순신 장군은 누구보다 조선의 앞바다를 잘 알고 있었다. 조수간만의 차가 크고 물살이 빠른 울돌목과 명량 바다의 강점과 기회를 앞세워 왜군을 유인했으며, 상대적으로 불리한 군사력에도 불구하고 강한 화포를 통해 장거리에서 화력지원으로 대승을 이끌었다.
현재 경기도가 표방하고 있는 ‘창조경제’도 마찬가지이다. 창조라는 것은 무에서 유를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이순신 장군이 말했던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을 깨닫지 못한다면 절대 창조는 있을 수 없다. 그러기에 현재 경기도의 상황을 잘 분석하고, 그에 걸맞은 SWOT 분석과 전략이 필요한 것이다.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개회사를 하고 있다. ⓒ 성지훈 기자
지난 2일 경기도청북부청사에서는 창조경제의 핵심 사업이 될 수 있는 ‘K-패션디자인빌리지’ 조성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기존의 토론회가 사업기획과 재정지원까지 완료된 상태에서 전문가들의 의견을 통해 문제점을 보완하는 자리였다면, 이번 토론회는 철저한 SWOT 분석을 토대로 사업을 기획하기 위한 준비 자리였다.
경기도가 경기북부지역에 계획하고 있는 ‘K-패션디자인빌리지’는 영세 섬유와 니트, 가구산업이 발달한 동두천, 양주, 포천의 지리적인 이점과 기회 요인을 이용해 섬유산업과 가구산업을 융합한 새로운 문화콘텐츠를 만들고 패션디자이너와 문화 종사자들이 마음껏 활동할 수 있는 대형 문화산업 복합 단지를 말한다.
도가 사활을 걸고 추진하는 프로젝트인 만큼 토론회에서는 K-패션디자인빌리지를 더욱 구체화하기 위한 섬유와 패션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이 제시됐다. 의견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었다. 첫 번째는 ‘K-패션디자인빌리지’ 조성을 위해 필요한 실행방향이나 전략에 대한 것이었다.
권영환 한국섬유산업연합회 상무이사는 한국형 스파브랜드 비즈니스 모델의 필요성을 제시하며 “경기북부의 섬유산업은 고품질을 자랑하나, 영세기업이 많으므로 제가격을 받지 못하고 있다. 노동력과 고비용 물류를 극복하고 문화 마케팅과 연결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복호 패션문화연구소 대표는 다른 유사한 실패 사례도 검토해야 한다며 “시장에서 실패했던 유사한 사례와 성공한 일본, 중국의 사례를 잘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두 번째로는, 구체적인 실행방향이나 계획에 앞서 ‘K-패션디자인빌리지’ 조성을 위한 분위기 조성과 사람을 유인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강우현 경기도혁신위원은 본인이 경영하고 있는 남이섬을 예로 들며 “결국은 사람들이 와서 뛰어놀고 즐길 수 있는 공간만 만들어주면, 고급 일자리 창출과 패션의 질은 자연스레 해결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일회성 토론회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보다 명확한 추진을 위해 유치위원회의 구성과 장기적인 플랜을 가지고 접근할 것을 강조하기도 했다.
토론회에 참가한 패널들이 열띤 토론을 하고 있다. ⓒ 성지훈 기자
패널들의 토론 후에는 참가자들의 자유토론이 이어졌다. 참가자 대부분은 디자이너와 문화 종사자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공간을 유치하면 자연스레 산업 발전과 일자리 창출은 따르게 된다는 의견이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 역시 경기도청 이전 사례를 들며 “경기도청도 먼저 건물만 지어놓고 그 안에 무엇이 들어갈지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들어갈지를 생각하고 건물을 짓고 있다. 결국 중요한건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를 어떻게 유치할 것인가이다”며 참가자들과 의견을 같이했다.
최근 젊은이들의 ‘핫 플레이스’로 떠오른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가로수길은 과거 그저 휑한 동네에 불과했다. 그러나 10년 전부터 맛있는 음식점, 재밌는 카페, 멋있는 옷가게 등이 하나 둘씩 생기며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했고 지금은 트렌드를 선도하는 지역의 명소가 됐다.
가로수길의 성공 요인은 완벽한 플랜도, 화려한 건물도 아니다. 남 지사의 말처럼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를 더 중시한 결과다. 아무리 거창한 플랜을 세우고 건물을 지어도 그 건물 안에서 자유롭게 뛰놀 수 있는 디자이너와 문화 종사자들이 없다면, 화려한 건물을 자랑하지만 아직까지 문화공간으로 제 기능을 못하고 있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의 사례를 답습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제 막 첫 걸음마를 시작한 ‘K-패션디자인빌리지’가 더욱 철저한 SWOT 분석과 토론을 통해 창조경제의 핵심이 되고 전 세계 젊은 디자이너들과 문화 종사자들이 뛰놀 수 있는 놀이터가 되기를 바란다.